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정원으로 유명한 지베르니에 다녀왔다. 지베르니는 파리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한여름에 아이들과 가기에 적당한 방법은 아니다. 차를 하루 렌트해서 가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 모네의 정원에 도착했다. 예약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해서 입장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아무 문제없었다. 평일 오전에, 예약 입장만 가능한데도 여름휴가 시즌이라 사람이 많았다.
모네의 정원은 정말 예뻤지만 아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덥다, 목이 마르다, 개구리가 없다, 배고프다 계속 칭얼대는 통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빠도 초록이 얼마나 좋은 건지 알게 된 건 얼마 전인데 너희들한테 정원을 느끼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 다음에 너희들 학교 갔을 때 아빠 엄마만 몰래 다시 올게.
쫓기듯 정원을 나와서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이 있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자리로 안내를 해주었다. 요즘 윤수와 지수는 외식을 하면 프랑스식으로 먹는다. 그러니까 디저트까지 다 챙겨 먹어야 식사가 끝난다.
디저트 값이 부담은 되지만 그래도 여유 있게 식사하는 문화를 아이들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 프랑스에서는 아무리 오래 앉아있어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빨리 일어나면 벌써? 하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점심을 먹고 근처 베르농 Vernon에 있는 오래된 물레방아 Le Vieux-Moulin을 보러 갔다. 물레방아 자체는 별로 볼 것이 없었지만 주변 풍경이 예뻤다. 아이들은 오리를 쫓아 다니고 강에 돌을 던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 너희는 모네의 정원보다 여기가 훨씬 좋구나. 아이들이 즐겁게 노니 나도 마음이 편안하다.
다시 차를 타고 라호슈기용 La Roche-Guyon 으로 향했다. 회사에서 지베르니에 간다고 이야기하니 오토바이 여행클럽 회장님이 오는 길에 들리라고 추천을 해주었다. 멋진 성이 있고, 성으로 가는 길에 센강 풍경이 예쁘다고 했다.
성으로 가는 길에는 밀밭이 많았다. 이미 추수가 끝났지만 그래도 멋있었다. 지평선까지 시야가 탁 트여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윤수야 여기 정말 멋지지 않아?"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것도 없는 것이 핵심이다 아들아."
오토바이 여행클럽 회장님이 이야기해준대로 라호슈기용에 가까워지자 센강이 보였다. 차를 세울만한 곳이 없어서 최대한 천천히 차를 몰면서 풍경을 감상했다. 그래도 모자라서 다시 가던 길을 되돌아와서 다시 한번 지나갔다.
이제 그만 집에 가고싶다는 아이들을 성에서 미로 찾기를 할 수 있다고 설득하여 라호슈기뇽 성 Château de La Roche-Guyon에 데려갔다. 다행히 방이 많고 복도도 복잡해서 정말 미로 찾기 하는 것 같았다. 성 구석구석을 신나게 돌아다녔다.
미로찾기의 하이라이트는 지하 동굴. 어두운 데가 으스스한 음악까지 틀어놓아서 어른한테도 좀 무서웠다. 아이들은 거의 울면서 나왔다. 이 성을 만든 사람은 미친 것 같다고, 다시는 미친 성에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집에 와서 동굴을 만든 이유를 검색해봤는데 영어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지하 동굴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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