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침대기차를 타고 프랑스 남부 카르카손과 콜리우흐에 가는 멋진 여름 휴가 계획을 세웠지만 갑자기 생긴 출장 때문에 취소를 해야 했다. 그렇다고 여름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 4박 5일의 짧은 일정으로 일드레 Île de Ré로 여행을 떠났다.
일드레로 가는 길에 앙제 Angers에 들러 앙제 성을 방문했다. 앙제 성은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루아르 강변의 다른 성들과는 달리 매우 투박한 모습이다. 2.5m 두께의 벽과 17개의 거대한 타워가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준다. 중세 시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때 프랑스 왕보다 더 많은 땅을 다스렸던 앙주 Anjou 공작의 힘을 보여주는 듯하다.
앙제 성에는 14세기에 제작된 140m 길이의 거대한 타피스트리가 보관되어 있다. La tenture de l’Apocalypse 라는 이름의 작품으로 종말의 모습과 종교적 상징들이 양탄자에 새겨져 있다.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서인지 전시실의 조명이 어둡고 서늘했다. 거기다 무서운 그림까지 잔뜩 그려져 있으니 아이들은 빨리 밖으로 나가자고 재촉했다.
성에서 나와 구시가지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대학교가 많은 도시라 거리에 활기가 넘쳤다. 골목길을 걸어 다니며 구경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중세 시대에 지어진 성당도 가보면 좋겠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바다다. 해변에 가서 놀기로 약속을 했으니 서둘러 일드레로 다시 출발했다.
일드레는 Ile de Ré는 프랑스어로 레 섬이라는 뜻이다. 섬이지만 라로셸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자동차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다만 다리 통행 요금이 왕복 16유로로 프랑스에서 가장 비싼 도로 중 하나다. 그래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로 다리를 건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자 마자 나오는 리브도 쁠라주 Rivedoux Plage 마을의 에어비엔비에서 숙박을 했다. 짐을 풀자 마자 숙소 바로 앞 해변에 나갔다. 리브도 쁠라주에는 마을 남북으로 두 개의 멋진 해변이 있었다. 마을 이름에 해변(쁠라주)이 들어 갈만 했다.
8월 말의 대서양은 물놀이하기에는 차갑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만큼 차갑지는 않았다. 물 속에서 5분 정도는 견딜 만 했고, 물 밖은 태양이 뜨거워서 바다에 들어갔다 추우면 나왔다 하면서 놀았다. 앙제에서 성을 방문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표정으로 밝게 웃는 아이들. 소원 대로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다고 할 때까지 놀다가 숙소에 갔다.
숙소에는 멋진 바베큐 그릴이 있었다. 저녁으로 소고기, 닭꼬치, 소시지를 구워 먹었다. 파리에 먹기 힘든 숯불 맛 나는 고기라 다 같이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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