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여름 방학 때 항공사 마일리지도 소진할 겸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왔다. 처음 계획은 공항과 가깝고 시내에 위치한 샹그릴라 탄중아루에서 4박을 하는 것이었지만, 숙박비가 생각보다 비싸 계획을 바꿨다. 먼저 샹그릴라 라사리아에서 2박을 한 뒤, 탄중아루로 이동해 나머지 일정을 보내기로 했다.
샹그릴라 라사리아는 공항에서 택시로 40분 정도 걸렸다. 주변에 갈 만한 곳이 전혀 없었지만, 그 점이 매력이었다. 조용히 숲과 바다에 둘러싸인 채 휴식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리조트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는데, 아이들과 수영장에서 한참을 놀았다. 바다는 파도가 높아 들어가진 못했지만, 바위에서 사는 작은 게나 망둥어를 관찰할 수 있었다. 리조트를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는 도마뱀들도 아이들이 좋아했다.
리조트에서 진행하는 보르네오 열대 우림 관찰 프로그램들이 많았는데, 숲까지는 차를 타고 긴 시간을 이동해야 해서 아이들과 가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반딧불 관찰 프로그램은 리조트에서 멀지 않았지만 우리가 머무는 기간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별 수 없이 리조트 안에서만 지냈지만 그래도 산책하기도 좋고 아기자기한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2박을 하고 샹그릴라 탄중아루로 옮기니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라사리아가 한적하고 조용했다면, 탄중아루는 사람들로 붐볐다. 성인용 수영장은 한산한데 어린이들이 입장 가능한 수영장에만 사람들이 많았다. 수영장에 슬라이드가 3개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리조트에 딸린 작은 해변에는 숙박 기간 내내 수영 금지 깃발이 올라가 있어서 들어가 보지 못했다.



둘째 날에는 배를 타고 근처 사피섬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샹그릴라 리조트에서 사피섬을 왕복하는 배가 있어서 편리했다. (시내 선착장에서 가는 것보다 가격은 훨씬 비쌌다) 스피드 보트가 바람을 가르며 파도 위를 통통 튀듯이 달리자 아이들은 환호했다.
날씨가 흐려서 기대가 크진 않았지만, 막상 스노클링을 해보니 다양한 물고기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아이들도 물속에서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을 발견할 때마다 크게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사피섬에는 야생 원숭이들도 있었는데, 원숭이들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다가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뺏길 뻔했다.




샹그릴라 탄중아루에서는 시내와 가까워서 이동이 편리했다. 그랩으로 현지 음식을 배달해 먹기도 했고, 저녁에는 야시장에도 들렀다. 야시장에는 과일과 해산물이 가득했는데, 그중에서도 ‘존맛탱’이라고 한국어로 크게 적어놓은 망고가 눈에 띄었다. 망고를 팔던 청년은 능숙한 한국어로 시식을 권하며 품종별 특징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원래는 야시장에서 해산물로 저녁을 해결하려 했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고 아이들이 더위와 생선 굽는 연기에 지쳐 있어 꼬치 몇 개만 사서 맛만 보았다. 어린이들은 아직 에어컨 잘 나오는 레스토랑 놔두고 시장 좌판에서 밥을 먹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을 나이다. 시장에서 기념품도 사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쇼핑센터에 들러 망고 초콜릿과 차를 샀다.





코타키나발루는 세계적으로도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다가 어느 순간 핑크빛과 주황빛이 겹겹이 번지며 바다와 하나가 되는 장관을 볼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머무른 닷새 동안은 날씨가 흐려 해가 지는 장관을 온전히 볼 수 없었다. 해가 아예 얼굴을 비추지 않거나, 수평선 가까이 내려오다 이내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다.
대신 탄중아루 해변에서 매일 아침 멀리 키나발루산 위로 해가 떠오르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해변과 바다가 일몰을 보러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이는 저녁보다는 오히려 조용한 아침 풍경이 더 고즈넉하고 좋았다. 일몰은 다음을 기약하고, 둘째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싱가포르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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