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랜드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스카이 섬 Skye Island에 다녀왔다. 글렌코에서 스카이 섬까지는 2시간 반 가량 소요된다. 호텔에서 새벽에 출발을 해서 Sligachan, Portree, Kilt Rock 등 주요 명소를 돌아보고 퀴랑 Quiraing에서 하이킹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기예보를 보니 아침에 비가 예보되어 있었다. 그래서 9시까지 일어나서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가는 길에 확인한 날씨는 더 좋지 않았다. 오후 2시까지 비가 온다는 슬픈 소식. 그래서 즉흥적으로 방향을 돌려 네스호에 들렀다.
하이랜드에는 아름다운 담수호가 많지만 그 중 특별히 유명한 호수가 있다. 괴물 네시가 살고 있다는 네스호 Loch Ness 다. 네시는 중세시대부터 문헌에 등장했다고 한다. 그 후 목격담이 꾸준히 이어지다 1934년 네시의 사진이 공개되었다. 이 사진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가짜로 밝혀졌지만 사진 덕분에 네시는 월드 스타가 되었다.
네스호는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호수의 폭은 넓지 않지만 길이가 36km나 되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 호숫가에서 야영을 한 사람들이 텐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오리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이들은 오리에게 빵을 주고 돌을 던지면서 놀았다.
다시 스카이 섬으로 출발했다. 섬으로 가는 길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두 시간의 운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산 위로 낮게 떠 있는 무지개도 만났다. 하이랜드에서 머무는 동안 매일 비가 왔지만 덕분에 매일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섬에 들어가기 전에 Kyle of Lochash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이 랑구스틴을 먹고 싶다고 해서 해산물 식당을 찾아갔는데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곳이었다. 랑구스틴, 게, 피시앤칩스를 사서 차 안에 앉아서 먹었다. 쪼그리고 앉아 먹어야 했는데도 아이들은 재미있었는지 다음에 또 트렁크 식사를 하자고 했다.
스카이 다리를 건너 스카이 섬에 들어섰다. 들판에 방목 중인 양이 많이 보였다. 양모는 오랫동안 스코틀랜드의 기반 산업이었고, 지금도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은 양모 목도리다.
스코틀랜드의 상징인 하이랜드 소는 보기 힘들었다. 하이랜드 소는 긴 털과 뿔이 특징으로 머리에 난 털이 눈을 덮을 만큼 길게 자라 있어 Hairly Coo라고 부른다. Coo는 스코틀랜드어로 소를 뜻한다. 소가 보일 때마다 털이 긴지 살펴봤지만 모두 누렁소였다.
포트리 Portree에 도착했다. 포트리는 스카이섬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카페에서 케이크를 사먹고 마을을 둘러봤다. 밝은 색으로 칠한 집들이 작은 항구에 늘어서 있었다. 맑은 날에 왔다면 정말 예뻤을 것 같다. 아이들은 간간히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을 뒤집으며 게를 찾아다녔다.
비가 그치지 않아 계속 차를 타고 섬 안으로 더 들어가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는 바위 기둥 올드맨 오브 스토르 Old Man of Storr에 오르는 것이지만 산 위에는 소나기가 내려서 지나쳤다. 북쪽으로 더 이동해 해안가에 도착하자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해가 쨍쨍했다. 킬트록 Kilt Rock 전망대에서 멈춰서 해안 절벽과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를 감상했다.
킬트록보다 조금 남쪽의 The brother's point에서 보는 전망도 멋졌다. 동쪽으로는 바다와 로나 섬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산이 있었다. 전망대 푸드 트럭에서 핫도그를 사서 풍경을 감상하며 먹었다. 트레킹을 하려고 했던 퀴랑 Quiraing 쪽에는 먹구름이 가득 끼어있었다. 트레킹은 포기하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왔다.
올드맨 오브 스토르에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비가 그쳤다. 늦은 오후라 주차장도, 트레킹 코스도 한산했다. 하루 종일 차만 타다가 걸으니 아이들 발걸음이 가벼웠다. 올드맨 오브 스토르로 올라가는 길에는 계속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산 아래 Leathan 호수와 멀리 바다가 멋진 풍경을 만들어냈다. 들판에는 스코티쉬 헤더 Scottish Heather가 잔뜩 피어 있었다.
전망대까지 단숨에 올랐다. 올드맨 오브 스토르는 하늘을 향해 솟은 바위가 노인의 얼굴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망대에서는 바위 뒤에 바위와 같은 색의 돌산이 있어서 노인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산을 조금 더 올라 바위 뒤쪽까지 가면 분명히 보일 것 같았지만 바람이 차갑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서 하산하기로 했다.
날씨가 좋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퀴랑 트레킹도 하고 올드맨 오브 스토르 정상에도 올라가 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우리가 차에서 내릴 때마다 비가 그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다. 하마터면 차에서 비만 보다가 돌아갈 수도 있었다.
글렌코로 돌아오는 길에 에일린 도난 성 Eilean Donan Castle에 들렀다. 성의 개방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주차장에서 성의 외관을 볼 수 있었다. 호수 위의 작은 섬에 세워진 중세 성은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마침 해가 지면서 성벽이 노랗게 물들고 성 뒤로는 노을이 졌다.
저녁으로 성 근처 테이크아웃 피자 가게에서 피자를 사먹었다. 날파리가 너무 많아서 이번에도 차 안에 앉아서 먹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밤이 되었다. 길에 가로등이 전혀 없고 지나가는 차도 없어서 운전하기 정말 힘들었다. 포트 윌리엄까지 완전한 어둠 속을 한 시간 넘게 달렸다. 포트 윌리엄의 불빛을 보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유럽여행 > 영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코틀랜드 - Three Sisters, Highland Coo (1) | 2023.09.04 |
---|---|
스코틀랜드 - Glencoe Lochan Trail, Fort William (0) | 2023.08.31 |
스코틀랜드 - Glen Etive, Signal Rock and An Torr (0) | 2023.08.30 |
스코틀랜드 - 에든버러 (0) | 2023.08.29 |
런던 6 - 런던탑, 그리니치 천문대 (0) | 2023.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