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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여행 2

여수 여행 둘째 날.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만성리 검은모래해변으로 향했다. 택시 기사님은 "거기 뭐 할 거 없어요. 애들 데리고는 예술랜드 같은 데를 가야지"라며 만류하셨지만, 택시에서 내려 해변을 본 아이들은 바로 바다를 향해 뛰어갔다."아빠, 저기 뭐 잡을 게 엄청 많을 것 같아!!"아이들 말대로 잡을 것이 정말 많았다. 돌을 들추면 작은 게와 소라게, 새우가 숨어 있었고, 망둥어도 한 마리 잡았다. 해변에 굴러다니는 비닐봉지를 주워 모래사장 아래 묻어 작은 연못을 만들고, 그곳에 잡은 녀석들을 풀어놓고 관찰했다. 바지락을 캐는 할머니들 사이에 껴서 세 시간을 꼬박 채집활동을 했다. 둘째가 손바닥만 한 게를 잡으려다 집게발에 손가락을 물려 펑펑 우는 소동도 있었다.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게가 놔주지를..

대한민국 2026.04.25

여수 여행 1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가 곧 소멸된다는 알림을 받았다. 주말 마일리지 티켓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아보니 여수가 유일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금요일 반차를 내고 2박 3일 여수로 떠났다.이번 여행은 두 아들에게 기획을 맡겨 보기로 했다. 여수 여행 계획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어 오라고 했더니, 형제는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토론을 시작했다. 그 결과 ‘Must Eat 5, Must Visit 5’가 담긴 꽤 그럴싸한 여행 가이드가 완성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을 ‘모시고’ 다녔는데, 이제 제법 숙련된 여행자의 모습이 보여 아빠로서 꽤 뿌듯했다.첫날은 여수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의 'Must Visit' 리스트 1순위였던 아쿠아리움에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아쿠아리움에 가기에는 시..

카테고리 없음 2026.04.24

파리 출장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프랑스 출장이 잡혔다. 아이들은 함께 가고 싶다고 졸랐지만, 대신 먹고 싶은 것들을 사다 주겠다고 약속했다. 가족 단톡방에는 위시 리스트가 점점 길어졌다.회사 예산으로 괜찮은 호텔을 잡으려면 교외로 나가야 했지만, 파리의 추억을 하루라도 더 오래 느끼고 싶어서 시내의 작은 호텔을 선택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나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테라스에 앉으시겠어요, 아니면 실내에 앉으시겠어요?”라는 직원의 질문에 나는 주저 없이 테라스를 선택했다.와인을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프랑스가 그리운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여유가 깃든 공기가 참 그리웠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하지만 나는 여유를 즐길 시간이 없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주문한 것들을 사기 위해 파리 곳곳을 쏘다..

코타키나발루

아이들 여름 방학 때 항공사 마일리지도 소진할 겸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왔다. 처음 계획은 공항과 가깝고 시내에 위치한 샹그릴라 탄중아루에서 4박을 하는 것이었지만, 숙박비가 생각보다 비싸 계획을 바꿨다. 먼저 샹그릴라 라사리아에서 2박을 한 뒤, 탄중아루로 이동해 나머지 일정을 보내기로 했다. 샹그릴라 라사리아는 공항에서 택시로 40분 정도 걸렸다. 주변에 갈 만한 곳이 전혀 없었지만, 그 점이 매력이었다. 조용히 숲과 바다에 둘러싸인 채 휴식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리조트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는데, 아이들과 수영장에서 한참을 놀았다. 바다는 파도가 높아 들어가진 못했지만, 바위에서 사는 작은 게나 망둥어를 관찰할 수 있었다. 리조트를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는 도마뱀들도 아이들이 좋아했다. 리조트..

아시아 2025.09.26

싱가포르 - 리틀인디아, 마리나베이 샌즈, 차이나타운

호텔에서 한낮의 더위를 피하고 리틀인디아에 갔다. 거리 곳곳에서 향신료 냄새가 나고, 인도 음악이 들려왔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문화와 색감에 신기해하며 거리를 걸었다. 싱가포르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마찬가지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행정 인력과 노동자들이 이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리틀인디아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리틀인디아에는 힌두교 사원인 스리 비라마칼리암만 사원이 있다. 건물을 장식한 화려한 신상들이 눈길을 끌었다. 힌두교 사원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신자들이 경전을 읽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신앙심이 아주 깊다는 느낌을 들었다. 우리 가족은 종교가 없지만, 성당이나 교회, 절을 가릴 것 없이 사원을 방문하면 초를 사서 피우고 기도하곤 한다. 이번에도 초를 피우며 마음속으로 기도..

