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 4

넷째 날 - 다섯째 날. 콜마르와 에기솅

콜마르 Colmar는 알자스에서 스트라스부르에 이어 두번째로 큰 도시로 구시가지를 통과하는 운하가 유명하다. 운하가 있는 구역은 '작은 베니스'라는 뜻으로 쁘띠 베니스라고 부른다. 운하 쪽으로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알자스식 버거, 알자스식 그라탕, 알자스식 고기 갈레트 Fleischkiechle를 주문했다. 화이트 와인을 주문하니 긴 초록색 목 위에 작은 볼이 달린 알자스식 와인잔에 담아 나왔다. 아이들이 운하를 지나가는 배와 오리를 구경하는 동안 디저트까지 여유 있게 먹을 수 있었다. 우리 옆 테이블에는 독일인 커플이 앉아있었다. 종업원들도, 독일인들도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며 이야기했다. 알자스에서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같이 쓰는 것이 기본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

셋째 날. 케제르베르

아침 일찍 일어나 빵을 사러 옆마을에 갔다. 빵집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은 인사를 나누느라 바쁘다. 주변의 더 작은 마을에는 빵집이 없어서 다들 여기로 빵을 사러 오는 것 같다. 바게트를 사서 숙소로 오는 길에 한 입 뜯어먹었다. 갓 구운 바게트를 한 입 베어먹지 않고 집까지 들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프랑스 빵은 너무 맛있다. 레스토랑에 가면 기본으로 주는 빵, 호텔 조식 빵, 회사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주는 빵, 회의 때 쉬는 시간에 주는 빵, 카페에서 아침 세트 메뉴로 나오는 빵 다 맛있다. 심지어 슈퍼에서 파는 식빵도 맛있다. 어디를 가나 빵이 맛있는 건, 그만큼 프랑스 사람들에게 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중요했으면 1986년까지 정부가 빵 값을 통제했고, 바게트 제조 방법에 대한 법령 ..

둘째 날. 오쾨니스부르 성, 독일 국경 넘기

나 혼자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 다른 식구들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숙소를 나와 옆 마을 로덴 Rodern까지 산책을 했다. 포도밭 샛길로 걸어가다가 포도를 한 알 따먹어봤다. 아직 안 익어서 단 맛은 전혀 없지만 상큼한 맛은 있었다. ​언덕 위에 오르니 포도밭 가운데 자리잡은 마을이 보였다. 이렇게 예쁜 마을이 가이드북의 '주요 마을'에는 이름을 못 올렸다. 이 동네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 마을 위에는 아침 안개가 내려앉았고, 멀리 오늘 방문할 오쾨니스부르 성 Chateau de Haut-Koenigsbourg이 보인다. ​​ ​​ ​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할 때 보니 새벽에는 잘 보였던 성이 구름 속으로 숨어 버렸다. 성에 오르면 산 아래 그림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

첫째 날. 리보빌레, 위나비르, 리퀴비르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알자스 지방은 프랑스의 주요 화이트 와인 산지이다. 드넓은 포도밭 사이에 작고 예쁜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고 '알자스 와인 루트'가 이 마을들을 연결한다. 여름 휴가 기간 와인 루트를 따라가며 마을들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알자스 출신인 회사 동료에게 아이들과 알자스로 여행을 간다고 이야기했다. 고맙게도 가봐야 할 곳과 먹어야 할 것을 장문의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알자스 와인 루트에는 예쁜 마을이 많아. 오베르네, 에귀샤임, 리퀴비르, 카이제베르그, 리보빌레…… 그림 같은 마을에서 와인까지 생산해. 몇일 걸리더라도 꼭 다 가봐. 와인도 종류별로 마셔봐야 해!" ​지도를 찾아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와인루트를 다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북쪽의 마을들은 포기하고 남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