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알자스로렌, 보주 9

로렌 미군 묘지 Lorraine American Cemetery

가끔 출장을 가는 Saint-avold라는 작은 마을에 미군묘지가 있다. 매번 그냥 지나치다가 이번 출장 때 처음으로 들어가봤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으로 펼쳐진 십자가의 행렬에 깜짝 놀랐다. 이정도로 큰 규모일지는 상상도 못했다. ​ 여기 묻혀 있는 병사는 10,489명으로 모두 2차대전 때 로레인 지방에서 숨졌다고 한다. 십자가마다 병사들의 이름, 소속, 고향, 사망일이 적혀 있었다. 묘지 가운데 서니 만명이 얼마나 많은 수인지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 기념관에는 로레인 지방에서 벌어졌던 전투들을 설명하는 대형 전시물들이 있었다. 독일과의 국경인만큼 전투가 치열했고 사망자도 많았다. 그래서 알자스로레인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공원묘지를 많이 보게 된다. ​ 2차대전의 사망자는 6천만명 정도로 추..

랭스 Reims, 낭시 Nancy

여름휴가로 알자스에 가는 길에 랭스와 낭시에 들렀다. 아침 일찍 자는 아이들을 차에 태워 출발해서 랭스 노트르담 성당에 도착했다.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은 본당의 길이가 138m, 높이 38m로……” 이런 설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길이 138m, 높이 38m 규모의 공간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전에 가봤던 비슷한 규모의 성당도 떠올려본다. 그러면 어느 정도 성당의 크기가 짐작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미리 그림을 그려보고 가도 막상 성당 앞에 서면 그 규모에 깜짝 놀라게 된다. 랭스 대성당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도 그랬다. 작년에 왔을 때의 기억이 분명한데도 처음 보는 것처럼 크기에 압도되었다. 낭시에서는 스타니슬라스 광장 Place Stanislas에서 점심을 먹었다. 프랑스의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메츠 대성당 Cathédrale Saint Étienne de Metz

로렌 Lorraine 지방에 있는 공장에 출장을 갔다. 파리에서 TGV를 타고 메츠역에 내려서 차를 빌렸는데 시간이 조금 남아 메츠 대성당 Cathédrale Saint Étienne de Metz에 가봤다. 메츠 대성당을 비롯해서 구시가지의 건물 벽이 모두 노란빛을 띄었다. 로렌 지방의 석회암에는 철성분이 많은데 철이 산화되면서 변색이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내가 출장을 가는 석유화학 공단도 과거에는 철광석을 사용한 중공업으로 시작이 되었다고 했다. 메츠 대성당은 프랑스에서 3번째로 큰 성당으로 올해 800살이 되었다. 실내 높이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가본 성당들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렇게 높은 벽을 스테인드글라스가 가득 채우고 있다. 높고 폭이 좁아서인지 실내가 어두웠고 그래서 스테인드글라스..

크리스마스 마켓 - 스트라스부르 & 오베르네

스트라스부르는 Capitale de Noël, 크리스마스의 수도라고 불린다. 11월 말이 되면 프랑스의 모든 도시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지만 그중에서도 스트라스부르가 가장 유명하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은 1570년에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도시의 모든 광장에 마켓이 열리는데 이를 위해 ‘그랜드 일’ 지역은 자동차의 출입이 통제되고 전체가 보행자 거리가 된다. 마켓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클레베르 광장에는 높이가 30m가 넘는 거대한 트리가 들어선다. 작년에는 코비드 때문에 마켓이 취소되어 가지 못하고, 올해는 1박 2일로 다녀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켓답게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프랑스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영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한국어, 온갖 언어들이 들렸다. 구시가지 ..

보주 자연공원

알자스 휴가의 반은 와인 루트의 마을들을 돌아보면서, 나머지 반은 보주 자연공원 Parc naturel régional des Ballons des Vosges에서 보냈다. 산을 오르는 길을 운전하면서 강원도 평창의 외갓집에 가는 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겹겹이 펼쳐진 초록색 산, 작은 마을들, 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의 모습이 익숙했다. 산 중턱의 작은 마을에 자리잡은 별장을 숙소로 잡았다. 별장에는 6개 방이 있었는데, 공용 수영장과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들과 지내기에 좋았다. 하루 종일 숙소에서 수영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놀다가 지루해지면 가까운 관광지를 찾아 다녔다. Munster 멍스테르 알자스에서 보주 산맥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작은 마을로, 마을 이름과 같은 Munster 치즈가..