아시아 2025.09.15

싱가포르 - 쥬얼창이, 머라이언 파크, 가든스바이더베이

코타키나발루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뒤, 우리는 싱가포르로 향했다. 싱가포르는 아이들이 오래전부터 꼭 가보고 싶어 했던 나라였다. 둘째 아이가 파리에 살 때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 가족도 그곳에 살고 있어,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아이 친구 가족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8개월 만에 친구를 만난 아이들은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부모끼리도 가까운 사이라, 같이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아이 친구의 가족을 다라 쥬얼 창이로 향했다. 거대한 실내 폭포와 정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침 싱가포르 60주년을 기념하는 불빛 쇼도 볼 수 있다. 쇼핑몰 구경을 하고 Hainan Story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치킨 라이스, 버터 토스트, 카레 국수 등 하이난..

아시아 2025.09.10

서래마을에서 찾은 작은 프랑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한 달.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제일 그리운 건 빵이었다. 파리바게트의 바게트는 바게트가 아니었다. 불평하는 아이에게 “바게트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빵이라고 생각하고 먹어봐. 그러면 나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해봤지만, 당연히 통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주말에 서래마을에 가봤다. 첫 번째로 들어간 베이커리에서 둘째가 그럴듯한 바게트를 발견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쟁반에 올렸다. “아빠, 이건 바게트야!” 바게트, 크로아상, 빵오쇼콜라까지 필수품 세 가지를 사고 나니, 첫째가 말했다. “아빠, 나 슈켓 먹고 싶은데.” 그래서 서래마을 빵집들을 돌아다녀 봤지만, 슈켓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치즈 가게를 발견했다. 진열장에는 프랑스에서 자주 먹던 치즈들이 가득했지만,..

대한민국/서울 2025.03.02

파리 지하 묘지 카타콤 Catacombes de Paris

파리 카타콤(Catacombes de Paris)은 파리 시내에 위치한 지하 묘지다. 18세기 후반, 파리시는 주요 공동묘지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위생 문제가 심각해지자, 묘지를 폐쇄하고 유골을 이장하기로 결정했다. 수백만구의 유골이 당시의 지하 채석장 터널로 옮겨졌다. 현재는 일부 구간이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지하 20m 깊이까지 계단을 따라 내려가 좁고 어두운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파리의 과거를 무주하게 된다. 전염병, 전쟁, 기근 등 책에서 봤던 역사적인 사건들이 이곳에는 유해의 형태로 실재한다. 지상의 아름다운 파리와 대비되는, 지하의 어둡고 무거운 풍경과 '600만 구' 라는 압도적인 숫자는 방문객들이 말을 잃게 한다. 카타콤으로 이장된 유골들은 원래 있던 묘지별로 구분되어 쌓였다..

파리 샹젤리제 극장 - 파리 챔버오케스트라와 키릴 게르스타인

갑자기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이 듣고 싶어졌다. 혹시 1월 중에 공연이 있을까 찾아봤는데, 마침 파리 샹젤리제 극장 Théâtre des Champs-Élysée 에서, 바로 당일 저녁에 공연이 있었다. 이런 행운이! 그렇게 해서 샹젤리제 극장에 가게 되었다. 이 날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이 무려 세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직접 연주하고 지휘했다. 오케스트라는 파리 챔버오케스트라가 맡았다. 파리챔버오케스트라는 살리에리의 라 폴리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더해서 총 네곡이 연주된다. 샹젤리제 극장은 처음 가봤다. 내외부가 모두 화려하기보다는 절제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천장화와 조명도 아름다웠다. 1913년 건축되었을 당시에는 꽤 혁신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

부르고뉴 - 세뮈르 Semur, 퐁트네 수도원, 베즐레 Vezelay

알프스에서 스키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는 날. 파리까지 한 번에 이동하기에는 먼 길이라, 리옹 근처 고속도로 호텔에서 하루 숙박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파리로 올라오며 그 동안 '한 번 가봐야지' 생각만 했던 부르고뉴 Bourgogne의 소도시들을 몰아서 숙제하듯 돌아봤다.  세뮈르 Semur-en-Auxois 강과 돌다리, 마을의 성벽이 한 프레임에 담긴 사진을 보고 꼭 한번 가봐야 겠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그 사진이 찍힌 장소를 먼저 찾아갔다. 그런데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돌다리는 공사중이라 가림막이 처져 있었고, 강물은 뿌옇게 흐려져 있었으며, 하늘마저 흐려서 사진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을 산책을 하면서 실망감을 좀 달랠 수 있었다. 중세 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돌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