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12

노르망디 - 몽생미셸, D-DAY Gold Beach

4년 전, 프랑스에 온 첫 해에 몽생미셸을 방문했다. 그때는 춥고 비가 오는 날씨에, 힘들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업고, 수많은 인파를 뚫고 다니느라 정말 힘들었다. 아내와 '고난의 행군'이라고, 이거 순례자가 따로 없다고 농담을 했던 기억만 남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몽생미셸을 이런 식으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아서, 다시 한번 가보았다. 이번에는 방에서 몽생미셸을 볼 수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에 저녁 늦게 도착해 커튼을 열었더니 창 밖으로 몽생미셸이 보였다. 호텔 방에서 몽생미셸을 보며 컵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멀리서만 보기에는 아쉬워 셔틀 버스를 타고 몽생미셸 앞까지 다녀왔다. 적막한 밤바다 속에서 홀로 빛나는 수도원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다음 날, 호텔 테..

노르망디 - 캉 Caen

주말을 이용해 몽생미셸 여행을 다녀왔다. 먼저 캉 Caen에 들렀다가 몽생미셸로 이동해 하룻밤 숙박하고, 다음 날 몽생미셸을 본 뒤 D-DAY 해안을 거쳐 파리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지루한 여행이 될 것 같아 캉으로 가는 길에 아이들과 할 만한 곳을 찾아보던 중, 비오트로피카 Biotropica 라는 동물원을 발견했다. 동물원 바로 앞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아내가 호수 풍경을 그림으로 담는 동안 나는 아이들과 동물원을 구경했다. 동물원의 메인은 열대우림의 생태계를 재현한 대형 실내 돔 Tropical Dome이었다. 이곳에서는 나무늘보, 악어, 원숭이, 뱀 등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두더지가 파놓은 땅굴의 단면을 유리로 만들어서 두더지들이 굴을 ..

노르망디 - 옹플뢰르 Honfleur, 에트르타 Etretat

카부르에서 40분 정도 이동해서 옹플뢰르 Honfleur에 도착했다. 옹플뢰르는 센강 하구에 위치한 작은 항구 도시다. 중세에는 대서양으로 나가는 거점 항로 북적였지만 르아브르에 새 항구가 건설된 후 쇠퇴하였다. 덕분에 옹플뢰르는 중세시대 노르망디 항구의 모습을 유지하게 되었고 이제는 사랑받는 여행지가 되었다.  먼저 옹플뢰르의 중심부에 있는 옛 항구를 찾았다. 항구 주변을 좁고 긴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높이도, 색도 제각각인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항구에는 요트들이 정박해 있고 건물 1층의 레스토랑과 카페는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  구시가지의 골동품 가게와 갤러리들을 구경하고 생트 카트린 교회 Église Sainte-Catherine)를 방문했다. 나무로 지어진 이 교회..

노르망디 - 카부르 Cabourg

지베르니에서 카부르 Cabourg로 이동했다. 카부르는 도빌과 함께 노르망디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이다. 19세기 후반 벨 에포크 시대부터 인기 있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고, 그래서 그 시절의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바로 해변으로 갔다. 피곤하기도 하고, 바람이 차니 추워서 나가기 싫다는 아이들을 산책만 하자고 달래서 데리고 나갔다. 아이들은 물이 빠진 해변을 보고 마음이 금세 바뀌었다. 잠자리채를 들고나가 물이 고인 곳을 찾아다니며 새우를 잡았다. 해가 질 때까지 모래놀이를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오전 간조 시간에 맞춰서 바다에 갔다. 카부르에는 바다 생물들이 별로 없어서 옆동네 울가트 Houlgate에 갔다. 울가트의 해변에는 조개가 많다. 어린이들이 조개 수확을 너..

노르망디 Cerza 동물원

프랑스 북쪽 노르망디에 위치한 Cerza 동물원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동물원 내부에서 숙박을 할 수 있어서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다. 우리 어린이들도 2년 전 처음 가본 뒤 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이번에 다시 한번 다녀왔다. 동물원에 가는 길에 리바로 Livarot 치즈가 만들어지는 리바로에 들러 치즈 공장 견학을 했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된 현대식 공장으로 우유를 입고해서 치즈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볼 수 있다. 견학 코스 끝에는 치즈를 시식하고 구매할 수 있는 샵이 있었다. 동네 대표 치즈인 리바로는 향이 너무 강했다. 대신 역시 노르망디의 주요 치즈 중 하나인 퐁 레베크 Pont l'Eveque 치즈와 카망베르 Camembert 치즈를 샀다. Cerza 동물원..

