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근교 38

트루아 Troyes

'holy city of stained glass'라고 불리는 트루아. 작은 도시 안에 교회와 성당이 10개가 있다. 교회마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특색이 다 달라서 모두 가봐도 지루하지 않다고 한다. 실내 조각이 예술이었던 Église Sainte-Madeleine,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Basilique Saint-Urbain, 웅장한 Saint-Pierre Saint-Paul 대성당까지 보고 아이들은 "성당은 이제 그만"을 외쳤다. 억지로 끌고 다니는 것은 아이들도 부모도 힘든 일이니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해 준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다 똑같은 교회 구경은 이제 그만하고 시청 앞 광장 카페에서 와플을 하나씩 사줬다. 나는 샹파뉴에 왔으니 샹파뉴 치즈 Chaource를 먹었다. 부드럽고 향도 강하지..

프로뱅 Provins

토요일 아침. 거의 일주일 만에 해가 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앞으로도 일주일 동안 내리 비가 온다고 한다. 기회가 있을 때 햇볕을 쬐러 나가야 한다. 에트르타, 퐁텐블로, 바르비종 파리 근교에 갈만한 곳을 검색하다가 지수 친구네가 프로뱅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나섰다. 프로뱅의 구시가지는 11세기 요새 도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성벽에 먼저 올라가 봤다. 성 안쪽에는 마을이, 밖으로는 초원이 펼쳐진다. 성벽은 12세기에서 14세기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그 옛날 왜 이렇게 높은 성을 쌓아야만 했을까? 성에서 내려와서 마을에 들어갔다.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지만 예쁜 마을이었다. 프랑스 어디를 가나 마을 가운데 광장이 있..

샤르트르 Chartres

매일 밤 샤르트르 Chartres의 주요 유적지들은 빛으로 된 옷을 입는다. 샤르트르 대성당과 바로 옆 미술관에는 건물 외벽에 비춘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이 펼쳐진다. 그 외에도 다리, 교회, 거리 곳곳에 화려한 조명을 비춘다. 오후 늦게 샤르트르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밤 9시, 조명이 켜지는 시간에 맞춰 나갔다. 샤르트르 대성당 외벽에 프랑스의 과거와 오늘을 주제로 한 영상을 비추고 있었다. 별로 기대 안 했는데 막상 보니 정말 대단했다. 아이들도 우와! 우와! 탄성을 지르면서 봤다. 성당의 서쪽은 빛으로 건물을 채색해 놓았다. 수많은 조각상들이 모두 색색의 옷을 입었고 얼굴 표정과 머리카락까지 표현해 놓았다. 조명 옷이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선명했다. 빛 공연이 있는 장소들을 찾아 ..

Chateau de Maintenon 맹트농 성

루이 14세가 정부였던 맹트농 부인에게 하사했다는 맹트농 성. 그동안 가본 다른 성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지만 그래서 정말 사람이 살던 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성 안에 17세기에 사용되었던 가구와 의복들도 전시되어 있다. 크기가 요즘으로 치면 유아용품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25세기 사람들이 내 옷을 보면 유아복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인류는 이제 클 만큼 컸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성에 딸린 정원에서 간식을 먹고 곤충도 잡고 송사리도 잡으면서 놀았다. 정원 건너편에는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으로 물을 끌어가기 위해 만들던 수도교의 흔적이 남아있다. 베르사유 궁전까지 거리가 50km는 될 텐데,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수도교를 건설하기 위해 동원된 사람이 몇 명인지 이야기를 듣던 아..

지베르니 Giverny

모네의 정원으로 유명한 지베르니에 다녀왔다. 지베르니는 파리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한여름에 아이들과 가기에 적당한 방법은 아니다. 차를 하루 렌트해서 가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 모네의 정원에 도착했다. 예약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해서 입장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아무 문제없었다. 평일 오전에, 예약 입장만 가능한데도 여름휴가 시즌이라 사람이 많았다. 모네의 정원은 정말 예뻤지만 아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덥다, 목이 마르다, 개구리가 없다, 배고프다 계속 칭얼대는 통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빠도 초록이 얼마나 좋은 건지 알게 된 건 얼마 전인데 너희들한테 정원을 느끼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 다음에 너희들 학교 갔을 ..

동물원 La Tanière - Zoo refuge

샤르트르 근교에 특별한 동물원이 있다. La Tanière - Zoo refuge는 동물원이자 버려진 동물들을 데려와서 보호하는 쉼터이다. 사자, 코끼리, 말, 원숭이, 물개 등 살고 있는 동물의 구성은 다른 동물원과 비슷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동물들을 소개하는 표지판이다. 이름, 서식지, 나이, 먹이 등 일반적인 정보에 추가하여 어떻게 여기 오게 되었는지가 적혀있었다. 서커스에서 야생동물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면서 버려진 동물들이 가장 많았다. 그 외에도 주인이 죽어서 돌봐줄 사람이 없는 동물, 다쳐서 버려진 동물, 실험실에서 은퇴한 동물 등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 모였다. 이곳은 프랑스의 다른 동물원에 비하면 시설이나 환경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구조가 첫 번째 목적이니 이해가 된다. 살고..

퐁텐블로 숲, 바흐비종

날씨가 너무 좋았던 일요일, 퐁텐블로 숲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구글맵에 찾아보니 어린이들도 쉽게 갈 수 있는 산책 코스가 많았다. 길가 주차장에 차를 대고 30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는 코스를 선택했다. 산책길에 들어서자 나비들이 많이 보였다. 곤충채집에 목말라있던 아이들은 정신없이 나비를 쫓아다닌 결과 꽤 여러 종류의 나비를 잡았다. 서울에서는 곤충 채집을 많이 하고 관찰일기까지 썼는데 파리에서는 곤충을 보기 정말 힘들다. 파리를 점령한 비둘기들이 애벌레를 다 잡아먹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곳곳에 바위 터널도 있고, 누군가 만들어놓은 나무집도 있고, 쓰러진 나무들도 있어서 숲 탐험하기 좋았다. 놀면서 걷다 보니 30분 거리 전망대까지 가는데 2시간이 걸렸다.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민..

샹파뉴 단풍 여행

가을 포도밭 단풍 구경을 하러 샹파뉴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샹파뉴는 샴페인 Champagne의 프랑스어 발음으로 샴페인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프랑스 와인 산지는 대부분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지만,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먼저 랭스에 있는 포므리 Pommery의 샴페인 하우스에 들렀다. 1868년 샴페인 사업가 포므리 부인은 채석장을 매입하여 와인 저장소로 바꾸었다. 지금은 저장소에 현대미술 전시를 같이 해서 미술관 겸 와인 셀러가 되었다. 재미있는 미술작품이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아이들도 재미있어했다. 지하 셀러 투어를 마치고 나오면 샴페인 시음을 할 수 있다. 어른들은 포므리의 베스트셀러인 Royal Brut를 마시고 아이들도 스파클링 포도 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