유럽여행/이탈리아 17

시칠리아 - 카타니아

카타니아는 팔레르모에 이어 시칠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도시의 중심인 두오모 광장은 항상 카타니아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빈다. 두오모 광장의 한가운데는 코끼리 분수가 있다. 카타니아의 상징인 코끼리는 12세기의 지도에도 '화산 폭발을 예측하는 능력을 가졌다'라고 기록되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두오모 광장(번역하면 성당 앞 광장이다)에는 카타니아 대성당이 있다. 카타니아의 수호성인인 성녀 아가타에게 바쳐진 성당이다. 대성당 바로 옆 성 아가타 교회 Chiesa della Badia di Sant'Agata 에서는 교회의 돔 위에 올라가 볼 수 있다. 돔 전망대에 서면 지중해와 에트나 화산, 그리고 도시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고대 그리스인..

시칠리아 - 에트나 화산, 타오르미나

시라쿠사에서 버스를 타고 카타니아로 이동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카타니아의 중심가, 에트네아 거리 Via Etnea 를 산책했다. 에트네아 거리에서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에트나 화산이 보인다. 화산은 카타니아에서 35km 떨어져 있지만 그 크기 때문에 도시 바로 뒤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발고도 3323m로 유럽에서 가장 큰 에트나 화산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역사에 처음 기록된 기원전 264년 포에니 전쟁 이후로 200여 차례 폭발했다. 1669년 대폭발 때는 카타니아까지 용암이 흘러내렸고 2만 명이 사망했다. 최근에는 2021년, 2022년, 2023년 3년 연속으로 용암을 분출했다. 수증기를 24시간 내뿜는 화산 아래 도시에 머무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에트나..

시칠리아 - 시라쿠사 2

시라쿠사 여행 이틀째. 오전에 고고학 공원에 다녀오고 오후에는 내내 바다에서 놀았다. 오르티지아에는 두 개의 해변 - Spiaggia Diana nel Forte, Spiaggia di Cala Rossa - 이 있다. Spiaggia Diana nel Forte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성 옆에 있다. 성벽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넓은 바위가 있어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Cala Rossa는 해변이 조금 더 길고 폭도 넓어서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는 두 군데 다 갔다. Diana nel Forte 해변에는 돌이 많아서 게를 많이 잡았다. 잠자리채를 재빨리 휘두르면 작은 물고기도 잡을 수 있었다. 지겨워질 때쯤 Cala Rossa로 옮겨서 물놀이를 했다. 한낮에는 ..

시칠리아 - 시라쿠사 1

아이들 부활절 방학 기간에 5박 6일 일정으로 시칠리아에 다녀왔다. 시칠리아는 면적이 대한민국의 1/4만 한 큰 섬으로 짧은 기간에 다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동해안의 카타니아, 시라쿠사. 에트나 화산만 보고 오기로 했다. 파리에서 이지젯으로 카타니아 공항으로 이동, 공항에서 시라쿠사행 버스를 탔다. 파리에서는 패딩을 입고 다녔는데 시칠리아의 날씨는 초여름이었다. 버스에 앉아 햇빛을 받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시라쿠사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피스타치오 젤라토와 카놀로를 주문했다. 카놀로는 시칠리아의 전통 디저트로 원통 모양의 튀긴 페이스트리 안에 크림을 넣어 먹는다. 피스타치오 크림과 리코타 치즈 크림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에게 판매 직원이 "두 개 ..

피렌체

피렌체 2일 차. 아침 일찍 우피치 미술관에 갔다. 우피치 미술관에서는 한국인 가이드가 진행하는 3시간짜리 투어에 참여했다. 미술관의 주요 작품들을 시대 순서대로 돌며 관람했다. 가이드가 피렌체의 역사와 르네상스 미술을 엮어서 설명해 주시니 더 보이는 것이 많았다. 어린이들도 생각보다 열심히 듣고 잘 따라다녔다. 점심에는 또 티본스테이크를 먹었다. 이번에는 피렌체에서 한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유명한 식당인 달오스떼에 갔다. 예약을 하면서 이틀 연속으로 스테이크가 들어갈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맛있게 먹었다. 후식으로 젤라토를 사 먹고 대성당 주변을 걸었다. 대성당 입장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다음 날로 미뤘는데 큰 실수였다. 다음 날이자 우리 여행의 마지막 날은 공휴일이라 대성당 입장이..