노르망디 - 페캉, 에트르타, 르아브르

노르망디의 작은 항구 도시 페캉 Fécamp에 1박 2일 일정으로 출장이 잡혔다. 마침 아이들 여름 방학이 막 시작해서 다 같이 페캉에 가서 주말까지 놀다가 왔다. 노르망디의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매우 크다. 썰물 때 맞춰서 나가면 갯벌이나 갯바위에서 조개, 게 같은 바다 생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7월의 대서양은 수영을 하기에는 차갑지만 물에 발을 담그고 게를 찾아다니기에는 딱 좋았다. 어린이들은 나흘 내내 아침 저녁으로 바다에 나갔다. 파도를 쫓고, 모래 놀이를 하고, 갯바위의 돌을 뒤집고 다녔다. 20분만 찾아도 손바닥만 한 게를 서너 마리는 잡을 수 있었다. 불가사리, 새우, 작은 물고기까지 원 없이 잡고, 관찰하고, 기록하고, 풀어주었다. 노르망디의 해산물은 파리에 비하면 훨씬 싸고 신선하다..

벡 수도원 Abbaye du Bec

아이들과 노르망디 Cerza 동물원에 다녀오는 길에 벡 수도원 Abbaye du Bec 에 들렀다. 수도원 안에 들어가려면 가이드 투어를 해야 해서 투어 시간에 맞춰서 갔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없는 코스지만 동물원에서 1박 2일을 놀았으니 군말 없이 따라와 주었다. 가이드 투어에는 우리와 프랑스인 노부부 한쌍이 참여했다. 가이드 아저씨가 설명을 하는 중간중간 우리를 위해 영어로 요점정리를 해주었다. 프랑스 역사책을 최근에 읽어서 프랑스어 설명도 꽤 많이 들을 수 있었다. 11세기에 수도원이 처음 설립된 이후 정복왕 윌리엄 시절 노르망디공국과 잉글랜드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고, 학교로 쓰이기도 했다. 한때 파리의 노트르담과 견줄 만큼 거대한 교회가 있었지만 무너졌다. 그래서 수도사들이 다 같이 식사를 하던 ..

노르망디 - 디에프 Dieppe

지수와 약속한대로 여름이 가기 전에 다시 바다에 갔다. 여름 노르망디에 숙소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호텔 사이트와 공유숙박 사이트를 수시로 드나든 끝에 디에프에 다른 사람이 취소한 숙소를 예약하는데 성공했다. ​디에프는 자갈 해변이라 아이들이 잘 놀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썰물때는 갯벌이 드러났다. 썰물 때마다 바다에 나갔다.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고 파도를 쫓아다니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이번에도 작은 물고기, 새우, 소라게를 잔뜩 잡아서 관찰했다. 소라게가 모래를 파고 들어가는 건 내가 봐도 신기했다. 윤수가 근처에 있던 동네 꼬마에게 게 잡는 법을 배워왔다. "아빠. 게는 햇빛을 싫어해서 바위 밑에 숨어있어. 그래서 바위 밑을 뒤지면 많이 나와." "아까 형이 ..

노르망디 - 울가트 Houlgate

7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전. 프랑스인 동료들과 화상 회의를 했다. 일 이야기는 순식간에 끝나고 다들 여름 바캉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동료가 주말에 뭐하는지 묻길래 이 회의가 끝나면 울가트에 간다고 이야기했다. 노르망디에서 회의에 참석한 동료가 환호했다. "브라보! 울가트 정말 좋아. 붐비지도 않고 깨끗하고 바다도 예쁘지. 도빌, 까부르 그런데는 파리 사람들이나 가는 거야. 우리 노르망디 사람들은 울가트에 가." 파리에서 2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 울가트에 도착했다. 노르망디 사람 말 대로 근처 도빌 보다 훨씬 작고 조용했다. 한여름의 바다라고 하기에는 정말 한산했다. 주말 내내 날씨가 궂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울가트에 온 주목적은 수렵 채집 활동이다. 2박 3일 동안 매일 갯벌에 나가 게와 조개를..

노르망디 - 도빌, 트루빌, 까망베르

도빌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해서 놀이터에도 잘 안가는 집돌이 지수가 어쩐 일인지 바다에 모래놀이 하러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급하게 노르망디 여행을 계획했다. 모래 놀이가 목적이니 넓은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도빌 Deauville에 갔다. 도빌 해변의 모래사장은 길이가 3km가 넘고 폭이 가장 넓은 곳은 300m나 된다. 모래사장을 한참 걸어야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해변에 나온 사람들은 모래 놀이를 하고, 연을 날리고, 축구를 하고, 도시락을 먹고. 요가를 하고, 말을 탔다. 더러는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발이 시리도록 물이 차가운데도 맨몸이었다. 모래가 곱고 깨끗하고 바닷물도 깨끗해서 아이들이 놀기 좋았다. 도빌에 머무르는 사흘 동안 매일 바다에 나가 모래성을 쌓고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