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스웨덴, 노르웨이

노르웨이 - 베르겐 Bergen

커피대장 2024. 10. 29. 20:46

피오르드가 보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아이들 투썽 Toussaint 방학 기간 동안 노르웨이에 다녀왔다. 방학 기간에 그나마 저렴한 항공권을 찾느라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다. 막상 가보니 물가가 너무 비싸서 짧게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일 차 파리 - 베르겐
2일 차 베르겐 - 피요르드 크루즈 - 플롬
3일 차 플롬 - 오슬로 
4일 차 오슬로
5일 차 오슬로 - 파리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베르겐은 서해안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다. 노르웨이 수산업의 중심지로 연어, 대구, 고등어를 전 세계로 수출한다. 그래서 우리는 베르겐에 도착하자마자 수산시장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수산시장 안에 항구 전망이 보이는 해산물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연어 스테이크 피시 앤 칩스, 조개 수프, 피쉬 수프를 먹었다. 둘째가 연어를 주문하자 서버가 어린이용 half portion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아이는 거대한 연어 스테이크를 단숨에 해치웠다. 피시 앤 칩스도 맛있었고, 수프들은 짰지만 빵이랑 같이 먹으니 괜찮았다. 
 
 

 

 
베르겐은 14세기 독일 상인들의 주도로 결성된 한자동맹의 일원으로 국제 무역의 북쪽 허브 역할을 했다. 당시 한자 동맹의 상인들이 사용하던 목조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지역 브뤼겐 Bryggen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었다. 여러 차례 화재로 소실과 재건을 반복했지만 그때마다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해서 중세 시대의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화려한 색상의 건물들은 창고, 상점, 주거지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당시 생활상을 볼 수 있는 한자 박물관이 있지만 우리가 갔을때는 이미 운영 시간이 끝나 있었다. 오후 3시에 문을 닫다니. 아쉬운 대로 골목길을 걸으며 기념품 가게와 갤러리를 구경했다. 
 
브뤼겐 바로 옆에는 12세기에 건설된  베르겐후스 요새 (Bergenhus Festning)가 있다. 바이킹들이 건설한 요새를 한자 동맹 시대에 확장하고 강화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단풍이 져서 산책하기 좋았다. 요새 앞 항구에는 거대한 어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몸을 좀 녹인 뒤 푸니쿨라를 타고 플뢰엔 산 Mount Fløyen 에 올라갔다. 산 정상에서 베르겐의 전경과 피오르드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었다. 울창한 숲길을 산책하고 산 정상 근처의 호수에도 다녀왔다. 커다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숲 속에는 놀이터도 있었다. 나무로 만든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땀까지 흘리며 신나게 놀았다. 사실 군대 유격훈련장이랑 비슷했는데, 억지로 하면 괴롭지만 자발적으로 하면 이렇게 즐거운 법이다. 
 
 

 
 

 
 

 
 

 
 

 
 

 
 
점심때 레스토랑에서 외식 물가에 놀란 우리는 길거리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길거리 음식은 핫도그 폴서 pølse 다. 노르웨이에서는 1년에 4억 5천 개의 핫도그 판매된다고. 한다. 노르웨이 인구가 500만 명 정도이니 한 명이 100개 정도 먹는 것이다. 
 
가격이 싸기도 했지만 맛도 있었다.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순록고기 등 종류도 다양했다. 고기에 맞춰 토핑과 소스도 달라지고, 치즈가 들어가기도 한다. 순록고기 핫도그가 제일 맛있었다. 
 
우리나라 어묵과 맛도 모양도 비슷한 피스크카케 Fiskekake도 간편식으로 많이 먹는다. 베르겐에서 가장 유명한 어묵 전문점 Søstrene Hagelin에 찾아갔다. 어묵과 함께 피쉬 수프를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구, 명태, 청어 등 종류가 많아서 한개씩 사 먹어봤다. 
 
이렇게 해서 아낀 돈은 킹크랩을 먹는데 다 썼다. 수산 시장에 가서 찐 킹크랩을 테이크아웃 했다. 다리 길이가 아이들 팔만 한 정말 '킹' 크랩이었다. 다리 두 개를 샀는데 100유로가 넘게 나왔다. 그래도 그만큼 돈을 쓸만했다. 꽉 찬 살이 부드럽고, 달고, 바다 향도 좋았다. 
 
 

 
 

 
 

 
 

 
 

 


 

 
 
 
호텔에서 쉬다가 야경을 보러 나갔다. 조명을 받은 브뤼겐의 건물들이 바닷물에 반사되어 예뻤다. 베르겐후스 요새의 성벽과 탑은 은은한 조명을 받아서 더 고풍스럽게 보였다. 
 
베르겐은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가 태어난 도시다. 도시 외각에 그리그가 말년을 보냈던 집을 보존하여 만든 박물관이 있는데, 일정이 짧아 가보지 못했다. 대신 호텔 방에서 그리그의 작품을 들으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