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여행 둘째 날. 포르투 대성당에 갔다. 포르투 대성당 밖에서 봤을 때는 두 개의 탑 때문에 고딕 성당으로 보였으나 성당 내부는 로마네스크 양식이었다. 성당 곳곳에 타일 장식이 있는 것도 독특했다.
성당의 타워는 포르투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훌륭한 전망대였다. 아침 내내 도루 강 위를 덮고 있던 안개가 우리가 타워에 올라갔을 때 딱 맞춰서 걷혔다. 덕분에 360도 파노라마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성당에서 내려오는 골목길도 예뻤다. 골목 구석구석에 고양이들이 숨어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골목길에서 빠져나오니 에그타르트 가게 카스트로 Castro 앞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에그타르트를 하나씩 사먹었다.
이후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카르네이루 해변 Praia do Carneiro에 갔다. 아이들은 여행 기간 내내 바다에 가는 날을 기다려왔다. 날씨가 계속 흐려서 미루고 미루다 이 날 딱 하루 해가 나서 해변에 갈 수 있었다. 카르네이루 해변은 포르투 시내에서 시내버스로 20분 정도 걸렸다.
아이들은 모래 놀이를 하고 홍합을 잡고 파도를 쫓으면서 신나게 놀았다. 그 동안 아내는 그림을 그렸다. 아이들이 해변을 떠나려고 하지 않아서 점심도 근처에서 피자를 사와서 바위에 앉아 바다를 보면서 먹었다. 성당에서는 20분만 지나도 지겨워하는 아이들이 바다에서는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
포르투로 돌아오는 길에는 트램을 탔다. 버스보다 비싸고, 느리고, 불편하지만 그래도 포르투갈에 왔으니 한 번은 타봐야했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인테리어가 모두 나무로 되어 있어서 오래된 트램인 줄 알았는데 트램 구석에 제조일자가 2016년으로 적혀있었다. 그러니까 빈티지 트램이 아니라 빈티지 디자인 트램이었던 것이다. 도시 미관을 위해서, 관광객들의 낭만을 위해서 좋은 선택이다.
트램은 삐그덕삐그덕 소리를 내며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달렸다. 운전기사는 가는 길에 길가에 주차된 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묘기를 선보였고, 창 밖에서는 무임승차하는 형들이 끊임없이 매달렸다 내렸다 하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호텔에 돌아와서 쉬다가 파두 Fado를 들으러 갔다. 파두는 리스본에서 시작된 음악 공연 장르로, 기타 반주에 맞춰서 노래를 부른다. 주로 소규모 전문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다. 우리가 찾아간 곳도 파두 전문 공연장이었다.
연주자가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파두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했다. 파두는 시에 음악을 입혀서 만드는 예술로, 가수가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조용히 감상을 해야 한다. 파두는 침묵의 음악이다. 침묵 속에서 예술가와 관객이 교감한다.
보통 기타를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와 줄이 12개 있는 포르투갈 기타를 연주하는 기타리스트가 반주를 하고 가수가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공연장 전속 남자 가수와 마드리드에서 온 초대 가수가 번갈아가면서 불렀다. 여자 가수의 노래는 모두 본인이 직접 시를 썼다고 한다.
포르투갈어는 전혀 모르지만 그래도 완전히 몰입해서 들을만큼 아름다운 노래였다. 아이들도 걱정과는 달리 침묵 속에서 잘 들어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근처 상 벤투역에 들렀다. 포르투 근교를 오가는 기차들이 출발하는 역으로, 내부 벽의 타일 장식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백색 도자기 타일에 파란색 유약으로 포르투갈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그려놓았다. 타일이 총 2만 개가 사용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작품이다.
저녁은 포르투갈 식당에서 포르투갈식 스테이크를 먹었다. 스테이크에 구운 감자, 계란 후라이, 햄이 곁들여서 나오는 것이 특이했다. 계란 프라이와 스테이크가 의외로 잘 어울렸다. 인근 지역에서 나온 Duoro 레드 와인도 같이 마셨다. 향이 뚜렷하고 드라이해서 스테이크와 마시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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