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헤 4

일드레 4, 라로셸

어린이 고객 님들이 전날 바다에서 두 번이나 놀았지만 '잡을 것'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컴플레인을 했다. 숙소 근처의 해변은 모래사장이라 간조 때 물이 빠져도 게나 새우 같은 바다 생물들이 없었던 것이다. 어린이 고객님의 컴플레인을 받아들여 바다 생물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봤다. 이틀 전 생태관찰선생님과 갔던 바다에 écluse à poissons 라고 부르는 구조물이 있었다. 바위 해변에 허리 높이로 돌 벽을 쌓아 놓았는데, 만조 때 들어온 물고기가 간조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서 쉽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설이 잇는데 독살이라고 부른다. 독살이 있는 곳이라면 바다 생물이 있을 것 같았다.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숙소에서 10분 거리 Sainte-Marie-de-Ré에 독살이 있..

일드레 3

아침을 먹고 바다에 나갔다. 이 날은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그래서 윈드서핑과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 많았다. 카이트에 바람을 가득 담고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2~3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60대로 보이는 젊은 형님들과 백발의 할아버지도 있었다. 60대가 되어도 바람이 불때마다 설레는 가슴으로 보드를 들고 바다에 나갈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울산에 살 때 윈드서핑을 배워본 적이 있다. 보드에 올라서 균형을 잡고 세일을 끌어올려서 잡는 데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힘겹게 세일을 잡아도 물에 빠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도 바람을 받아 앞으로 보드가 나아갈 때는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바람이 부는 바다에 다시 살게 된다면 카이트 서핑을 배워..

일드레 2

일드레로 여행을 떠나기 전 섬 관광안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다양한 액티비티가 소개되어 있었다. 간조시간에 바다생태전문가와 함께 갯벌에 나가 바다 생물들을 관찰하는 '간조 사파리 Safari à marée basse'가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이 갯벌에서 게, 조개, 새우를 잡는 것을 좋아하니 이번 기회에 선생님한테 더 자세히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못 알아들어도 생물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아 등록을 했다. 약속 장소는 일드레 섬의 끝 '고래 등대'였다. 등대 이름에서 이곳이 포경선이 드나드는 항구였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말고도 10여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늘의 가이드 에르베 Hervé 선생님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일드레 1

야간 침대기차를 타고 프랑스 남부 카르카손과 콜리우흐에 가는 멋진 여름 휴가 계획을 세웠지만 갑자기 생긴 출장 때문에 취소를 해야 했다. 그렇다고 여름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 4박 5일의 짧은 일정으로 일드레 Île de Ré로 여행을 떠났다. 일드레로 가는 길에 앙제 Angers에 들러 앙제 성을 방문했다. 앙제 성은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루아르 강변의 다른 성들과는 달리 매우 투박한 모습이다. 2.5m 두께의 벽과 17개의 거대한 타워가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준다. 중세 시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때 프랑스 왕보다 더 많은 땅을 다스렸던 앙주 Anjou 공작의 힘을 보여주는 듯하다. 앙제 성에는 14세기에 제작된 140m 길이의 거대한 타피스트리가 보관되어 있다. La tenture de l’A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