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근교/여행 22

디즈니랜드 파리

회사에서 복지 혜택으로 디즈니랜드 티켓을 받았다. 12월 4일에만 사용이 가능한 티켓. 12월에 디즈니랜드라니.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 하는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아이들이 아빠가 디즈니랜드 티켓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 아이들 학교 오전 수업을 마치자마자 데리고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활짝 웃으며 달에서 걷는 우주인만큼 가벼운 발걸음으로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안 오겠다고 했던 생각이 좀 미안해졌다. 파리 디즈니랜드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파크와 디즈니랜드 파크로 나뉘어져 있다. 스튜디오 파크에서 가장 먼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어벤져스 어셈블리를 탔다. 빠른 속도로 출발하며 360도 회전하는 롤러코스터라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어..

파리 튈르리 공원 크리스마스 마켓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튈르리 크리스마스 마켓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마켓의 줄지어 늘어선 음식 부스에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겨울 음식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라클렛, 타르트 플람베, 슈크르트, 소시지, 양파 수프, 타르티플레트 등등. 공원 곳곳에 고소한 치즈 향이 퍼졌다.  우리는 한 바퀴 돌며 구경한 끝에 타르티플레트를 먹기로 했다. 타르티플레트는 삶은 감자에 베이컨과 양파를 볶아 넣고, 르블로숑 치즈를 얹어 만드는 요리다. 우리 아이들은 여기 트러플 버섯이 추가된 타르티플레트를 먹고 싶다고 해서, 찾느라 시장을 두 번이나 돌아야 했다. 점심을 먹은 후, 후식으로 추러스를 사 들고 마켓을 다시 둘러봤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파는 물건들은 해마다 비슷비슷해 조금 식상하다. 가끔 눈에 띄는 괜찮아 ..

생제르맹앙레 Saint-Germain-en-Laye

파리 교외의 생제르맹앙레에는 12세기에 건설된 성이 있다. 이곳은 프랑스 왕들의 주요 거처 중 하나였으며, 루이 14세가 태어난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왕의 사냥터가 울창한 산림 공원이 되었고, 왕의 정원은 주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원이 되었다. 파리에 처음 왔을 때 한 번 가보고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몇 년만에야 다시 찾았다. 예전에 아이들이 신나게 놀던 놀이터는 이제 시시한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놀이터에서 노는 대신 낙엽을 밟으며 공원을 걸었다.  공원의 동쪽에는 길이가 2km가 넘는 테라스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서면 센강과 라데팡스, 그리고 멀리 파리까지 보인다. 이 테라스는 17세기 말, 루이 14세의 지시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

파리의 노르웨이 크리스마스 마켓

튈르리 광장과 라데팡스를 시작으로 이번 주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꽃도 단풍도 진 회색빛 거리에 저녁 5시만 되어도 이미 어둠이 내려앉으니, 프랑스 사람들이 11월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조금 색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고자 검색을 하다가 주말에 파리 근교 베지네 Vesinet 에서 노르웨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는 소식을 발견했다. 2주 전 노르웨이 여행에서 맛있게 먹었던 연어와 순록 고기 핫도그를 판매한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노르웨이 교회는 앞뒤로 정원이 있는 2층 주택이었다. 정원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노르웨이 사람으로 보이는 자원봉사자들이 역시 노르웨이 사람으로 보이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파리의 한인교회 바자회에 가면 딱 이런..

PSG 경기 직관, 스타디움 투어

우리 집 큰아들은 축구를 하러 학교에 간다.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고, 방과 후 과정에서 축구를 하고, 주말에는 공원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한다. 축구 경기를 보는 것도 좋아해서,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열리는 주에는 경기 결과와 하이라이트를 열심히 찾아본다. 나도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해서 서너 달에 한 번 정도 PSG 스타디움에 경기를 보러 간다. 자주 가면 좋겠지만 티켓 가격이 부담스럽고, 경기가 보통 일요일 밤에 열려서 다음 날 아이의 학교 생활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경기가 있을 때에만 경기를 보러 간다. PSG는 프랑스 리그에서는 거의 패배하지 않는 최강 팀이고, 요즘 이강인 선수가 활약하고 있어서 항상 재미있게 경기를 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친구가 아들과..

