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첫눈이 내렸다. 첫눈은 보통 소복소복 내려주는 법인데, 어제의 눈은 꽤 난폭했다. 500원짜리 동전만 한 커다란 눈송이들이 강풍에 휘말려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찾아보니 이번 눈은 폭풍 카에타노가 동반한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폭풍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단어 tempête 를 배웠다. 영하의 날씨에 바람에 휘날리는 눈은 낭만이라기보다는 시련에 가까웠다. 하지만 하교길 어린이들은 길가에 주차된 차 위에 쌓인 눈을 발견하고는 신이 났다. 몇 시간 후면 모두 녹아버릴 걸 알기에, 옷이 다 젖고 볼이 새빨갛게 될 때까지 놀게 해주었다. 아빠는 추위에 떨었지만, 아이들이 첫 눈 오는 날 파리의 추억을 간직하기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