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코트다쥐르 12

코트다쥐르 Côte d'Azur - 칸 Cannes

니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서 일출을 보러 나갔다. 바다를 겨울에 여행하면 장점이 그리 많지 않지만, 새벽같이 일어나지 않아도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참 좋다. 붉게 물든 하늘 위로 해가 떠오르자, 아침 조깅을 하던 사람들도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덴마크인 친구가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카페 코펜하겐 커피 랩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시나몬 빵과 바게트를 샀다. 호텔에 돌아와 아침으로 빵을 먹으며 아내와 니스에서 할만한 일들을 검색해 봤지만 마음을 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즉흥적으로 칸 Cannes에 가기로 했다. 마침 니스에서 파리로 가는 열차가 칸에 정차하니, 칸에서 놀다가 예정된 열차를 칸에서 타고 파리에 가기로 했다. ..

코트다쥐르 Côte d'Azur - 니스, 빌프랑슈쉬르메르 Villefranche-sur-Mer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주말에도 7시가 되기 전에 일어난다. 여행 중에도 마찬가지라 식구들이 자는 동안 혼자 숙소를 나와 산책을 하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니스 여행 사흘째 아침.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산책을 나가려는데 아이들이 깨어났다. 당연히 안갈줄 알고 '산책 나갈 건데 같이 갈래?' 물었는데 웬일로 같이 가겠다고 나섰다. 덕분에 조용한 아침 산책이 아이들을 동반한 시끌벅적한 산책으로 바뀌었다. 영국인의 산책길을 걷고 카페에 들러 따듯한 음료를 한잔씩 마셨다. 느즈막이 숙소에서 나온 아내와 살레야 시장 Marché Saleya에서 만났다. 살레야 시장은 니스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꽃 시장이다. 겨울임에도 형형색색의 꽃과 식물들이 가득했다. 꽃 뿐만 아니라 식료품, 간단한 요리,..

코트다쥐르 Côte d'Azur - 에즈 Èze , 망통 Menton, 모나코 Monaco

니스 여행 둘째 날. 당일치기로 주변 도시들을 다녀왔다. 코트다쥐르 Côte d'Azur에는 아름다운 소도시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하루 밖에 시간이 없고 차도 없었기 때문에 니스에서 기차로 갈 수 있는 3곳을 추렸다. 프랑스 남부 해안을 연결하는 철도를 따라가며 에즈, 모나코, 망통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 라인은 20~30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해서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었다.    에즈 Èze  에즈로 가는 기차에서야 에즈가 두 부분, 에즈 빌라쥬 Èze village와 그 아래 해안 마을로 나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절벽 위 중세 마을은 에즈 빌라쥬이지만, 기차역은 해안 마을에 있었다. 해안에서 윗마을로 가는 마을 버스는 한 시간 후에야 운행을 시작했다. 니스에..

코트다쥐르 Côte d'Azur - 니스

11월 말. 아이들 땡스기빙 방학 동안 3박 4일 일정으로 니스 여행을 다녀왔다.  1일 차 파리 - 니스2일 차 에즈, 멍통, 모나코 당일치기3일 차 니스 - 빌프랑스쉬르메르4일 차 니스 - 칸 - 파리 파리에서 니스까지 저가 고속열차인 TGV OUIGO를 탔다. 열차는 파리에서 액상프로방스까지 약 700KM을 단 2시간 30분 만에 주파했지만, 액상프로방스부터 니스까지는 고속철도망이 아니라 훨씬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3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지중해를 따라 아름다운 도시들을 경유해 달리는 구간이라 지루하지 않았다. 니스의 마세나 광장 Place Masséna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마세나 광장은 니스의 중심부에 자리해 있어 주요 명소들로 도보로 쉽게 이동할 수 있었고, 두 개의 트램 라인도 연결되어..

남프랑스 Sausset-les-Pins 2

여행 셋째 날. 일어나서 거실에 나가보니 다니엘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게트와 버터, 잼, 요구르트, 올리브를 넣고 올리브 오일을 발라 구운 남프랑스 빵 푸가스 Fougasse 도 있었다. 다니엘을 도와 식탁을 차리고 커피를 내렸다. 이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어른들은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하며 긴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책을 읽었다. 다니엘이 손자 장난감이라면서 보드 게임을 내왔다. 본인이 가지고 놀려고 들고 나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오후에는 다니엘과 실비와 마르세유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계속 얻어 먹기만 해서 마르세유에 가면 우리가 점심을 살 계획이었다. 그런데 실비가 시간이 많이 없으니 크로크 무슈를 대충 해 먹자고 했다. 결국 또 얻어 먹었다. 다 같이 마르세유의 코스케 ..

