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를 보러 발랑솔에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는데 이제야 발랑솔로 향한다. 발랑솔부터는 리옹에서 일하는 한국인 동료의 가족과 합류했다. 동료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같은 또래라 만나면 같이 잘 논다. 아이들이 잘 놀면 부모들도 더 편하게 쉴 수 있으니 모두가 좋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한국말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그립기도 하다.
발랑솔에 도착해서 화장품 회사 록시땅의 공장에 들러 공장 투어를 했다. 화학 공장을 관리하는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업계의 공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들도 기계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좋아할 것 같았다.
원료 도입부터 배합, 제조, 포장까지 전 과정을 참관할 수 있었다. 화장품에 주로 사용되는 꽃에 대한 설명도 많이 들었고 중간에 화장품 테스트도 해볼 수 있다. 출하장에서 지게차로 제품을 나르는 모습을 보던 아이가 투어 가이드에게 물었다.
"근데 저기 일하는 사람들은 진짜에요?"
"왜? 연기자 같아?"
"네. 가짜 같은데요?"
"맞아. 여기는 대형 스튜디오고 우리는 넷플릭스를 찍고 있어."
공장 입구 매장에서는 시중보다 할인된 가격에 화장품을 판다. 한국에 휴가 갈 때 선물하려고 한가득 사왔다. 매장 앞에는 정원이 있는데 록시땅에서 원료로 사용하는 꽃들로 예쁘게 가꿔져 있었다. 아이들은 도마뱀을 발견해서 잡아보겠다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공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라벤더 재배지로 향했다. 라벤더 밭에 가까워지자 라벤더 향이 나기 시작했다. 마을 전체에 꽃향기가 진동한다더니 과장이 아니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수확 시즌의 중간이었다. 수확이 끝난 밭들이 많아서 라벤더가 아직 남아 있는 밭을 찾아다녔다.
사방으로 꽃이 펼쳐진 풍경은 장관이었다. 바람이 불면 꽃밭에 보라 빛 파도가 일었다. 세계 어디에서도 이렇게 많은 보라색은 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벤더를 운반하는 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꽃향기가 따라갔다. 라벤더 샵에서 나는 향과 진짜 라벤더의 향은 완전히 달랐다.
발랑솔에서 다시 동쪽으로 30분 정도 달려서 무스띠에 생뜨마리의 호텔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꽃에 관심이 하나도 없지만 꽃구경이 끝나면 수영장에 갈 수 있다는 말에 순순히 따라다녀주었다. 약속대로 짐도 풀기 전에 수영장부터 갔다. 햇살이 뜨거운데도 지하수로 물을 채우는지 수영장물이 차가웠다. 물에 들어갔다가 추워지면 나와서 햇볕에 몸을 데우면서 저녁 늦게까지 놀았다.
호텔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마을 산책을 했다. 무스띠에 생뜨마리도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된 곳이다. 낮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저녁에는 고즈넉하고 조용했다. 계곡에 우리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와 새소리만 울렸다. 호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 같이 마을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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