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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에서 찾은 작은 프랑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한 달.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제일 그리운 건 빵이었다. 파리바게트의 바게트는 바게트가 아니었다. 불평하는 아이에게 “바게트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빵이라고 생각하고 먹어봐. 그러면 나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해봤지만, 당연히 통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주말에 서래마을에 가봤다. 첫 번째로 들어간 베이커리에서 둘째가 그럴듯한 바게트를 발견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쟁반에 올렸다. “아빠, 이건 바게트야!” 바게트, 크로아상, 빵오쇼콜라까지 필수품 세 가지를 사고 나니, 첫째가 말했다. “아빠, 나 슈켓 먹고 싶은데.” 그래서 서래마을 빵집들을 돌아다녀 봤지만, 슈켓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치즈 가게를 발견했다. 진열장에는 프랑스에서 자주 먹던 치즈들이 가득했지만,..

대한민국/서울 2025.03.02

파리 지하 묘지 카타콤 Catacombes de Paris

파리 카타콤(Catacombes de Paris)은 파리 시내에 위치한 지하 묘지다. 18세기 후반, 파리시는 주요 공동묘지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위생 문제가 심각해지자, 묘지를 폐쇄하고 유골을 이장하기로 결정했다. 수백만구의 유골이 당시의 지하 채석장 터널로 옮겨졌다. 현재는 일부 구간이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지하 20m 깊이까지 계단을 따라 내려가 좁고 어두운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파리의 과거를 무주하게 된다. 전염병, 전쟁, 기근 등 책에서 봤던 역사적인 사건들이 이곳에는 유해의 형태로 실재한다. 지상의 아름다운 파리와 대비되는, 지하의 어둡고 무거운 풍경과 '600만 구' 라는 압도적인 숫자는 방문객들이 말을 잃게 한다. 카타콤으로 이장된 유골들은 원래 있던 묘지별로 구분되어 쌓였다..

파리 샹젤리제 극장 - 파리 챔버오케스트라와 키릴 게르스타인

갑자기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이 듣고 싶어졌다. 혹시 1월 중에 공연이 있을까 찾아봤는데, 마침 파리 샹젤리제 극장 Théâtre des Champs-Élysée 에서, 바로 당일 저녁에 공연이 있었다. 이런 행운이! 그렇게 해서 샹젤리제 극장에 가게 되었다. 이 날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이 무려 세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직접 연주하고 지휘했다. 오케스트라는 파리 챔버오케스트라가 맡았다. 파리챔버오케스트라는 살리에리의 라 폴리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더해서 총 네곡이 연주된다. 샹젤리제 극장은 처음 가봤다. 내외부가 모두 화려하기보다는 절제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천장화와 조명도 아름다웠다. 1913년 건축되었을 당시에는 꽤 혁신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

부르고뉴 - 세뮈르 Semur, 퐁트네 수도원, 베즐레 Vezelay

알프스에서 스키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는 날. 파리까지 한 번에 이동하기에는 먼 길이라, 리옹 근처 고속도로 호텔에서 하루 숙박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파리로 올라오며 그 동안 '한 번 가봐야지' 생각만 했던 부르고뉴 Bourgogne의 소도시들을 몰아서 숙제하듯 돌아봤다.  세뮈르 Semur-en-Auxois 강과 돌다리, 마을의 성벽이 한 프레임에 담긴 사진을 보고 꼭 한번 가봐야 겠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그 사진이 찍힌 장소를 먼저 찾아갔다. 그런데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돌다리는 공사중이라 가림막이 처져 있었고, 강물은 뿌옇게 흐려져 있었으며, 하늘마저 흐려서 사진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을 산책을 하면서 실망감을 좀 달랠 수 있었다. 중세 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돌길을..

2024 알프스 스키 여행 - 티뉴 Tignes & 발디제르 Val-d'Isère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 알프스의 티뉴 Tignes 스키장에 다녀왔다. 토요일에 리조트에 도착해서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7일간 스키를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이틀간 무려 100cm가 넘는 눈이 쏟아졌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은 눈은 본 적이 없었다. 대설경보에 눈사태경보, 강풍경보까지 겹쳐 고지대로 올라가는 스키 리프트는 모두 운행이 중단되었다.  비교적 안전한 초중급 리프트 몇 개는 운영을 했지만, 강한 바람과 눈발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스키를 타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스키 강습은 취소되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눈보라를 뚫고 매일 강습을 받았다. 아이가 바람에 이리저리 휘청이는데도 스키 강사는 활짝 웃으며 '트릭을 연습하기 좋은 날씨'라고 ..