남프랑스 Sausset-les-Pins 1

회사 동료 다니엘이 예수승천일 3박 4일 연휴 기간 동안 남프랑스의 자기 집으로 우리 가족을 초대해 주었다. 남프랑스의 뜨거운 햇살을 기대했는데 야속하게도 3박 4일 내내 비가 예보되었다. 그리고 예보한 대로 기차가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액상프로방스 역에 내려서 차를 렌트해 다니엘의 집이 있는 Sausset-les-Pins에 갔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다니엘과 그의 아내 실비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짐을 풀고 거실로 나오자마자 실비가 물었다. “아이들이 배가 고플 것 같은데 팬케이크 만들어줄까?” 번거로우실 것 같아서 괜찮다고 대답하려는 찰나 아내가 재빨리 감사히 잘 먹겠다고 대답했다. (주방에 반죽이 잔뜩 준비되어 있어. 먹어야 돼.) (아…알..

6. 무스티에 생뜨마리, 생크로와 호수

혼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나갔다. 전날 저녁 올라가다가 포기한 바위산 위의 Chapelle Notre-Dame-de-Beauvoir 교회에 갔다. 경사가 가팔랐지만 마을에서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에 돌아보니 생크루아 호수가 보였다. 에메랄드 빛 물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Notre-Dame-de-Beauvoir 교회는 12세기에 처음 지어졌고, 16세기에 증축이 되었다고 한다. 교회의 입구 쪽 창문으로만 해가 들어오는데 조명도 전혀 없어서 실내가 매우 어두웠다. 그 옛날 왜 이렇게 높은 산 위까지 돌을 날라서 교회를 지었을까? 당시 사람들에게 신의 의미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 것이고, 나는 종교인도 아니니 그 이유를 짐작도 하기 힘들다. 금요일은 무스티..

5. 발랑솔

라벤더를 보러 발랑솔에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는데 이제야 발랑솔로 향한다. 발랑솔부터는 리옹에서 일하는 한국인 동료의 가족과 합류했다. 동료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같은 또래라 만나면 같이 잘 논다. 아이들이 잘 놀면 부모들도 더 편하게 쉴 수 있으니 모두가 좋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한국말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그립기도 하다. 발랑솔에 도착해서 화장품 회사 록시땅의 공장에 들러 공장 투어를 했다. 화학 공장을 관리하는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업계의 공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들도 기계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좋아할 것 같았다. 원료 도입부터 배합, 제조, 포장까지 전 과정을 참관할 수 있었다. 화장품에 주로 사용되는 꽃에 대한 설명도 많이 들었고 중간에 화장품 테스트..

4. 액상프로방스

액상프로방스에서 2박을 했다. 밀린 빨래를 하고 한식도 해 먹으면서 중간점검을 하기 위해 에어비엔비를 빌렸다. 액상프로방스는 구시가지 전체가 차 없는 거리였다. 도심 밖에 주차를 하고 숙소까지 짐을 나르는데 고생을 좀 했지만, 이때를 제외하고는 우리도 보행자 천국을 누렸다. 차가 없어진 대신 거리를 사람이 가득 메웠다. 공간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을 채운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느라 즐겁다. 파리보다 조금 더 느슨하고 한 템포 느린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골목길을 쏘다니며 분위기를 만끽했다. 액상프로방스는 분수의 도시였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유명한 분수들 외에도 골목마다 크고 작은 분수가 있었다. 로통드 분수, 르네왕 분수, 9개의 대포가 있는 분수, 돌고래가 있는 분수, 시..

3. 고흐드 Gordes

고흐드는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 로 선정될 만큼 예쁜 마을이다. 바위산 위에 자리잡은 마을로 산꼭대기에 성이 있고 그 아래 돌을 쌓아 만든 집들이 산을 타고 펼쳐져 있다. 집의 주황색 기와와 중간중간 심어진 나무의 초록색이 잘 어울린다. 마을 맞은편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전경 사진을 찍은 뒤 마을에 들어갔다. 한여름 휴가철인 데다 장이 서는 날이라서 사람이 정말 많았다. 골목길을 따라 고즈넉한 산책을 하기를 원한다면 여름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시장 구경을 하고 절인 올리브와 마늘을 샀다. 점심은 교회 앞 계단에 앉아서 아비뇽에서 사온 샌드위치로 해결했다. 방금 산 올리브와 마늘을 꺼내서 같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여행 내내 들고 다니면서 잘 먹었다. 고흐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