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를 떠나는 날. 아침에 비가 와서 느긋하게 조식을 먹었다. 호텔 식당에서 호수 방향으로 통창이 나 있어서 매일 호수를 보며 아침을 먹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어린이 놀이방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일단 나가보자.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항상 비가 그쳤잖아"
아내가 말했다. 이 날은 오전에 쓰리 시스터즈 Three Sisters에서 트레킹을 하고 공항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하늘을 보니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았지만 더 지체할 수는 없어서 호텔을 나왔다.
쓰리 시스터즈 Three Sisters에 도착하니 정말로 비가 잦아들었다.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이 가득했고 이슬비가 간간이 내렸지만 트레킹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거봐. 최선을 다해 놀면 하늘이 도와준다니까?"
쓰리 시스터즈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트레킹 코스를 걸었다. 도로를 따라 나있는 쉬운 코스지만 세 자매 산 Aonach Dubh, Beinn Fhada, Gearr Aonach가 병풍처럼 배경으로 서 있어서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었다.
산 중턱에 깔린 안개도 풍경에 한 몫을 했다. 산 정상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틀 전에 날씨가 좋을 때 전망대에 와서 봤기 때문에 아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노래까지 부르며 즐겁게 걸었다.
트레킹 코스에는 커다란 베낭을 메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 사람들 가방에는 텐트가 있어. 어제 아니면 그것보다 더 전에 산에 올라가서 자고 아침에 내려오는 거야.”
“왜?”
“자연이 좋으니까. 밤에 별이 얼마나 많이 보이겠어? “
파리에 와서 아이가 스코틀랜드의 산을 그렸는데, 산 중턱에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었다. 아이가 보기에도 인상 깊었나 보다.
산을 따라 조금 내려가지 히든 밸리 Hidden Valley 혹은 로스트 밸리 Lost Valley 트레킹 코스로 향하는 길이 있었다. 돌 산을 걸어 올라가는 코스라 힘들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고 한다. 코스를 오르는 사람들이 골짜기 사이로 하나둘씩 사라졌다. 우리는 코스 입구까지만 가보고 다음을 기약
트레킹을 마치고 에든버러로 출발했다. 길 중간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많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지나쳐야 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열심히 눈에 담았다.
트레킹을 하고, 바다를 보고, 물개도 만나고, 연극을 보고, 여행의 목적을 대부분 달성했지만 딱 하나 빠진 것이 있었다. 하이랜드 소를 보지 못했다. 전날 구글맵을 열심히 검색한 끝에 하이랜드 소 목장이 딸린 기념품 가게를 찾았다. 아내도 똑같은 곳을 찾아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마침 목장이 에든버러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있었다. 가게에 작은 식당이 딸려 있어서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기념품으로 스코틀랜드 과자를 샀다.
이제 소를 보러 갈 시간. 목장에는 두 마리 소가 있었다. 검정소와 누렁소 모두 털이 긴 헤어리 쿠 Harily Coo였다. 목장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당근을 먹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딘스턴 증류소 Deanston Distillery에 들렀다. 증류소 밖에서도 술 빚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 생산시설에 어린이 출입이 금지되어 있을 만했다. 이번에도 가이드 투어는 하지 못하고 샵만 구경했다. 18년 산 위스키 한 잔을 시음했다. 벤 네비스 증류소의 위스키보다 훨씬 내 입맛에 맞았다.
기념품으로 '운전자를 위한 시음 세트'를 사 왔다. 집에 가서 마실 수 있도록 샘플러 3병이 테이스팅 노트와 함께 담겨 있었다. 파리에 돌아와서 여행을 기억하며 시음을 했다. 언젠가 위스키 투어를 하러 스코틀랜드에 다시 가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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