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스페인, 포르투갈

포르투갈 포르투 3

커피대장 2022. 12. 17. 21:35

아침 일찍 렐루 서점 Livraria Lello에 갔다. 1881년에 문을 연 서점으로 세계에서 인테리어가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작가 조엔 롤랭이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쓸 때 영감을 받았다고 하여 유명해졌다.

해리포터 성지인만큼 관광객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포르투에 온 첫날 문 닫는 시간에 가면 사람이 별로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갔다가 허탕을 쳤다. 그래서 여행 마지막 날 문 여는 시간인 9시 30분에 예약을 하고 입장 20분 전에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우아한 곡선의 중앙 계단, 오래된 서가, 해가 잘 드는 천장, 아름다운 서점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떠밀려 다니다 보니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 가장 슬픈 것은 책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책을 구경할 수 없다. 서점이 사람으로 가득 찼지만 책을 집어 드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고육지책으로 입장료 5유로를 받고 입장객에게는 책을 구입할 시 5유로를 환불해주고 있었다. 입장객이 책을 쉽게 골라서 나갈 수 있도록 서가의 대부분은 해리포터 시리즈와 세계명작의 렐루 서점 특별 문고판으로 채워졌다. 렐루 서점은 서점이 아니라 관광지이자 기념품 가게가 되어버렸다. 서점에 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으니 경영자도 다른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서점에서 나와 볼량 시장 Mercado do Bolhão에 갔다. 1914년 개장한 오래된 시장이라고 하는데, 최근에 대규모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하고 현대적인 시장으로 재탄생했다. 식자재, 생필품, 기념품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디저트 가게에서 포트 와인맛 에그 타르트와 북아프리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디저트들을 샀다.

 

 



여행 막바지라 아이들이 체력이 떨어졌는지 피곤하다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후에는 호텔에 돌아와서 쉬었다. 점심은 딜리버루로 해물밥 Arroz Marisco을 시켜먹었다. 토마토소스에 쌀과 해물을 넣어서 끓인 것으로 국물이 있는 빠에야 맛이었다.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서 아이들도 잘 먹었다.

포르투에서 나흘간 Mo House 라는 이름의 호텔에서 숙박했다. 방이 깨끗하고 넓고 창 밖으로 도루 강 전망이 정말 멋졌다. 방에서 창 밖만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침을 주는 식당이 예쁘고 음식도 훌륭해서 매일 조식이 기대되었다. 리셉션 직원이 첫날 가볼 만한 곳과 맛집을 안내해 준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호텔에서 쉬다가 에그 타르트를 사다 먹었다. 포르투 에그 타르트의 양대 산맥이라는 Fabrica da Nata와 Nata Lisboa를 모두 먹어봤다. 결론은 호텔 직원이 추천해준 카스트로가 가장 맛있었다.



일몰 1시간 전에 맞춰서 야경을 보러 나갔다. 리베이라 거리를 걸어서 Guindais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케이블카를 타면 루이스 1세 다리의 2층이 지나는 언덕 위까지 올라간다. 케이블카에서 보는 루이스 1세 다리가 아름다웠다. 요금이 1인당 4유로면 비쌌지만 멋진 풍경을 보고 다리도 쉴 수 있으니 투자할만했다.

루이스 1세 다리를 건널때 딱 맞춰서 해가 졌다. 일몰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다리 위를 가득 채워서 다리를 지나가는 지하철은 서행을 해야 했다.

도시가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서 다리를 건너서 세라 두 필라르 전망대Miradouro da Serra do Pilar에 갔다. 아이들은 전망대를 뛰어다니면서 놀고 아내와 나는 구시가지의 불이 하나하나 들어오는 모습을 넋을 잃고 감상했다. 포르투의 야경은 화려하지 않아서 좋았다. 아내와 유럽에 와서 그동안 가본 도시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이야기했다.



 

 






레스토랑이 저녁 영업을 시작하기 전 시간이라 타파스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호텔 근처에 타파스에 가서 각자 먹고 싶은 타파스를 하나씩 골랐다. 식당 내부에는 빈 자리가 없어서 식당 앞에 내어놓은 테이블에 앉았다. 포르투 인근에서 만든 와인도 한 잔 주문했다.

두번째 타파스를 고르러 가는데 지수가 먹고 싶은 것이 없다고,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고 불평을 했다. 길거리에서 주전부리로 저녁을 때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포르투에서 마지막 저녁인 만큼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서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타파스에서 식전주를 마시고 저녁 8시에 레스토랑에 가다니 우리 정말 포르투갈 사람 같았다.

호텔 직원이 추천해준 동네 식당에 갔다. 하얀 테이블보가 깔리고, 식전빵이 놓이고, 서버가 메뉴판을 들고 오자 아이들 기분이 좋아졌다. 음식도 맛있었지만 담당 서버가 너무 친절해서 더 즐겁게 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