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스웨덴, 노르웨이

노르웨이 - 송네피오르 크루즈

커피대장 2024. 10. 30. 18:26

 
베르겐은 송네피오르 Songnefjord를 여행하는 크루즈의 출발점이다. 베르겐에서 송네피오르를 왕복하는 크루즈를 탈 수도 있고, 베르겐에서 플롬까지 편도로 이동하기도 한다. 플롬에서는 기차로 뮈르달 Myrdal을 거쳐 베르겐으로 돌아오거나 오슬로로 이동한다. 우리는 플롬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오슬로로 이동하기로 했다. 
 
피오르는 빙하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U자 계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좁은 말이다. 피오르드라고도 불리지만 실제 노르웨이어 발음이나 외래어 표기법상으로도 피오르가 맞다. 빙하가 만든 지형이므로 북극과 남극에 가까운 곳에서만 관찰할 수 있으며, 송네피오르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고 수심이 깊은 대표 피오르이다. 
 
우리는 아침 8시에 베르겐을 출발하는 배를 탔다. 항구를 떠날 때는 해가 뜨기 전이라 야경을 한번 더 볼 수 있었다. 9시 쯤 해가 뜨자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배가 송네피오르 안으로 들어가자 양 옆으로 절벽과 숲이 펼쳐졌다. 절벽 위에서는 크고 작은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숲의 나무는 노란 단풍으로 물들었다. 피오르를 따라 자리 잡은 작은 한적한 마을들은 북유럽의 목가적인 정취를 느끼게 했다.
 
해안 절벽이 워낙 높아서 선실 안에서는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데크로 나가면 풍경이 훨씬 좋았지만 바람이 너무 찼다. 10월 말의 바람이 이렇게 차갑다면 한겨울에는 어떨까. 방수재킷으로 유명한 헬리 한센이 노르웨이에서 탄생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배는 세계에서 가장 폭이 좁은 피오르 중 하나인  네뢰이피오르 Nærøyfjord의 입구에 잠시 멈췄다. 폭이 약 250미터에 불과한 이 피오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곳이다. 배의 엔진이 멈추자 사방이 고요해지며 주변의 폭포 소리가 들려왔다.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니 저 물 위에서 카약을 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뢰이피오르 입구에는 높이 575미터의 Laegdafossen 폭포가 있다. 바위 사이로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물에서 자연의 원시적인 힘이 느껴졌다. 저렇게 많은 물이 내려오려면 산 위에 얼마나 큰 강이 흐르고 있는 건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배는 다시 출발해서 여러 폭포가 흘러내리는 아울란스피오르 Aurlandsfjord를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5시간 반 만에 Aurlandsfjord의 끝에 있는 목적지 플롬 Flåm에 도착했다. 긴 여정이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배의 키오스크에서 사 먹은 핫도그와 샌드위치도 생각보다 맛있었다.  


 


 
 

 
 

 
 
 
 


 
 
호스텔에 짐을 두고 바로 트레킹에 나섰다. 마을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Brekkefossen 폭포 전망대에 다녀오기로 했다. 강을 따라 올라가며 30분 정도 초원을 걸었다. 간간히 농가 주택과 소나 양을 키우는 농장들이 보였다. 하이랜드 소도 볼 수 있었는데, 긴 머리털에 반쯤 가린 눈으로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남은 30분은 산을 올라가야 했다. 가파르지만 계단이 있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크루즈에서는 단풍이 멀리 보였던 반면, 산 속에 들어서니 훨씬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전망대에 오르니 플롬 마을과 피오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노르웨이 관광 홍보책자에 담길만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마을로 내려와 아이와 함께 해변에서 모래놀이를 했다.
 
"아빠, 여기는 바다야? 강이야?""
 
피오르 해안은 좁은 협곡을 따라 내륙 깊숙이 이어져 파도가 전혀 치지 않고 수면이 호수처럼 잔잔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바다라는 느낌을 받지 못한 모양이었다. 지도를 보여주고, 물을 살짝 찍어 먹으며 짠맛이 나는 걸 확인해 주었다. 마침 해변으로 밀려온 해파리를 발견한 아이는 여기가 바다임을 다시 확인했다. 
 
플롬에서는 마을의 유일한 호스텔 겸 캠핑장에서 숙박을 했다. 호텔도 두 곳 있었지만 한 곳은 이미 만실이었고,  다른 곳은 1박에 400유로나 했다. 호스텔의 도미토리 4인실에서 묵었는데, 깨끗하고 좋았다. 비수기라 호스텔이 텅텅 비었다. 
 
저녁은 호스텔 공용 주방에서 파리에서 들고 온 컵밥으로 해결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부부가 연어를 구워서 우리에게도 한 조각 나누어주었다. 우리는 가진게 없어 슈퍼에서 사 온 치즈를  나누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