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 & 노르망디

노르망디 - 울가트 Houlgate

커피대장 2022. 12. 2. 16:12

7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전. 프랑스인 동료들과 화상 회의를 했다. 일 이야기는 순식간에 끝나고 다들 여름 바캉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동료가 주말에 뭐하는지 묻길래 이 회의가 끝나면 울가트에 간다고 이야기했다. 노르망디에서 회의에 참석한 동료가 환호했다.

"브라보! 울가트 정말 좋아. 붐비지도 않고 깨끗하고 바다도 예쁘지. 도빌, 까부르 그런데는 파리 사람들이나 가는 거야. 우리 노르망디 사람들은 울가트에 가."

파리에서 2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 울가트에 도착했다. 노르망디 사람 말 대로 근처 도빌 보다 훨씬 작고 조용했다. 한여름의 바다라고 하기에는 정말 한산했다. 주말 내내 날씨가 궂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울가트에 온 주목적은 수렵 채집 활동이다. 2박 3일 동안 매일 갯벌에 나가 게와 조개를 잡았다.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첫날은 춥고 바람도 너무 많이 불어서 거의 잡지 못했다. 둘째 날은 뭘 몰라서 많이 못 잡았다.

 

 

 


마지막 날. 아침 간조 시간에 맞춰 바다에 갔다. 이틀 간의 시행착오 끝에 적절한 도구를 갖추고 (끝이 평평하고 단단해서 갯벌 바닥을 긁을 수 있는 뜰채가 필요하다) 갯벌 생물들이 많이 사는 포인트도 찾았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모래사장 사이로 생긴 물길을 공략한다).

뜰채를 물에 넣고 1분 정도 갯벌을 훑고 다니자 뜰채에 새우와 작은 물고기, 게가 잔뜩 잡혔다. 아이들은 완전히 흥분했다. 잡고 관찰하고 놔주고 잡고 관찰하고 놔주고 무한반복이다.

윤수는 근처에서 동네 주민들이 한 줄로 서서 꼬막을 캐는 것을 보고는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할아버지 한 분이 아이에게 꼬막 찾는 법을 설명해주었다. 아이는 이내 동네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꼬막을 캤다.

윤수가 직접 잡은 꼬막을 두 주먹에 가득 쥐고는 할아버지에게 가져갔다.

"아이가 잡는 법 알려주셔서 고맙다고 들고 왔어요."
"내가 옆에서 보니까 꽤 잘하더라. 이거 하루 정도 식초 물에 담가 두었다 먹어야 해. 아니면 모래가 많아서 못 먹어. 화이트 와인이랑 먹으면 끝내 준다고."

할아버지 말 대로 집에 와서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만조 때는 해변에서 연을 날렸다. 바람이 세서 별로 힘들이지 않아도 연을 날릴 수 있었다. 뛸 필요도 없다. 위로 살짝 던져주면 날아오른다. 아이보다 내가 더 재미있었다. 해변에 미니골프장도 있었다. 바다 전망 18홀 코스다. 윤수는 진지하게 게임에 임했고, 지수는 골프공으로 신나게 축구를 했다.

일몰시간에 다시 해변에 나갔다. 여행 기간 내내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이 잠깐 자리를 비켰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도 해 먹는 사진, 손으로 해를 잡은 사진을 찍으며 깔깔댔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 끝나고 집에 오는 날. 출발하자마자 잠든 지수는 호텔에 가는 길이 아니라 집에 가는 길이라는 걸 깨닫고는 펑펑 울었다. 다음에 또 바닷가로 여행 가기로, 그때는 더 길게 여행 가기로 약속했다.



 




집에 오는 길에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된 Beuvron-en-Auge 에 들렀다. 지수가 차에서 잠이 들어서 아내는 차에 남고 윤수랑 둘이서 마을을 둘러봤다. 작은 시장을 주변으로 타원형으로 길이 나있고, 길가에는 노르망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반목조 집들이 늘어섰다. 시장 건물은 고속도로 공사를 할 때 철거된 목조 가옥에서 나온 나무를 이용해지었다고 한다. 마을 구경을 하고 마을 입구에 사과 특산품 판매점에 들어갔다. 사과잼이 스무 종류는 있는 것 같았다. 사과주도 드라이한 것부터 단 것까지 다양했다. 윤수는 사과 주스를 한 병 샀다. 우리보다 앞서 계산을 하고 나갔던 노부부가 가게로 다시 뛰어들어왔다. 갑자기 비가 온다고 말하는 부부에게 가게 주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여러분은 노르망디에 계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