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베네룩스

룩셈부르크 여행 - Vianden 성

커피대장 2022. 12. 29. 16:45

“룩셈부르크에 가서 성이 보이는 강에서 카누 탈 거야”

지수가 룩셈부르크에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한 이야기다. 성이 보이는 강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걱정을 했으나 룩셈부르크는 작은 나라라 어렵지 않았다. 구글에 룩셈부르크 성을 검색하니 언덕 위에 세워진 성과 그 아래 흐르는 강 사진이 나왔다.

"어!! 여기 맞아!!"

Vianden 성은 룩셈부르크시에서 50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기차를 탄 뒤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갈 수 있는 데다가 비까지 와서 갈까 말까 계속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가기로 했다. 겨울이니 카누를 타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자고 할 수 있었지만, 성에 가는 것을 다음으로 미룰 이유는 없었다.

룩셈부르크 여행 3일 차,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룩셈부르크 역에 가서 짐을 맡겼다. 기차를 타고 Ettelbruck까지 간 뒤에 여기서 570번 버스를 타면 Vianden에 도착한다. 기차와 버스는 30분~1시간 정도 간격으로 있었다. 룩셈부르크는 대중교통이 모두 무료이기 때문에 시간표를 보고 맞는 시간에 가서 그냥 타면 된다.

 

 

기차를 탈 때까지는 이슬비가 조금씩 뿌렸는데, 버스에서 내리지 본격적으로 비가 내렸다. 언덕 위에 성이 보였지만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마을에 있는 호텔에서 차를 마시면서 비를 피했다.

마을에서 성까지는 걸어서 1km 정도를 올라가야 했다. 어린아이들이 비를 맞으며 걷기에는 쉽지 않은 거리였다. 호텔 맞으면 관광안내소는 문을 닫았고, 호텔 직원에게 마을에 택시가 있는지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도 없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아내가 검색을 하다가 성이 잘 보이는 맞은편 언덕의 Viepoint를 찾았다. 성 내부는 들어가 봐야 프랑스에서 가본 다른 성들과 똑같을 테니 생략해도 되지 않을까. 미안하지만 아이들에게 코로나 때문에 성 안은 문을 닫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비바람을 맞으며 Vewpoint에 올라갔다.

 

 

 

숲 속에 우뚝 서있는 Vianden 성은 아름다웠다. 비바람을 맞으며 올라와서 볼 가치가 있었다. 이번 여행의 주인공 지수도 매우 만족한 표정이었다. 이제 집에 가도 된다.

다시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는 잠시 비가 그쳤다. 정신없이 올라오느라 못 봤는데 천천히 걸으면서 보니 예쁜 마을이었다. 지수가 카누를 타고 싶다고 했던 강의 이름은 Our 강이었다. 카누는 못 탔지만 오리를 쫓아다니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다시 차를 마셨던 호텔에 가서 "우리 또 왔어요. 이번에는 점심이요" 하고 이야기하니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이들은 버거를 먹고 아내와 나는 지역특산요리를 주문했다. 아내는 돼지고기와 콩 요리, 나는 햄 플레이트였다. 룩셈부르크시에서 먹은 햄은 그저 그랬는데, 이 식당은 정말 맛있었다. 룩셈부르크산 모젤 와인도 한 잔 마셨다. 괜찮은 와인이었지만, 집에 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맥주를 한잔 더 마셨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했다.

 

파리로 돌아오는 길. 윤수가 오늘 원래 학교에서 친구들과 할 것이 있었다며 속상하다고 울먹였다. 학교를 빼먹고 놀러 가면 마냥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이제 아이를 데리고 어디 가려면 먼저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구나 싶었다. (물론 좋기는 했을 것이다) 아이에게 아이의 세상, 아빠가 모르는 세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