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프로방스, 코트다쥐르

남프랑스 Sausset-les-Pins 1

커피대장 2023. 6. 10. 18:00

회사 동료 다니엘이 예수승천일 3박 4일 연휴 기간 동안 남프랑스의 자기 집으로 우리 가족을 초대해 주었다. 남프랑스의 뜨거운 햇살을 기대했는데 야속하게도 3박 4일 내내 비가 예보되었다. 그리고 예보한 대로 기차가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액상프로방스 역에 내려서 차를 렌트해 다니엘의 집이 있는 Sausset-les-Pins에 갔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다니엘과 그의 아내 실비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짐을 풀고 거실로 나오자마자 실비가 물었다.

“아이들이 배가 고플 것 같은데 팬케이크 만들어줄까?”

번거로우실 것 같아서 괜찮다고 대답하려는 찰나 아내가 재빨리 감사히 잘 먹겠다고 대답했다.

(주방에 반죽이 잔뜩 준비되어 있어. 먹어야 돼.)
(아…알았어)

팬케이크를 먹는 동안 비가 잠시 그쳤다. 다니엘 부부와 다 같이 동네 산책을 했다. 작은 해수욕장에서 돌을 던지고 놀다가 마을 항구 구경을 했다. 지수는 바위 해변을 걷다가 작은 게를 한 마리 발견했다. 본격적으로 바위 틈새를 찾아 나서려는데 비가 다시 내렸다. 내일 다시 나오기로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실비가 마르세유식 저녁을 차려 주셨다. 전식으로 생선, 해산물을 야채를 넣고 끓인 생선 수프 부야베스 Bouillabaisse를 먹었다. 재료를 오랫동안 끓여서 진한 국물을 우려내고 건더기는 모두 걸러낸 뒤 수프만 먹는다. 마늘과 샤프란이 들어가서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담백했다. 빵으로 접시 바닥에 남은 수프까지 닦아서 먹었다. 
 
본식으로는 볶은 양파와 올리브, 앤초비를 넣어 구운 파이 피살라디에르 Pissaladière를 먹었다. 프로방스 로제 와인을 곁들였는데 잘 어울렸다. 후식으로 코르시카 치즈와 바닐라에 절인 딸기를 먹으며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날 아침. 비가 오지 않아 아침을 먹고 서둘러 바다에 갔다. 동네 해변에는 모래가 없어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해수욕장에 갔다. 물이 차가워 해수욕은 하지 못했지만 대신 모래놀이를 신나게 하고, 바위틈에 사는 작은 게도 몇 마리 잡았다.

 
점심을 먹으러 마을 항구에 갔다. 아내와 아이들을 내려주고 근처에 주차를 하고 레스토랑을 찾아 걷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무슈, 여기에요 여기"
"네? 저는 제 가족을 찾고 있어요."
"아내랑 아들 둘이죠? 지금 화장실 갔어요."
 
명백하게 한 가족으로 보였나 보다. 아내는 문어, 윤수는 새우, 지수는 생선, 나는 피시 버거를 먹었다. 좀 비싼 편이었지만 푸짐하고 맛있었다. 직원들도 모두 친절해서 기분 좋게 식사를 했다. 식당에서 남은 빵을 챙겨서 나와 항구에 물고기들에게 던져 주었다. 
 
 

 
 

 
 

 
 

 
오후에는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마르세유에 갔다. 가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전에 내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비가 오더라도 관광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옛 항구에서 배를 타고 마르세유 앞바다에 있는 이프 섬 Île d'If에 갔다. 섬에는 한때 정치범들의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샤토 디프 Château d'If 가 있다. 1531년 해안 경비를 위해 건설된 성으로 탈옥이 어려운 입지 조건 때문에 감옥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그런데 명성과는 달리 수감자가 탈옥에 성공하는 일이 꽤 있었다고 한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속 인물 몽테크리스토 백작도 이 섬에서 탈출을 했다. 

성에는 별로 볼 것이 없었지만 전망이 정말 좋았다. 동쪽으로는 마르세유가 보이고 서쪽에는 조금 큰 규모의 섬이 있었다. 지중해는 비가 오는 날에도 파란색이었다. 날씨가 좋으면 얼마나 예쁠까.

아이들은 성의 창문 밖에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새끼 갈매기 새끼를 발견했다. “귀여워!” 소리를 지르고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서 한참 관찰했다. 엄마 갈매기가 새끼 곁을 지키며 사방을 주시했다. 잠시 후 아빠 갈매기도 날아왔다. 먹이 주는 것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그냥 다시 날아갔다.
 
 
 

 

 

 

 

 

 



다시 배를 타고 마르세유에 돌아왔다. 마르세유의 명물 검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Glacier Vanille Noire을 먹고 시내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비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일찍 문을 연 레스토랑을 찾아가 이른 저녁을 먹었다. 

집에 돌아오니 다니엘과 실비가 날씨가 안 좋아서 어떻하냐고 우리보다 더 안타까워했다. 해변에서 놀았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고, 샤토 디프에도 다녀왔으니 계획 했던 건 다 했다고 이야기했다. 

'프랑스 > 프로방스, 코트다쥐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트다쥐르 Côte d'Azur - 니스  (31) 2024.12.05
남프랑스 Sausset-les-Pins 2  (0) 2023.06.14
6. 무스티에 생뜨마리, 생크로와 호수  (1) 2022.11.16
5. 발랑솔  (0) 2022.11.16
4. 액상프로방스  (1) 202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