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여행 둘째 날.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본 Bonn에 다녀왔다. 본은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나누어져 있을 때 서독의 수도였다. 본 사람들은 도시가 수도로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그만큼 작은 도시였다.
본은 베토벤의 고향이다. 베토벤은 1770년 본에서 태어나서 1792년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기 전까지 본에서 살았다. 그가 살던 집은 베토벤 박물관이 되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박물관에는 베토벤이 사용했던 악기, 책상, 필기구, 그가 작성한 원본 악보가 전시되어 있었다. 아무렇게나 낙서를 한 것처럼 보이는 악보인데 연주를 하면 위대한 음악이 된다고 생각하니 신기했다.
박물관 한켠에는 해드폰으로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혼자 갔다면 한두곡 끝까지 들어봤겠지만 아이들이 재미없다고 칭얼거려서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
박물관에서 나와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봤다. 베토벤의 대형 동상이 있는 뮌스터 광장 Münsterplatz을 중심으로 구시가지의 광장마다 마켓이 조성되어 있었다. 시가지가 크지 않아서 걸어서 쉽게 돌아볼 수 있었다.
쾰른의 크리스마스 마켓보다는 훨씬 한가해서 구경하기 좋았다. 크리스마스 장식, 공예품, 장갑과 양말, 악세사리 등 파는 물건은 대동소이했다.
점심으로 시장에서 소시지나 연어를 사먹으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어린이들이 레스토랑에서 먹고싶다고 했다. 밖에서 먹기에는 날이 춥기도 해서 맛있는 냄새를 사방으로 퍼트리는 음식들은 구경만 했다.
여행을 다닐 때 가능하면 그 도시의 서점에 찾아가본다. 본에는 문을 닫은 극장을 개조해서 만든 서점이 있었다. 서점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옛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서점인데 바뀌기 전에 어떤 용도였는지 맞춰보라고 했다.
"어! 오페라 극장이네!"
발코니형 좌석을 본 윤수가 바로 맞추었다. 공연장에 많이 데리고 다닌 보람이 있다. 서점 2층에는 극장 2층이었을때의 좌석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사람들이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책 구경을 하면서 무대, 티켓 부스, 영사기 등 극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 멋진 변신이다.
점심은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레스토랑에 갔다. 독일에서 레스토랑 = 비어홀이다.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Brauhaus Bönnsch 이라는 이름의 식당을 찾아갔다. 쾰른에서는 쾰시 맥주를 마시고, 본에서는 본쉬 맥주를 마셔야 하니까.
알자스 여행 때 맛있게 먹었던 알자스식 피자 타르트 플람베 Tarte flabee를 독일에서는 Flammkuchen 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었다. 파가 잔뜩 올라가서 느끼하지 않고 맛있었다. 전날 저녁에 라면으로 입가심을 한 뒤라 소시지도 맛있게 먹었다. 독특한 모양의 잔에 담겨 나오는 맥주도 깔끔하고 좋았다.
본은 베토벤의 고향이자 하리보 젤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1920년 한스 리겔 Hans Riegel이라는 사람이 본에 젤리 회사를 창립하면서 본인 이름, 성, 도시의 앞 두글자를 따 Ha Ri Bo 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본에 와서 알게된 TMI다.
본 시내에 하리보 스토아가 하나 있고, 외각에는 아울렛이 있다. 우리 가족 모두 젤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살 것 같지는 않아 시내점에 갔다. 하리보 젤리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젤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었다.
쾰른으로 돌아오기 전에 자연사박물관 Museum Koeing에 들렀다. 동물의 박제를 그 동물이 살던 환경을 완벽하게 재현해놓은 공간에 전시해놓았다. 박제의 상태가 완벽해서 시간이 정지된 동물원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1912년에 문을 연 이 유서 깊은 박물관은 알렉산더 쾨니히라는 동물학자가 아프리카와 극지방을 돌며 수집한 표본을 기증한 것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2층에는 그의 연구 활동을 설명하는 자료와 현대 동물학자들이 동물을 연구하는 방법론들을 설명하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물은 대부분 독일어였지만 직관적이어서 독일어를 몰라도 이해하기 쉬웠다. 동선과 배치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잘 설계되어 있었다. 파리의 자연사박물관이 동물을 멋지고 아름답게 전시해놓은것과 비교되어 재미었었다.
동물을 연구하는 것이 꿈인 지수에게는 너무나 완벽한 박물관이었다. 한 시간 정도 둘러보고 나와 쾰른에 가서 노을을 감상할 계획이었으나, 박물관 문 닫을때까지 있다가 밤이 되어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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