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이 듣고 싶어졌다. 혹시 1월 중에 공연이 있을까 찾아봤는데, 마침 파리 샹젤리제 극장 Théâtre des Champs-Élysée 에서, 바로 당일 저녁에 공연이 있었다. 이런 행운이! 그렇게 해서 샹젤리제 극장에 가게 되었다.
이 날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이 무려 세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직접 연주하고 지휘했다. 오케스트라는 파리 챔버오케스트라가 맡았다. 파리챔버오케스트라는 살리에리의 라 폴리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더해서 총 네곡이 연주된다.
샹젤리제 극장은 처음 가봤다. 내외부가 모두 화려하기보다는 절제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천장화와 조명도 아름다웠다. 1913년 건축되었을 당시에는 꽤 혁신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곡 <살리에리 피아노 협주곡>은 우아하고 듣기 좋기는 했지만, 전형적이고,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기도 해서 지루했다. 이어서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은 그동안 들어왔던 연주와는 많이 달랐다. 신선했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피아니스트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사이의 긴장감 때문인데, 피아니스트가 지휘하며 연주했으니 그런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2부에서 연주한 살리에리의 <라 폴리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이 날 연주된 곡 중 가장 좋았다. 1부의 피아노 협주곡과는 달리 다양한 변주가 재미있었다. 파리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좋았다. 각 악기가 고유의 소리를 내면서도 전체적으로 완벽히 조화되는 탄탄한 연주였다. 마지막 곡인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피아니스트가 지휘를 겸한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적용했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정교하게 조율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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