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크, 일드레 8

바스크 - 바욘 Bayonne, 포 Pau

바욘 Bayonne 바욘은 바스크 지방의 수도이자 매년 여름 세계적인 규모의 바스크 축제가 열리는 도시이다. 도시 인구 중 바스크인의 비율이 40% 이상이고, 이들이 바스크 문화를 소중하게 간직해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바스크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바욘의 바스크 박물관에 가서 바스크 문화를 공부해보기로 했다. 계획은 그럴싸했으나 바욘에 간 날은 공휴일이었다. 바스크 박물관은 문을 닫았다. 대신 아두르 강변의 바스크 식당에서 매운 고추가 들어간 바스크 요리를 찾아 먹고 구시가지 산책을 했다. 스테이크 굽는 냄새, 수프 냄새, 빵 냄새, 초콜릿 냄새가 도시 전체에 둥둥 떠다녔다. 밥을 먹고 나왔는데도 먹고 싶을 만큼 맛있는 냄새였다. 바욘은 프랑스에서 초콜릿이 가장 먼저 생산된 곳이라 초콜릿으로도 유명하다..

바스크 - 산세바스티안

바스크 지방은 스페인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맞은편 스페인 쪽도 역시 바스크 지방으로 한 문화권이다. 남쪽 끝까지 내려온 김에 스페인에 가보고 싶어서 스페인 바스크의 대표 도시 산세바스티안에 다녀왔다. 산세바스티안은 미식의 도시로 유명하다.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해변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아쿠아리움 구경을 하다가 점심 때를 놓쳤다. 구시가지의 맛있어 보이는 식당들은 모두 빈 자리가 없었다. Constitución 광장에 있는 누가 봐도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타파스 바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타파스를 이것저것 시켜 봤는데 역시나 그저 그랬다. 아이들이 시킨 버거는 정말 맛이 없어서 아이들이 '스페인은 버거를 잘 못한다'는 편견을 갖게 되었다. 감자튀김이 그나마 제일 맛있어서 배는 채..

바스크 - 생장드뤼즈 San-Juan-de-Luz

비아리츠에서 사흘을 보내고 조금 더 한적한 곳을 찾아 생장드뤼즈에 갔다. 비아리츠보다 좀 더 바스크 색채가 강하고 예쁜 마을이었다. 항구, 시장, 해변, 교회가 골목길로 이어져 있고, 길을 따라 붉은 지붕과 붉은 덧창의 바스크 식 집들이 늘어 서있다. 마을 중심에 있는 Saint-Jean-Baptiste 교회는 루이14세와 스페인 공주 마리 테레즈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교회 양쪽 벽면에도 층층이 신도들이 앉을 수 있는 갤러리가 있는 것이 특이했다. 교회 천장은 나무로 지어졌고, 가운데 배가 한 대 매달려 있다. 항구 도시의 교회답다. 생장드뤼즈의 해변은 파도가 작아 아이들이 놀기 좋았다. 모래성을 만들고, 나뭇가지로 모래에 그림을 그리고, 해변으로 떠밀려온 해초를 건지고, 파도와 잡기 놀이를 하며 시..

바스크 - 비아리츠 Biarritz

프랑스 사람에게 프랑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보통은 지방마다 특색이 다 달라서 재미있다고, 그래서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대답을 한다. 그러면 프랑스 사람은 "맞아요!" 하고 맞장구 치며 문화, 언어, 풍경, 집, 음식, 술, 사람까지 다른 점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남서쪽의 바스크 지방은 그 중에서도 정말 많이 다른 곳이다. 바스크의 해안 도시 비아리츠에 도착하니 도로표지판에 프랑스어와 같이 적혀 있는 바스크어가 먼저 눈에 띄었다. 바스크어 신문과 잡지도 보였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도 바스크어 서비스를 한다고 하니 사투리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 봐야 할 것 같다. 비아리츠 중심부의 집들은 대부분 하얀색 벽과 주황색 지붕에 적색 혹은 녹색 덧창을 달고 있었다. 바스크 ..

일드레 4, 라로셸

어린이 고객 님들이 전날 바다에서 두 번이나 놀았지만 '잡을 것'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컴플레인을 했다. 숙소 근처의 해변은 모래사장이라 간조 때 물이 빠져도 게나 새우 같은 바다 생물들이 없었던 것이다. 어린이 고객님의 컴플레인을 받아들여 바다 생물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봤다. 이틀 전 생태관찰선생님과 갔던 바다에 écluse à poissons 라고 부르는 구조물이 있었다. 바위 해변에 허리 높이로 돌 벽을 쌓아 놓았는데, 만조 때 들어온 물고기가 간조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서 쉽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설이 잇는데 독살이라고 부른다. 독살이 있는 곳이라면 바다 생물이 있을 것 같았다.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숙소에서 10분 거리 Sainte-Marie-de-Ré에 독살이 있..

일드레 3

아침을 먹고 바다에 나갔다. 이 날은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그래서 윈드서핑과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 많았다. 카이트에 바람을 가득 담고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2~3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60대로 보이는 젊은 형님들과 백발의 할아버지도 있었다. 60대가 되어도 바람이 불때마다 설레는 가슴으로 보드를 들고 바다에 나갈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울산에 살 때 윈드서핑을 배워본 적이 있다. 보드에 올라서 균형을 잡고 세일을 끌어올려서 잡는 데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힘겹게 세일을 잡아도 물에 빠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도 바람을 받아 앞으로 보드가 나아갈 때는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바람이 부는 바다에 다시 살게 된다면 카이트 서핑을 배워..

일드레 2

일드레로 여행을 떠나기 전 섬 관광안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다양한 액티비티가 소개되어 있었다. 간조시간에 바다생태전문가와 함께 갯벌에 나가 바다 생물들을 관찰하는 '간조 사파리 Safari à marée basse'가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이 갯벌에서 게, 조개, 새우를 잡는 것을 좋아하니 이번 기회에 선생님한테 더 자세히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못 알아들어도 생물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아 등록을 했다. 약속 장소는 일드레 섬의 끝 '고래 등대'였다. 등대 이름에서 이곳이 포경선이 드나드는 항구였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말고도 10여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늘의 가이드 에르베 Hervé 선생님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일드레 1

야간 침대기차를 타고 프랑스 남부 카르카손과 콜리우흐에 가는 멋진 여름 휴가 계획을 세웠지만 갑자기 생긴 출장 때문에 취소를 해야 했다. 그렇다고 여름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 4박 5일의 짧은 일정으로 일드레 Île de Ré로 여행을 떠났다. 일드레로 가는 길에 앙제 Angers에 들러 앙제 성을 방문했다. 앙제 성은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루아르 강변의 다른 성들과는 달리 매우 투박한 모습이다. 2.5m 두께의 벽과 17개의 거대한 타워가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준다. 중세 시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때 프랑스 왕보다 더 많은 땅을 다스렸던 앙주 Anjou 공작의 힘을 보여주는 듯하다. 앙제 성에는 14세기에 제작된 140m 길이의 거대한 타피스트리가 보관되어 있다. La tenture de l’A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