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근교/일기 16

빵은 중요하다 - 프랑스 빵 예찬

빵이 너무 맛있다. 레스토랑에 가면 기본으로 주는 빵, 호텔 조식 빵, 회사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주는 빵, 회의 때 쉬는 시간에 주는 빵, 카페에서 아침 세트 메뉴로 나오는 빵 다 맛있다. 심지어 슈퍼에서 파는 식빵도 맛있다. 어딜 가나 빵이 맛있는 건, 그만큼 프랑스 사람들에게 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중요했으면 1986년까지 정부가 빵값을 통제했고, 바게트 제조 방법에 대한 법령 baguette de tradition française 이 있어서 허용된 재료만 넣어야 전통 바게트라거 부를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가 목이 잘린 분도 있다 (사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최근에는 집 근처 맛있는 빵집이 문을 닫아서 삶의 질이 현격하게 저하되어 이사 간다..

프랑스 요리는 어떻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까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 뭐가 가장 그리울 것 같냐는 동료의 질문에 ‘프랑스 요리’라고 대답했다. 나는 맛있는 음식에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주는대로 먹고 찾아 먹지 않는다. 평소에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어서 요리를 전담하는 아내가 힘들어한다. 회사 식당에서는 메뉴를 보지 않고 짧은 줄 뒤에 가서 선다. 그런데도 프랑스에서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왜 좋은지는 딱히 설명하기 힘들었는데, 유네스코에 프랑스 요리가 등재된 이유를 읽고는 이거다! 싶었다. - the use of fresh, preferably local products and complementary flavours - careful selection of dishes re..

파리 필하모니 Philharmonie de Paris

한 달에 두 번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파리에 와서 새로 생긴 취미다. 라디오프랑스에도 가끔 가지만 홈그라운드는 파리 필하모니다. 파리필하모니의 피에르 불레즈 홀은 내가 가본 공연장 중에서 가장 음향이 좋은 곳이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시야가 가리지 않고 무대가 잘 보이는 것도 이 홀의 장점이다. 차를 가져와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면 바로 공연장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건물 밖으로 나간다. 입구에서 아름다운 건물을 향해 걸어가는 것부터 이미 공연 감상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들뜬 사람들을 따라 공연장 안으로 들어간다. 차가운 느낌을 주는 금속 재질의 외부와는 달리 공연장 내부는 부드럽고 따듯한 느낌이다. 친구들과 온 사람들은 바에서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혼자 온 사람들은 CD..

루브르 박물관 Sully관 308호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항상 이란의 유물이 전시된 SULLY관 308호를 찾는다. 내가 지금까지 여행을 가본 나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이란이다.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세폴리스에 갔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설렌다. 루브르의 이란 전시실에 들어서면 이란 여행의 추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 이곳에는 이란의 고대 도시 수사에서 가져온 유물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수사는 기원전 4천년 엘람인들이 건설한 도시다. 기원전 5세기경, 페르시아 제국의 황금기를 통치한 다리우스 1세가 이곳에 거대한 궁전을 건설하였다. 하지만 페르시아 제국은 겨우 2세기 밖에 가지 못하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정복당한다. 그 후 수사 궁전은 파괴되고 잊혀져 사막의 모래 속에 묻힌다. ​ 궁전은 천년이 넘게 흐른 뒤1884년부터..

미슐랭 레스토랑도 할인이 되나요? - Table Bruno Verjus

파리에 온 이후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아내와 함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다. 사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정통 서비스를 온전히 누리려면 저녁에 가야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저녁엔 갈 수가 없다. 게다가 보통 점심 메뉴가 저녁보다 훨씬 저렴해서, 단품 메뉴를 100유로 정도에 즐길 수 있다. 여전히 매우 부담되는 가격이지만, 미식의 도시에서 살고 있으니 1년에 한 번쯤은 사치를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합리화할 만한 수준이다. 결혼 11주년 기념일에는 Table Bruno Verjus를 예약했다.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오픈 키친 구조라 셰프와 주방 팀이 요리하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어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레스토랑에 도착해 메뉴를 보고 당황했다. 메뉴판에..

파리 패럴림픽

내가 사는 도시에 올림픽이 열리는 행운이 찾아왔다. 올림픽 경기는 티켓 값이 너무 비싸서 몇 경기 못봤지만, 대신 패럴림픽 경기에 많이 찾아갔다. 올림픽 경기보다 훨씬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패럴림픽 경기에 대한 궁금증도 컷고, 올림픽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파리 올림픽은 비용을 절감하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하지 않는 방침을 세웠다. 대신 시내 광장에 임시 경기장을 설치하거나, 대형 전시장을 경기장으로 개조해서 사용했다. 그래서 에펠탑 스타디움, 앵발라드 스타디움, 그랑팔레 스타디움 같은 멋진 경기장들이 탄생했다. 랜드마크 경기장들은 패럴림픽 기간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만큼 많은 관중들이 찾았다.  패렬림픽 경기는 올림픽 경기와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