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스페인, 포르투갈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커피대장 2022. 12. 8. 20:53

매년 35만 명의 순례자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한다. 언젠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고 시간도 없어 먼 미래의 일이다. 순례길은 당장 걸을 수 없지만 순례자의 기분은 느껴보고 싶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갔다.

순례길을 걷는 대신 비행기를 탔다.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자마자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를 보니 여행기간 내내 비다. 구글 번역기로 '매일 비가 오네요'를 스페인어로 번역해 택시 기사에게 말해봤다. 택시기사는 그때부터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이야기를 했다. 스페인어와 짧은 프랑스어로. 아주 조금 알아들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체크인을 하고 바로 대성당 Catedral de Santiago de Compostela에 갔다. 마침 저녁 미사 시간이었다. 우리 옆에 서 있던 중년의 한국 여성분은 미사 시작을 알리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시작되자 눈물을 주르륵 흘리셨다. 등산복에 트레킹화 차림을 보니 이제 막 순례를 끝내신 것 같았다. 길고 긴 여정 끝에 성당에 도착하셨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성당에서 나와 고색창연한 구시가지의 돌길을 걸었다. 스페인의 거리는 프랑스의 거리와 비슷한 듯 다르다. 순례자들을 위한 기념품을 위한 가게와 카페, 타파스들을 지나 예약해둔 식당에 갔다. 거의 대부분의 식당 간판에 문어와 가리비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문어와 가리비를 주문했다. 스페인에 왔으니 이베리코 구이와 동네 와인도 한 잔 주문했다.

 

문어도 맛있었지만 가리비가 정말이지 천상의 맛이었다. 아이들이 한 접시를 다 먹어버려서 한 접시 더 주문했다. 프랑스어로는 산티아고 성인을 상자크 Saint-Jacques라고 하는데, 가리비도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산티아고의 가리비가 맛있고, 모든 기념품 가게에서 가리비 문양의 기념품을 팔고, 프랑스에서 가리비를 상자크라고 부르는 것은 우연일 수가 없다. 찾아보니 산티아고 성인이 바다에 떠밀려왔을 때 가리비들이 몸을 감싸 지켰다고 한다.

 

성스러운 조개다. 가리비를 두 접시나 먹어서 디저트는 안 먹으려고 했는데 친절한 직원이 너무 친절하게 디저트 설명해줘서 안 먹을 수가 없었다. 산티아고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서 같이 먹었다. 그냥 보통 아몬드 케익이었다. 미안하지만 우린 디저트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다음 날. 순례를 마친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산티아고 성당 앞 킨타나 광장 Praza da Quintana에 갔다. 커다란 배낭을 멘 사람들,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는 사람들, 신발이 다 해진 사람들, 순례자들이 있었다. 순례자들은 눈만 마주쳐도 자신의 여정을 늘어놓았다. 그럴 만도 했다. 평생의 꿈 중 하나를 방금 이루었다면 그 경험을 나누고 싶지 않겠는가.

 

리스본에서 한 달을 걸어온 사람, 프랑스에서 두 달을 걸어온 사람, 출발지도 다양하고 걸린 시간도 다양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도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봤다.

 

"어디에서 왔어요?"
"프랑스에서요."
"(아이들을 보며) 정말요?"
"네. 두 시간도 안 걸리던데요. 파리에서 산티아고까지 직항이 있더라고요."

"아하하하. 현명하시네요."

 

광장 한쪽에 앉아 일기를 쓰던 백발의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다. 셔츠 주머니에 비행기표가 있어서 집에 가는 표냐고 물어봤다. 할아버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왔고, 몇 년 전 프랑스 길을 아내와 걸었으나 아내가 세상을 먼저 떠나 이번에 혼자 왔고, 손자가 10명이라고 이야기했다.

"우리 아이가 마술 박물관 팸플릿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여기까지 와서 마술 박물관에 가요."
"마술 박물관이 어때서요? 거기에서 어떤 재미있는 일이 기다릴지 모르잖아요?"




성당 주변에는 광장이 많았다. 성당 북쪽의 Immaculada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추로스를 먹었다. 지난번 스페인 여행 때 추로스를 너무 맛있게 먹어서 잔뜩 기대했는데, 이날 먹은 추러스는 별로였다. 관광객용 카페에 당한 건가.

추로스와 함께 주문한 핫초코로 몸을 데우고 San Martin Pinario 수도원에 들어갔다. 수도원 내부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수도원 중앙에는 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교회가 있다. 제단 뒤의 화려한 장식이 인상 깊었다. 박물관에는 미사 도구, 종교 미술품, 동판화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점심은 전날 구시가지를 걷다가 눈여겨봐놓은 타파스에서 먹었다. 점심시간인데도 빈자리가 없었고, 다들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각자 자기가 먹고 싶은 타파스를 골랐다. 조개, 새우, 튀김, 소시지, 치즈 다 맛있었다. 소금을 잔뜩 뿌린 고추 요리는 맥주와 잘 어울렸다.

 

 



점심을 먹고 마술 박물관에 갔다. 윤수가 호텔 로비에서 팸플릿을 보고는 가보고 싶다고 했다. 아빠 엄마가 가고 싶은 성당과 수도원에 갔으니, 이번에는 아이들이 원하는 곳으로 간다. 마술 박물관은 예약제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전속 마술사가 직접 박물관에 있는 도구를 이용해 마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술의 역사, 위대한 마술사, 시대 별로 인기가 있었던 마술에 대한 설명도 해주었다. 아이들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 마술사의 묘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마술사가 쏟은 시간과 정성에 비하면 입장료가 너무 싼 것 같아서 기념품으로 마술 도구를 몇 개 샀다. 마술사가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오후에는 기차를 타고 비고 Vigo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호텔에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 기차역에 갔다. 그리고 매표소에서 당일 기차표가 모두 매진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기차 편이 많아서 당연히 표가 있을 줄 알고 예매를 안 했다. 당황하는 나를 보고 매표소 직원이 버스터미널에 가보라고 안내해주었다. 바로 옆 터미널에 가보니 다행히 버스표는 남아 있었다.

 

버스로 비고까지 2시간 반 가량 걸렸다. 아이들은 가는 내내 잠을 푹 잤다. 비고가 가까워오자 창 밖으로 비고 만이 보였다. 같은 스페인의 바다지만 대서양은 지중해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비고에 온 목적은 단 하나, 해변에서 노는 것인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나갈 수가 없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는 거다. 바다에 나가는 대신 호텔 앞 쇼핑몰에 가서 볼링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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