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샤르트르 Chartres의 주요 유적지들은 빛으로 된 옷을 입는다. 샤르트르 대성당과 바로 옆 미술관에는 건물 외벽에 비춘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이 펼쳐진다. 그 외에도 다리, 교회, 거리 곳곳에 화려한 조명을 비춘다.
오후 늦게 샤르트르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밤 9시, 조명이 켜지는 시간에 맞춰 나갔다. 샤르트르 대성당 외벽에 프랑스의 과거와 오늘을 주제로 한 영상을 비추고 있었다. 별로 기대 안 했는데 막상 보니 정말 대단했다. 아이들도 우와! 우와! 탄성을 지르면서 봤다.
성당의 서쪽은 빛으로 건물을 채색해 놓았다. 수많은 조각상들이 모두 색색의 옷을 입었고 얼굴 표정과 머리카락까지 표현해 놓았다. 조명 옷이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선명했다.
빛 공연이 있는 장소들을 찾아 구시가지를 걸었다. 보자르 미술관 외벽에는 2차 대전을 주제로 한 작품을 상영하고, 생안드레 교회에는 동물과 꽃의 영상이 나왔다. 외르 강의 다리들도 저마다 조명을 받았다.
처음에는 평소 못해본 밤마실에 신이 났던 아이들은 춥고 잠이 오니 금방 시들해졌다. 결국 공연을 하는 장소 중에서 반 정도밖에 보지 못하고 방으로 돌아와야 했다.
호텔 방에서 샤르트르 대성당이 보였다. 아이들은 작품에 맞는 음악을 배경 음악으로 틀어달라고 하고 는 창가에 앉아 더 감상을 하다가 잠들었다.
샤르트르 여행 둘째날 아침. 아내가 호텔 창 밖으로 보이는 샤르트르 대성당을 스케치하자 아이들도 저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배고픈데 밥 먹으러 가자고 하면 무식한 사람이 될 것 같은 분위기. 어쩔 수 없이 예술가들이 작품을 끝낼때까지 기다렸다.
우리가 샤르트르에 간 날은 공교롭게도 파리-투르 자전거 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름과는 달리 대회의 출발점이 파리가 아니라 샤르트르다. 마침 호텔 앞이 출발지라 경기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태프들은 분명 비싸 보이는 자전거를 준비하고 선수들은 몸을 풀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길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우리도 출발점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선수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선수들이 지나간 뒤로 예비용 자전거와 앰뷸런스, 경찰차들이 한참을 더 지나갔다. 관중들은 행렬이 끝날 때까지 서서 응원을 했다. 프랑스에서 자전거 대회의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낮에 찾은 샤르트르 대성당은 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때마침 미사를 하고 있어서 뒤에 앉아서 참관을 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미사 시간이 있는지 제법 아는 척을 했다.
높은 천장도, 푸른 스테인드글라스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조각들도 이제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는다. 고딕 성당은 너무 많이 봤다. 이탈리아에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대성당 옆에 있는 샤르트르 스테인드글라스 센터 Centre international du Vitrail de Chartres 에 갔다. 박물관에 중세 시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뿐만 아니라 현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센터의 한편은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교육장 겸 작업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체험 시간에 맞춰서 오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스테인드글라스는 보는둥마는둥 서둘러 박물관을 빠져나와 마당에서 모래놀이를 했다. 그 동안 아내는 스케치북을 꺼내 그림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메종 피카시에뜨 Maison Picassiette에 들렸다. 이 집의 주인 Raymond Isidore는 수십 년 동안 버려진 유리병과 그릇들을 모아서 자기 집을 모자이크로 꾸몄다. 우리나라라면 ‘세상에 이런 일이’나 생활 속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나올법한 분위기의 집이었다.
깨진 파편으로 장식을 했으니 파편의 원래 모습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이들은 파편 준에서 플레이도 뚜껑 조각을 찾아냈다. 집 가운데 정원에 작은 연못에 있고 거기 물고기가 살고 있어서 물고기 애호가 지수가 제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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