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7

생제르맹앙레 Saint-Germain-en-Laye

파리 교외의 생제르맹앙레에는 12세기에 건설된 성이 있다. 이곳은 프랑스 왕들의 주요 거처 중 하나였으며, 루이 14세가 태어난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왕의 사냥터가 울창한 산림 공원이 되었고, 왕의 정원은 주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원이 되었다. 파리에 처음 왔을 때 한 번 가보고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몇 년만에야 다시 찾았다. 예전에 아이들이 신나게 놀던 놀이터는 이제 시시한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놀이터에서 노는 대신 낙엽을 밟으며 공원을 걸었다.  공원의 동쪽에는 길이가 2km가 넘는 테라스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서면 센강과 라데팡스, 그리고 멀리 파리까지 보인다. 이 테라스는 17세기 말, 루이 14세의 지시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

리옹 구시가지 Vieux Lyon, 전통 식당 부숑 리오네 Bouchon Lyonnais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는 출장을 가서 혼자 저녁을 먹더라도 꼭 레스토랑에 가서 챙겨 먹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귀찮아지기 시작해 요즘은 패스트푸드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오늘도 호텔에 들어오니 나가기 싫어졌고, 마침 바로 근처에 있는 KFC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미식의 도시 리옹에 와서 KFC에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구시가지로 나섰다. 리옹 구시가지 Le Vieux Lyon은 리옹 중심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된 곳이다. 과거에는 실크 직물을 생산하는 공방과 이탈리아 상인들의 거주지였으나, 지금은 카페와 상점, 그리고 전통 식당인 부숑 리오네 Bouchon Lyonnais가 자리잡고 있다. 부숑 리오..

지베르니 Giverny

올 여름 지베르니에 갔다가 기념품샵에서 '지베르니의 사계절' 사진책을 본 아내가 말했다. "여기 매 계절마다 왔어야 했는데!" 사진 속 지베르니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이었다. 봄에는 튤립이 피고 등나무 꽃이 일본식 다리 주변을 덮는다. 여름에는 가장 많은 꽃이 피어서 화려하고, 가을에는 정원이 금빛과 붉은색으로 물든다. 겨울에는 잠들어 있는 듯한 연못 위로 눈이 덮여 있었다.  그래서 가을의 지베르니를 다시 찾아갔다. 모네의 집을 덮은 담쟁이 덩굴은 붉게 변했고, 연못 주변의 나무에도 단풍이 들었다. 정원에는 여름에 왔을 때 피어있던 꽃들은 모두 지고, 대신 보라색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가을 꽃은 여름 꽃보다는 작고 수수했지만 단풍과 잘 어울렸다.  정원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

장미 마을 제르베루아 Gerberoy

파리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Gerberoy 제르베루아는 장미 마을로 유명하다. 장미 시즌에는 집집마다 장미가 화사하게 피어 마을 전체가 장미 정원으로 바뀐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주민들이 예쁘게 가꾼 정원과 돌담을 구경했다.  후기인상파 화가 앙리 르 시다네르 Henri Le Sidaner가 만든 정원에도 방문했다. 르 시다네르는  폐허가 된 시골집을 구매하여 정원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는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가꾼 이 정원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다양한 꽃이 피어있는 화단과 작은 연못, 화가의 아뜰리에를 볼 수 있다.  마을에는 예쁜 카페와 식당이 많이 있었지만 빈 테이블이 없었다. 미리 예약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서둘러 마을을 ..

샤모니 Chamonix - 락 블랑 Lac Blanc 트레킹

7월 초 샤모니 Chamonix와 안시 Annecy로 5박 6일간 짧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샤모니에서는 트레킹을 하고 안시에서는 호수에서 놀면서 쉬는 계획이다.  1일 차 오전 샤모니 도착, 오후 Lac Blanc 트레킹2일 차 오전 Brevent 트레킹, 오후 Mer de Glace 빙하 견학3일 차 Aiguille de midi 전망대, Panoramic Mont Blanc를 타고 이탈리아 왕복, Plan de l'Aiguille4일 차 Parc de Merlet 동물원, 샤모니 시내 박물관5~6일 차 안시 호수 새벽에 파리에 출발해서 점심때쯤 샤모니에 도착했다. 다음 날부터 트레킹을 할 계획이었으나 샤모니 일정의 마지막 날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첫날부터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첫 트레킹은 샤모니..

낭트 Nantes

포닉에 다녀오는 길에 낭트 Nantes에 들렸다. 낭트는 소설가 쥘베른이 태어난 도시다. 루아르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그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작은 박물관이 있었다. 쥘베른이 19세기에 쓴 작품들은 SF소설의 시초라고 불린다. 대표작인 해저 2만 리와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혔다. 박물관에는 그의 유물과 오래된 책 판본들, 그리고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기계들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쉬다가 저녁 늦게 트램을 타고 구시가지에 나가봤다. 낭트는 주말에는 대중교통이 무료인 대신 구시가지에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덕분에 여유 있게 골목골목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낭트는 행정구역상으로는 Pays de la Loire 지방에 속하지만 브르타뉴 Bre..

첫째 날. 리보빌레, 위나비르, 리퀴비르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알자스 지방은 프랑스의 주요 화이트 와인 산지이다. 드넓은 포도밭 사이에 작고 예쁜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고 '알자스 와인 루트'가 이 마을들을 연결한다. 여름 휴가 기간 와인 루트를 따라가며 마을들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알자스 출신인 회사 동료에게 아이들과 알자스로 여행을 간다고 이야기했다. 고맙게도 가봐야 할 곳과 먹어야 할 것을 장문의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알자스 와인 루트에는 예쁜 마을이 많아. 오베르네, 에귀샤임, 리퀴비르, 카이제베르그, 리보빌레…… 그림 같은 마을에서 와인까지 생산해. 몇일 걸리더라도 꼭 다 가봐. 와인도 종류별로 마셔봐야 해!" ​지도를 찾아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와인루트를 다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북쪽의 마을들은 포기하고 남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