피사 - 피렌체

제노바에서 피렌체로 이동하는 날. 제노바 기차역 앞 카페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카페 이름이 원소 기호 4개 - Ca, F, He, In - 를 이용해서 카페인 CaFHeIn이었다. 화학 전공자가 개업한 카페임이 분명하다. 화학 전공자는 커피도 잘 만든다.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가 가장 훌륭한 커피이지만, 아침에는 카푸치노를 한 잔 마시는 것도 괜찮다. 모양도, 맛도, 향도 훌륭한 100점짜리 카푸치노였다. 제노바에서 피렌체로 가는 길에 피사에 들렀다. 피사의 사탑 하나 보기 위해 들릴 가치가 있나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기차가 지나가는 길이니 들러보기로 했다. 피사역 짐 보관소에 가방을 맡기고 피사의 사탑으로 향했다. 사탑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유명한..

제노바 Genova 2

친퀘테레에 다녀와서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 피곤해해서 피자를 테이크아웃 해와서 먹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 평점 좋은 테이크아웃 피자 전문점이 있었다. 피자 가게 안에는 주문한 피자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대부분 퇴근길에 들린 동네 사람들로 보였다. 그렇다면 맛집이 분명하다. "30분 넘게 걸릴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그럼요!" 덕분에 30분 동안 동네 구경을 했다. 골목길 바에는 저녁을 먹기 전에 가볍게 맥 주 한 잔 마시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고, 파스타나 햄을 파는 식료품점에는 저녁거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성당 앞 계단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테이크아웃한 포카치아나 피자를 먹고 있었다. 오래 기다린 피자는 이탈리아 기..

친퀘테레 Cinque Terre

이탈리아 여행 둘째 날. 친퀘테레 Cinque Terre에 다녀왔다. 친퀘테레는 "다섯 개의 땅"이라는 뜻으로 리구리아 해안에 위치한 다섯 개의 마을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몬테로소 알 마레 Monterosso al Mare, 베르나차 Vernazza, 코르닐리아 Corniglia, 마나롤라 Manarola, 리오마조레 Riomaggiore 다섯 개의 마을은 바로 이웃해 있고 철도로 연결되어 있어서 쉽게 오갈 수 있다. 제노바 역에서 기차를 타고 첫번째 마을 베르나차 Vernazza로 향했다. 베르나차에는 다섯개의 마을 중 유일하게 항구가 있다. 기차역에서 항구로 이어지는 마을의 중앙 도로 Via Roma 좌우로 코발트색 집들이 늘어서있다. 항구 바로 옆 작은 교회와 언덕 위의 성에서는 멋진 바다 전망..

제노바 Genova 1

아이들 투썽 Toussaint 방학 기간에 이탈리아 제노바 - 피사 - 피렌체 여행을 다녀왔다. 제노바 (영어로는 제노아 Genoa)는 이탈리아의 주요 항구 도시이며 크리스토프 콜럼버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제노바 공화국은 중세 시대에 베네치아와 함께 지중해를 장악했던 강력한 해상공화국이었으나, 1797년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점령 때 멸망했다. 지금도 제노아의 거리에는 옛 제노바 공화국의 깃발이 많이 걸려 있다. 제네바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내려 놓고 바로 근처 카페에 갔다. 아내와 커피 바에 선 채로 에스프레소를 한 잔씩 마셨다. 진한 커피 향이 혈관을 따라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이다. 이런 좋은 커피가 단 돈 1.3유로다. 다음으로 젤라토 가게를 찾았다. 작은 컵에 두 가지 맛을 골라서 담는다. 나는 피..

이탈리아 - 나폴리 2

이탈리아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바리스타 두 명이 보고도 믿기지 않는 속도로 주문을 처리하고 있었다. 한 명은 주문에 관계없이 그냥 계속해서 커피를 뽑아내는 것 같다. 바에 서서 1분 만에 마시는 커피에 이제 익숙해졌다. ​ 나폴리에서는 고고학박물관과 Cappella Sansevero 박물관에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전날 카펠라 산세베로에 가보니 표가 없었다. 미리 예약을 했어야 하는데. 박물관의 조각상들을 보고싶어 했던 아내가 많이 아쉬워했다. ​ 고고학박물관은 티켓에 여유가 있었다. 아이들이 피곤해 하는 것 같아 오후 시간을 예약하고 오전 내내 호텔에서 쉬다가 근처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 점심으로 해산물 튀김과 햄치즈 플레이트, 나폴리 파자, 해산물 뇨끼를 먹었다. 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