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영국

스코틀랜드 - 에든버러

커피대장 2023. 8. 29. 04:34

저가항공 이지젯에 에든버러행 할인티켓이 나와서 충동구매를 했다. 스코틀랜드의 자연을 느껴보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다. 여행 기간이 짧아서 하루만 에든버러에서 보내고 나흘은 하일랜드에 가기로 했다.
 
에든버러 공항에 밤에 도착해서 공항 근처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파리는 기온이 30도가 넘었는데 에든버러는 춥고 비까지 내렸다. 이번 여행을 위해 방수 재킷을 하나씩 샀는데 첫날부터 써먹었다. 
 
다음 날 아침 에든버러 구시가지에 갔다. George Street의 Lowdown이라는 카페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샌드위치, 수프, 차 모두 맛있었다. 우리 테이블을 담당한 직원은 바이킹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거대한 남자였는데 정말 친절했다. 덕분에 스코틀랜드의 첫인상이 좋았다. 

 
 
로얄 마일, 빅토리아 테라스, 그라스 마켓 등 올드 타운의 유명한 거리들을 걸었다. 도시 곳곳에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있었다. 정해진 장소에서 허가를 받아서 연주를 하는 것 같았다. 연주가 끝나면 다른 사람이 교대를 해서 같은 자리에서 연주를 했다. 
 
빅토리아 스트리트는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이 소설 속 배경인 다이어건 앨리를 착안한 곳이다. 거리에 도착하자 해리포터 팬 어린이들은 바로 알아봤다. 거리에는 작은 해리포터 박물관 겸 기념품샵도 있었다.
 
그라스 마켓에서 피시앤칩스와 빠에야를 사서 점심으로 먹었다. 올해 봄 런던 여행 때 피시앤칩스를 먹어보고 '영국에는 피시앤칩스 밖에 없잖아?'라고 놀리기에는 너무 맛있다고 생각했다. 에딘버그의 피시앤칩스도 훌륭했다. 
 

 
 

 
 
흐린 날씨였지만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알고보니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기간이었다. 매년 8월 3주 동안 클래식, 연극, 춤 등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거리마다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았다.
 
로얄 마일에는 공연 팸플릿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뮤지컬 배우들은 맛보기 노래를 들려주고 피에로는 작은 선물로 아이들을 유혹했다.

"형편없는 셰익스피어 한번 보러 올래?"

우리 집 어린이들은 Rubbish Shakespeare Company 라는 극단의 아저씨에게 넘어갔다. 
 
오후에는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 갈 계획이었지만 연극을 보러 가는 것으로 변경했다. 억지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데려가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한 길이다. 그리고 셰익스피어 연극을 보는 것이 더 영국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형편없는 셰익스피어 극단'은 Pleasance Courtyard 에서 공연을 했다. Courtyard라는 이름처럼 중앙 마당이 있고 마당을 둘러싼 건물에 극장이 있었다. 마당에는 맥주와 음식을 팔고 있었고, 공연을 홍보하는 사람과 티켓 부스에 줄을 선 사람들로 가득 차 축제 분위기였다. 
 
100석 규모의 작은 극장에서 연극이 시작되었다. 배우가 호들갑스럽게 셰익스피어를 찾아 다니더니 오늘은 극작가 셰익스피어 씨가 무단결근을 해서 대본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관객들이 같이 대본을 만들어야 한다고.  Rubbish Shakespere라는 극단 이름이 이제 이해가 되었다.
 
관객의 제안에 따라 배경과 주제가 정해졌다. 서기 666년 하이랜드의 어떤 마을에서 쌍둥이 동생이 사라진 이야기가 펼쳐졌다. 배우들은 준비한 기본 플롯에 관객과 즉석에서 정한 내용을 짜 맞추느라 고군분투했다.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무리를 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블랙 코미디가 적절히 가미되어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재미있게 봤다. 
 
 연극을 보고 보비 동상을 찾아갔다. 보비는 주인이 죽고 나서도 주인의 무덤 곁을 10년이 넘게 지켰다고 한다. 에든버러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죽은 후 동상까지 세워졌다. 보비의 코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하니 우리도 반질반질해진 코를 쓰다듬어주었다. 
 
 
 

 
 
 

 

에든버러 성을 돌아 성 커트버트 교회에 갔다. 교회 밖 광장에 예술가들이 공예품을 파는 장터가 열렸다.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쳐야 했다.
 
예배당에 잠깐 앉아서 쉬었다가 Waterstones 서점에 갔다. 서점 카페에서 에든버러 성을 보며 쉬려고 했는데 창가 자리가 나지 않았다. 아이들 책을 몇 권 사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하이랜드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