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에서 2박 했지만, 밤늦게 도착해서 다다음 날 아침에 떠나야 해서 실제로 관광할 시간은 하루밖에 없었다. 아침 먹고 바로 시내를 구경하러 나갔다. 먼저 중앙역 광장에서 오슬로의 상징인 호랑이 동상을 보고, 오페라 하우스까지 걸어갔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2008년에 개장한 건축물인데, 북극의 빙하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고 한다. 하얀 대리석과 유리로 된 외관이 바다에 떠 있는 빙하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건물 경사로가 지면에서 옥상까지 이어져 있어서 걸어서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도 특이했다. 우리가 갔던 날도 일요일 아침이라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 내부 주요 장소와 백스테이지를 둘러보는 가이드 투어가 하루에 한 번 있었는데, 3주 전에 이미 매진돼서 아쉽게도 못 갔다. 공연도 보고 싶었지만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아이들과 듣기에는 어려운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연주회가 열려서 결국 포기했지.
오페라 하우스 바로 옆에 뭉크 미술관이 있다. 이곳에는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화가 에드바르 뭉크가 오슬로시에 기증한 작품들을 전시되어 있다. 그의 유명한 작품인 절규, 마돈나, 삶의 춤을 비롯해 드로잉, 판화, 사진 등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작품에 담긴 강렬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서 마음에 확 와닿는 그림들이었다. 특히 죽음을 주제로 한 전시실에서 오래 머물렀다.
미술관 7층에는 뭉크의 집을 재현한 인터액티브 전시를 하고 있었다. 관람객은 다양한 시청각 자료들을 직접 조작해 보며 마치 그의 작업장에 방문한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장 곳곳에 쥐 발자국을 따라가면 쥐구멍을 통해 쥐들의 예술 생활도 엿볼 수 있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내가 조금 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미술관을 나왔다. 아이들은 미술관 앞의 작은 모래사장에서 놀았다. 여행 내내 흐리기만 했는데, 오랜만에 해가 나서 반가웠다. 북유럽 사람들이 영하의 날씨에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테라스에서 식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슬로의 중심부 Youngstorget 광장에 위치한 해산물 식당 Fiskeriet Youngstorget에서 점심을 먹었다. 생선가게와 레스토랑을 겸업하는 곳이라 신선한 해산물로 조리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레스토랑은 1시간 반 간격으로 예약이 꽉 차있었고, 예약 없이 온 사람들은 테이크아웃을 해서 광장에 앉아 먹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연어 타다키, 대구 크로켓, 피시앤 칩스, 팬에 구운 대구 요리, 토마토 소스로 요리한 염장 대구 Bacalao를 먹었다. 모든 요리가 빵으로 소스까지 남김없이 닦아 먹을 만큼 맛있었다.
오후에는 프람호 박물관에 다녀왔다. 프람호는 난센이 1892년에 건조한 배로, 1893년부터 3년간 북극탐험에 사용되었다. 이후 북극 지역을 수차례 항해하고, 아문센의 남극 정복에도 사용되었다. 노르웨이의 도전 정신을 세계에 알린 국보급 문화재로, 1935년 퇴역해 현재의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프람 박물관에는 극지 탐험가, 탐험 과정, 탐험 도구 대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난센이 그린란드 원정때 사용했던 외위아호 Gjøa도 같이 전시되어 있었고, 영화관에서는 탐험가들에 대한 짧은 영화가 상영되었다.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프람 호 안에 들어가보는 것이다. 선실, 창고, 식당, 연구실 등을 돌아보며 탐험가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배의 갑판에서는 천장의 스크린에 펼쳐지는 오로라나 폭풍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5시에 박물관을 나왔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남아 있는 시내 투어는 야경 투어가 되었고, 그나마 오슬로의 유적지와 박물관들은 대부분 5시면 문을 닫아 외관만 둘러볼 수 있었다. 해도 일찍 지는데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곳마저 이른 시간에 문을 닫으니, 오슬로 사람들은 저녁에 뭘 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둠이 깔린 오슬로 거리는 고요하고 조용했다. 국립극장에서 출발해 시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벽돌 블록을 몇 개 쌓아올린 듯한 시청 건물은 어둠 속에서 더욱 묵직하고 인상적으로 보였다. 시청 앞의 항구도 오슬로의 주요 볼거리라기에 기대했지만 이웃 나라 수도 스톡홀름의 항구에 비하면 별 볼 일 없었다.
잠시 카페에 들러 커다란 대접에 담긴 핫초콜릿으로 몸을 녹인 후 아케르스후스 요새로 향했다. 이곳은 13세기 말, 하콘 5세 왕이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운 요새로, 이후 수세기에 걸쳐 보수와 확장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성벽을 따라 산책하기 좋았지만 가로등이 없어 너무 어두웠다. 성벽에 올라 오슬로 항구의 야경을 보고 곧바로 내려왔다.
'유럽여행 > 스웨덴, 노르웨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르웨이 - 플롬 Flåm (4) | 2024.10.31 |
---|---|
노르웨이 - 송네피오르 크루즈 (1) | 2024.10.30 |
노르웨이 - 베르겐 Bergen (1) | 2024.10.29 |
스웨덴 겨울 여행 - 스톡홀름. 시청 투어, 자연사박물관 (0) | 2023.04.10 |
스웨덴 겨울 여행 - 스톡홀름. 바사 박물관, 감라스탄 (0) | 2023.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