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 & 노르망디 22

노르망디 - 몽생미셸, D-DAY Gold Beach

4년 전, 프랑스에 온 첫 해에 몽생미셸을 방문했다. 그때는 춥고 비가 오는 날씨에, 힘들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업고, 수많은 인파를 뚫고 다니느라 정말 힘들었다. 아내와 '고난의 행군'이라고, 이거 순례자가 따로 없다고 농담을 했던 기억만 남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몽생미셸을 이런 식으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아서, 다시 한번 가보았다. 이번에는 방에서 몽생미셸을 볼 수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에 저녁 늦게 도착해 커튼을 열었더니 창 밖으로 몽생미셸이 보였다. 호텔 방에서 몽생미셸을 보며 컵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멀리서만 보기에는 아쉬워 셔틀 버스를 타고 몽생미셸 앞까지 다녀왔다. 적막한 밤바다 속에서 홀로 빛나는 수도원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다음 날, 호텔 테..

노르망디 - 캉 Caen

주말을 이용해 몽생미셸 여행을 다녀왔다. 먼저 캉 Caen에 들렀다가 몽생미셸로 이동해 하룻밤 숙박하고, 다음 날 몽생미셸을 본 뒤 D-DAY 해안을 거쳐 파리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지루한 여행이 될 것 같아 캉으로 가는 길에 아이들과 할 만한 곳을 찾아보던 중, 비오트로피카 Biotropica 라는 동물원을 발견했다. 동물원 바로 앞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아내가 호수 풍경을 그림으로 담는 동안 나는 아이들과 동물원을 구경했다. 동물원의 메인은 열대우림의 생태계를 재현한 대형 실내 돔 Tropical Dome이었다. 이곳에서는 나무늘보, 악어, 원숭이, 뱀 등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두더지가 파놓은 땅굴의 단면을 유리로 만들어서 두더지들이 굴을 ..

노르망디 - 옹플뢰르 Honfleur, 에트르타 Etretat

카부르에서 40분 정도 이동해서 옹플뢰르 Honfleur에 도착했다. 옹플뢰르는 센강 하구에 위치한 작은 항구 도시다. 중세에는 대서양으로 나가는 거점 항로 북적였지만 르아브르에 새 항구가 건설된 후 쇠퇴하였다. 덕분에 옹플뢰르는 중세시대 노르망디 항구의 모습을 유지하게 되었고 이제는 사랑받는 여행지가 되었다.  먼저 옹플뢰르의 중심부에 있는 옛 항구를 찾았다. 항구 주변을 좁고 긴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높이도, 색도 제각각인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항구에는 요트들이 정박해 있고 건물 1층의 레스토랑과 카페는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  구시가지의 골동품 가게와 갤러리들을 구경하고 생트 카트린 교회 Église Sainte-Catherine)를 방문했다. 나무로 지어진 이 교회..

노르망디 - 카부르 Cabourg

지베르니에서 카부르 Cabourg로 이동했다. 카부르는 도빌과 함께 노르망디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이다. 19세기 후반 벨 에포크 시대부터 인기 있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고, 그래서 그 시절의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바로 해변으로 갔다. 피곤하기도 하고, 바람이 차니 추워서 나가기 싫다는 아이들을 산책만 하자고 달래서 데리고 나갔다. 아이들은 물이 빠진 해변을 보고 마음이 금세 바뀌었다. 잠자리채를 들고나가 물이 고인 곳을 찾아다니며 새우를 잡았다. 해가 질 때까지 모래놀이를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오전 간조 시간에 맞춰서 바다에 갔다. 카부르에는 바다 생물들이 별로 없어서 옆동네 울가트 Houlgate에 갔다. 울가트의 해변에는 조개가 많다. 어린이들이 조개 수확을 너..

노르망디 - 지베르니 Giverny

동생이 1주일 동안 파리에 다녀갔다. 파리에만 있기에는 긴 기간이라 노르망디로 2박 3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1일 차 지베르니 Giverny - 카부르 Cabourg2일 차 카부르 Cabourg3일 차 카부르 Cabourg - 옹플레르 Honfleur - 에트르타 Etretat 파리에서 80km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 지베르니는 클로드 모네의 정원으로 유명하다. 클로드 모네는 1883년 지베르니에 정착한 뒤 숨을 거둘 때까지 43년 동안 이곳에서 많은 작품을 창작했다. 지금은 클로드 모네 재단에서 그의 집과 정원을 보존하고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원 입구로 들어가면 모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수련 시리즈가 탄생한 연못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연못가에는 꽃이 피어 있고, 주변에 심어진 버..