넷째 날 - 다섯째 날. 콜마르와 에기솅

콜마르 Colmar는 알자스에서 스트라스부르에 이어 두번째로 큰 도시로 구시가지를 통과하는 운하가 유명하다. 운하가 있는 구역은 '작은 베니스'라는 뜻으로 쁘띠 베니스라고 부른다. 운하 쪽으로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알자스식 버거, 알자스식 그라탕, 알자스식 고기 갈레트 Fleischkiechle를 주문했다. 화이트 와인을 주문하니 긴 초록색 목 위에 작은 볼이 달린 알자스식 와인잔에 담아 나왔다. 아이들이 운하를 지나가는 배와 오리를 구경하는 동안 디저트까지 여유 있게 먹을 수 있었다. 우리 옆 테이블에는 독일인 커플이 앉아있었다. 종업원들도, 독일인들도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며 이야기했다. 알자스에서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같이 쓰는 것이 기본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

셋째 날. 케제르베르

아침 일찍 일어나 빵을 사러 옆마을에 갔다. 빵집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은 인사를 나누느라 바쁘다. 주변의 더 작은 마을에는 빵집이 없어서 다들 여기로 빵을 사러 오는 것 같다. 바게트를 사서 숙소로 오는 길에 한 입 뜯어먹었다. 갓 구운 바게트를 한 입 베어먹지 않고 집까지 들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프랑스 빵은 너무 맛있다. 레스토랑에 가면 기본으로 주는 빵, 호텔 조식 빵, 회사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주는 빵, 회의 때 쉬는 시간에 주는 빵, 카페에서 아침 세트 메뉴로 나오는 빵 다 맛있다. 심지어 슈퍼에서 파는 식빵도 맛있다. 어디를 가나 빵이 맛있는 건, 그만큼 프랑스 사람들에게 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중요했으면 1986년까지 정부가 빵 값을 통제했고, 바게트 제조 방법에 대한 법령 ..

둘째 날. 오쾨니스부르 성, 독일 국경 넘기

나 혼자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 다른 식구들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숙소를 나와 옆 마을 로덴 Rodern까지 산책을 했다. 포도밭 샛길로 걸어가다가 포도를 한 알 따먹어봤다. 아직 안 익어서 단 맛은 전혀 없지만 상큼한 맛은 있었다. ​언덕 위에 오르니 포도밭 가운데 자리잡은 마을이 보였다. 이렇게 예쁜 마을이 가이드북의 '주요 마을'에는 이름을 못 올렸다. 이 동네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 마을 위에는 아침 안개가 내려앉았고, 멀리 오늘 방문할 오쾨니스부르 성 Chateau de Haut-Koenigsbourg이 보인다. ​​ ​​ ​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할 때 보니 새벽에는 잘 보였던 성이 구름 속으로 숨어 버렸다. 성에 오르면 산 아래 그림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

첫째 날. 리보빌레, 위나비르, 리퀴비르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알자스 지방은 프랑스의 주요 화이트 와인 산지이다. 드넓은 포도밭 사이에 작고 예쁜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고 '알자스 와인 루트'가 이 마을들을 연결한다. 여름 휴가 기간 와인 루트를 따라가며 마을들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알자스 출신인 회사 동료에게 아이들과 알자스로 여행을 간다고 이야기했다. 고맙게도 가봐야 할 곳과 먹어야 할 것을 장문의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알자스 와인 루트에는 예쁜 마을이 많아. 오베르네, 에귀샤임, 리퀴비르, 카이제베르그, 리보빌레…… 그림 같은 마을에서 와인까지 생산해. 몇일 걸리더라도 꼭 다 가봐. 와인도 종류별로 마셔봐야 해!" ​지도를 찾아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와인루트를 다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북쪽의 마을들은 포기하고 남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