파리필하모니 공연 - 화형장의 잔다르크 Jeanne d'Arc au bûcher

파리필하모니에서 프랑스 작곡가 Arthur Honegger의 오라토리오 화형장의 잔다르크 Jeanne d'Arc au bûcher 연주회가 있었다. 잔다르크의 재판과 처형 과정을 극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처음 접하는 작곡가의 낯선 곡이지만, 잔다르크 역할에 이름을 올린 배우를 보고는 주저 없이 예매했다. 그러니까 연주회를 보러 갔다기 보다 마리옹 꼬띠아르를 보러 간 셈이다.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와 합창, 그리고 내레이션으로 구성이 된다. 오라토리오인데 독특하게도 주인공인 잔다르크는 노래가 아니라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알고 보니 마리옹 꼬띠아르는 과거에도 이미 여러 차례 이 극에서 잔다르크 역할을 연기한 베테랑이었다. 연주는 훌륭했다. 알랭 알티놀루 Alain Altinoglu 가 지휘한 ..

노르망디 - 몽생미셸, D-DAY Gold Beach

4년 전, 프랑스에 온 첫 해에 몽생미셸을 방문했다. 그때는 춥고 비가 오는 날씨에, 힘들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업고, 수많은 인파를 뚫고 다니느라 정말 힘들었다. 아내와 '고난의 행군'이라고, 이거 순례자가 따로 없다고 농담을 했던 기억만 남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몽생미셸을 이런 식으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아서, 다시 한번 가보았다. 이번에는 방에서 몽생미셸을 볼 수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에 저녁 늦게 도착해 커튼을 열었더니 창 밖으로 몽생미셸이 보였다. 호텔 방에서 몽생미셸을 보며 컵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멀리서만 보기에는 아쉬워 셔틀 버스를 타고 몽생미셸 앞까지 다녀왔다. 적막한 밤바다 속에서 홀로 빛나는 수도원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다음 날, 호텔 테..

노르망디 - 캉 Caen

주말을 이용해 몽생미셸 여행을 다녀왔다. 먼저 캉 Caen에 들렀다가 몽생미셸로 이동해 하룻밤 숙박하고, 다음 날 몽생미셸을 본 뒤 D-DAY 해안을 거쳐 파리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지루한 여행이 될 것 같아 캉으로 가는 길에 아이들과 할 만한 곳을 찾아보던 중, 비오트로피카 Biotropica 라는 동물원을 발견했다. 동물원 바로 앞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아내가 호수 풍경을 그림으로 담는 동안 나는 아이들과 동물원을 구경했다. 동물원의 메인은 열대우림의 생태계를 재현한 대형 실내 돔 Tropical Dome이었다. 이곳에서는 나무늘보, 악어, 원숭이, 뱀 등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두더지가 파놓은 땅굴의 단면을 유리로 만들어서 두더지들이 굴을 ..

디즈니랜드 파리

회사에서 복지 혜택으로 디즈니랜드 티켓을 받았다. 12월 4일에만 사용이 가능한 티켓. 12월에 디즈니랜드라니.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 하는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아이들이 아빠가 디즈니랜드 티켓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 아이들 학교 오전 수업을 마치자마자 데리고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활짝 웃으며 달에서 걷는 우주인만큼 가벼운 발걸음으로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안 오겠다고 했던 생각이 좀 미안해졌다. 파리 디즈니랜드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파크와 디즈니랜드 파크로 나뉘어져 있다. 스튜디오 파크에서 가장 먼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어벤져스 어셈블리를 탔다. 빠른 속도로 출발하며 360도 회전하는 롤러코스터라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어..

코트다쥐르 Côte d'Azur - 칸 Cannes

니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서 일출을 보러 나갔다. 바다를 겨울에 여행하면 장점이 그리 많지 않지만, 새벽같이 일어나지 않아도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참 좋다. 붉게 물든 하늘 위로 해가 떠오르자, 아침 조깅을 하던 사람들도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덴마크인 친구가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카페 코펜하겐 커피 랩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시나몬 빵과 바게트를 샀다. 호텔에 돌아와 아침으로 빵을 먹으며 아내와 니스에서 할만한 일들을 검색해 봤지만 마음을 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즉흥적으로 칸 Cannes에 가기로 했다. 마침 니스에서 파리로 가는 열차가 칸에 정차하니, 칸에서 놀다가 예정된 열차를 칸에서 타고 파리에 가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