브르타뉴 - 반 Vannes, 렌 Rennes

키브롱의 아름다운 바다를 떠나 반 Vannes으로 이동했다. 내비게이션에 반 구시가지의 주차장을 목적지로 지정하고 갔는데 경찰이 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이동했다. 시내에서는 100여명의 성소수자 축제 참가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었다. 축제 참가자들도, 다른 시민들도, 통제하는 경찰들도 평화롭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이번 기회에 아이들에게 성소수자가 무엇인지 설명을 해주었다.  둘째가 전날부터 자외선 때문에 안구 화상을 입었는지 눈이 아프다고 했다. 반에 간 날은 한여름처럼 해가 뜨거워 선글라스를 먼저 사기로 했다. 눈이 아프다고 울면서도 마음에 드는 선글라스가 나올 때까지 안경 가게를 찾아다녔다. 세 번째 가게에서야 마음에 드는..

브르타뉴 - 벨일앙메르 Belle-Île-en-Mer

벨일앙메르 Belle-Île-en-Mer는 키브롱 반도에서 14km 떨어진 섬이다. 이름이 '바다 위의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으로, 보통 줄여서 벨일이라고 부른다.  키브롱항에서 벨일까지는 페리로 40분 정도 걸린다. 페리 예매를 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세일 보트로 벨일을 왕복하는 Iliens라는 업체를 찾았다. 시간은 페리보다 두 배가 걸리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여기로 예약을 했다. 배는 오전 10시에 키브롱항에서 출발했다. 항구를 벗어나 돛을 올리니 배가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Iliens의 배는 쌍동선으로 가운데 그물이 설치되어 있어 위에 앉거나 누워서 갈 수 있었다. 우리도 그물에 누워 바다 바람을 맞으며 지나가는 요트들을 구경했다.  바람이 좋아 예상보다 10분 빠른 1시간 20분 만에 ..

브르타뉴 - 키브롱 Quiberon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의 목적은 갯벌 생물들을 잡는 것이다. 브르타뉴의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썰물 때 해변에 나가면 게, 새우, 불가사리, 소라게, 망둥어 등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다. 키브롱 반도의 끝 Kergalek 해안은 바위해변과 모래사장이 같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 딱 좋았다. 여행기간에 물때도 딱 맞아서 한낮에 물이 빠졌다. 매일 바다에 나가 빠진 바위에서 채집 활동을 하다가 지루해지면 모래사장에서 모래놀이를 했다.  아이들이 손바닥만한 물고기를 잡은 사진을 보고 할머니가 눈먼 물고기가 있었나 보다고 하셨지만 아니다. 노르망디와 브르타뉴의 바다를 섭렵하며 쌓은 노하우와 돌을 몇 개를 뒤집더라도 끝까지 물고기를 쫓아가는 끈기의 결과다.             키브롱에서 차로 30분이면 갈 ..

브르타뉴 - Rochefort-en-Terre

프랑스 사람들에게 노르망디의 바다가 정말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면 옆에서 듣고 있던 브르타뉴 사람이 발끈해서 한마디 한다.  "그건 네가 브르타뉴에 안 가봐서 그래""나 브르타뉴 가봤어. 생말로 Saint-Malo. 정말 예쁘더라.""생말로는 진짜 브르타뉴가 아니야. 행정구역은 브르타뉴지만 사실 노르망디야"이런 반응이 한두 번이 아니다. 브르타뉴 사람들 뿐만 아니라, 파리지앵들도 브르타뉴 바다는 특별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진짜' 브르타뉴의 바다를 찾아가 봤다. 2024년 종전기념일과 예수승천일이 수요일과 목요일에 겹치면서 닷새 연휴가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이 파리를 떠날 거라 예상해 아침 7시에 집을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파리를 빠져나가는 고속도로에는 차가 가득 찼고, 8시간 만에 달려 첫 번째 목..

노르망디 Cerza 동물원

프랑스 북쪽 노르망디에 위치한 Cerza 동물원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동물원 내부에서 숙박을 할 수 있어서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다. 우리 어린이들도 2년 전 처음 가본 뒤 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이번에 다시 한번 다녀왔다. 동물원에 가는 길에 리바로 Livarot 치즈가 만들어지는 리바로에 들러 치즈 공장 견학을 했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된 현대식 공장으로 우유를 입고해서 치즈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볼 수 있다. 견학 코스 끝에는 치즈를 시식하고 구매할 수 있는 샵이 있었다. 동네 대표 치즈인 리바로는 향이 너무 강했다. 대신 역시 노르망디의 주요 치즈 중 하나인 퐁 레베크 Pont l'Eveque 치즈와 카망베르 Camembert 치즈를 샀다. Cerza 동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