파리 방브 벼룩 시장

일요일 아침에 LP를 사러 방브 벼룩시장에 갔다. CD나 LP는 보통 한 장에 1~2유로 판다. 이 정도 가격이면 잔뜩 사게 될 것 같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살만한 것이 별로 없다. 벼룩시장도 시장이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반을 1유로에 팔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작위로 매대에 놓여있는 수백장을 다 뒤져야 살만한 물건이 한두장 나온다. 판매자가 알파벳 순서대로 정리를 해놓으면 찾기 쉬울텐데 절대 그렇게 해놓지 않는다. 슈만 피아노 협주곡이나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사러 갔는데 못찾고 다른 음반만 몇 장 샀다. 방브 벼룩시장에는 골동품 가구, 그림, 그릇이 주로 판매된다. 예쁜 커피잔 세트가 보여서 “이거 얼마에요?” 물어봤다. 판매자가 이야기하는 가격의 50%를 젱..

몽마르트 언덕 산책

오랜만에 아내와 몽마르트 언덕에 갔다. 몽마르트는 가면 참 좋은데, 막상 잘 가지 되지는 않는 곳이다. 낮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고, 밤에는 또 너무 없어서 좀 그렇다. 아침에 한번 와봐야겠다 생각을 했지만 실천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파리에서 가장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곳은 몽마르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센강, 루브르, 튈르리 공원, 오르세, 샹젤리제 거리 같은 장소들은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지만 몽마르트 같은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광장의 화가들, 빈티지한 카페,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샹송, 벤치에 앉아 있는 연인들, 그리고아틀리에까지, 낭만적인 것들은 다 모아놓았다. 물론 단순히 이런 요소들을 모아 놓는다고 해서 낭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

파리의 역사를 간직한 파사주 Passage, 갤러리 비비안 Galerie Vivienne

두 아이가 모두 친구 집에서 슬립오버를 했다. 이런 기회를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아내와 파리 시내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레스토랑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직을 나와 산책을 했다. 팔레 후야얄을 걷고 갤러리 비비안 Galerie Vivienne에 갔다. 이곳은 파리의 대표적인 파사주 쿠베르 Passage couvert 중 하나다. Passage는 '통로' couvert는 '덮인'을 뜻한다. 그러니까 passage couvert는 덮인 통로라는 의미이다. 건물 사이의 좁은 보행자 통로 위에 유리 천장을 덮어놓은 구조다. 통로 양쪽에는 상점들이 있으니 옛날 아케이드라고 볼 수 있다. 낮에는 골동품, 책,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우리가 갔던 늦은 시간에는 상점들이 모두 문을 ..

생클루 공원 Domaine National de Saint-Cloud

단풍철이 찾아왔다. 원래 계획은 부르고뉴로 포도밭 단풍을 보러 가는 것이었지만, 가족들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취소했다. 대신 가까운 생클루 공원으로 소풍을 다녀왔다. 생클루 공원은 황제들이 머물렀던 성이 있던 자리다. 비록 성은 1870년 프로이센 전쟁 중에 파괴되었지만, 성터와 정원, 숲은 여전히 남아 파리 시민들에게 쉼터가 되고 있다. 파리에서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어 가족들과 주말에 자주 찾는다. 공원 입장료는 없지만, 차를 가지고 들어가려면 7유로를 내야 한다. 파리의 주차료를 생각하면 7유로는 공짜나 다름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뭇가지 숲'은 공원 안쪽까지 들어가야 해서 항상 차를 가지고 간다.  잔디밭에서 공놀이를 하고, 숲에서 나뭇가지를 모아 나무집을 만들고, 지겨워지면 숲..

지베르니 Giverny

올 여름 지베르니에 갔다가 기념품샵에서 '지베르니의 사계절' 사진책을 본 아내가 말했다. "여기 매 계절마다 왔어야 했는데!" 사진 속 지베르니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이었다. 봄에는 튤립이 피고 등나무 꽃이 일본식 다리 주변을 덮는다. 여름에는 가장 많은 꽃이 피어서 화려하고, 가을에는 정원이 금빛과 붉은색으로 물든다. 겨울에는 잠들어 있는 듯한 연못 위로 눈이 덮여 있었다.  그래서 가을의 지베르니를 다시 찾아갔다. 모네의 집을 덮은 담쟁이 덩굴은 붉게 변했고, 연못 주변의 나무에도 단풍이 들었다. 정원에는 여름에 왔을 때 피어있던 꽃들은 모두 지고, 대신 보라색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가을 꽃은 여름 꽃보다는 작고 수수했지만 단풍과 잘 어울렸다.  정원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