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좋았던 일요일, 퐁텐블로 숲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구글맵에 찾아보니 어린이들도 쉽게 갈 수 있는 산책 코스가 많았다. 길가 주차장에 차를 대고 30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는 코스를 선택했다.
산책길에 들어서자 나비들이 많이 보였다. 곤충채집에 목말라있던 아이들은 정신없이 나비를 쫓아다닌 결과 꽤 여러 종류의 나비를 잡았다. 서울에서는 곤충 채집을 많이 하고 관찰일기까지 썼는데 파리에서는 곤충을 보기 정말 힘들다. 파리를 점령한 비둘기들이 애벌레를 다 잡아먹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곳곳에 바위 터널도 있고, 누군가 만들어놓은 나무집도 있고, 쓰러진 나무들도 있어서 숲 탐험하기 좋았다. 놀면서 걷다 보니 30분 거리 전망대까지 가는데 2시간이 걸렸다.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얕은 언덕)에 있는 바위에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고 전망대에 올라갔다. 동서남북 가리는 곳 하나 없이 끝없는 숲이 펼쳐진다. 장관에 아이들도 ‘와!’ 탄성을 질렀다.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 바위틈에서 도마뱀을 발견했다. 오늘 도마뱀을 잡아야 집에 갈 수 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윤수가 바닥을 기어가는 도마뱀을 몸을 날려서 잡았다. 그리고 바위에서 기어 다니던 녀석도 한 마리 잡았다.
도마뱀을 채집통에 넣어놓고 관찰을 한 뒤에 풀어주었다. 도마뱀이 겁을 먹으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주었는데 결국 걱정했던 일이 일어났다. 윤수가 놓아주려고 도마뱀을 잡았는데 꼬리를 잘라버렸다. 잘린 꼬리가 꿈틀대니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깔깔깔 웃었다. 도마뱀이 얼마나 겁나고 아팠을지 생각해보라고 여러 번 이야기를 해주었다.
집에 오는 길에 바흐비종에 들러 화가 밀레가 마물렀던 집에 갔다. 집을 관리하는 아저씨가 말을 너무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 밀레가 만종을 그린 장소가 근처인지 물어봤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뭐라도 물어봐야 할 것만 같았다.
아저씨는 만종을 그린 장소 뿐만 아니라 그가 바흐비종에서 그린 그림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해주셨다. 밀레가 왜 농민들의 그림을 많이 그렸는지, 농민들의 삶이 어땠는지, 밀레가 그림에 어떤 상징들을 남겨두었는지 설명을 들으니 그림이 더 많이 보였다. 물어보길 잘했다.
밀레의 집을 나와 아저씨가 설명해준 길을 따라 밀레가 만종을 그렸던 장소에 갔다. 농부들이 하루 일과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를 하던 밭에는 유채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마을을 둘러보고 간식으로 크레페를 하나씩 먹고 집으로 출발했다. 차가 많이 걸려서 집까지 두 시간이나 걸렸지만 아이들은 도마뱀을 잡아서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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