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베네룩스

벨기에 - 브뤼셀

커피대장 2023. 10. 22. 20:14

파리에서 차로 네 시간도 걸리지 않는 이웃 나라 벨기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다 이제야 다녀왔다. 

 

브뤼셀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초콜릿 박물관 Choco-story Brussels에 갔다. 여느 초콜릿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마야 문명의 초콜릿 유적들부터 설명을 시작한다. 오디오가이드가 잘 되어있고, 아이들이 초콜릿과 관련된 간단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콘솔이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초콜릿을 농도 별로 시음해 볼 수 있는 코너도 있었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신나게 초콜릿을 빼먹는다. 관람 코스 마지막에는 초콜릿 마스터가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을 시연해 보인다. 마스터가 노련하고 재미있게 시연회를 이끌어서 재미있게 봤다.  

 

 

 

 

 

 

 

 

 

벨기에에 오면 가장 먼저 와플을 먹을 생각이었으나, 초컬릿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와플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래서 감자튀김으로 메뉴를 바꿨다. 감자튀김이 맛있어봐야......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프랑스 북동부 지역의 감자튀김은 다르다. 사이드 메뉴가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메뉴로 대접을 받는다. 그러니 원조인 벨기에는 어떨지 궁금했다.   

 

Patatak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가게에 가서 감자튀김과 버섯튀김, 치킨을 먹었다. 감자튀김은 과연 벨기에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맛이었다. 방금 튀겨서 따끈따끈한 튀김을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한 감자가 꽉 차있다. 마요네즈, 안달루스, 후추 등 소스를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요즘 제철인 버섯 튀김도 맛있었다. 

 

감자튀김을 먹고 브뤼셀의 중심지 그랑 플랑스 Grand Place에 갔다. 직사각형 광장을 중심으로 17세기부터 지어진 멋진 건축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광장에서 브뤼셀 대학교의 졸업식이 열리고 있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역사적인 장소에서의 졸업식은 정말 특별한 경험일 것 같다. 

 

 

다음으로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에 갔다. 벨기에 출신인 르네 마그리트를 기념하여 2009년에 설립된 미술관으로, 그의  작품 2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벨기에 왕립 미술관과 연결되어 있어서 둘 다 관람할 수 있으나 어린이들의 집중력을 고려하여 한 곳만 보기로 했다. 

 

익숙한 풍경과 익숙한 사물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신기하게 배치되어 있는 그림들을 아이들은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한 마디로 웃긴 그림들이다. 

 

브뤼셀에서는 미술관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그의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비둘기, 모자, 파이프를 볼 때마다 반가워했다. 

 

 

벨기에에서 감자튀김보다 더 유명한 음식은 와플이다. 와플을 먹으러 생 위베르 갤러리 Galarie Royales Saint-Hubert에 갔다. 생 위베를 갤러리는 1847년에 오픈한 쇼핑 아케이드로 음식점, 카페, 상점들이 모여있다. 브뤼셀에서 가장 유명한 와플집 Maison Dandoy에 가서 20분 정도 기다린 끝에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직사각형 모양의 브뤼셀식 와플과 동그란 모양의 리에주식 와플을 주문했다. 와플 맛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그냥 보통 와플이었다. 함께 주문한 차는 다 식어서 나왔다. 어린이들이 먹은 핫 초콜릿은 맛있었다고 한다. 

 

브뤼셀에는 초컬릿 가게가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있는 것 같았다. 지수가 선택한 가게에 들어가서 트러플 초콜릿을 한 상자 사서 호텔로 들어왔다. 

 

 

 

호텔 수영장에서 조금 놀다가 근처 브라스리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벨기에 대표 음식인 홍합 요리와  소고기 스튜 Carbonades를 주문했다. 홍합찜은 항상 감자튀김과 같이 나와서  홍합 감자 Moules Frites라고 부른다. 프랑스에서도 많이 먹는 요리다. 프랑스에서 먹던 것보다 국물이 더 깔끔하고 시원했다. 소고기 스튜는 맥주 소스를 이용해 만드는데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었지만 느끼해서 금방 질렸다.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러 다시 그랑 플라스에 갔다. 조명이 들어온 건물들은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브뤼셀의 마스코트 오줌싸개 동상은 그냥 평범한 작은 청동상이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광장에 일상용품을 악기로 탈바꿈시킨 거리의 음악가를 만났다. 플라스틱 통과 냄비는  드럼이 되고 파이프는 관악기가 되었다. 신나는 연주에 흥이 난 관객들이 앞에 나와 춤을 추기도 하고, 음악가와 합동 연주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