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빌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해서 놀이터에도 잘 안가는 집돌이 지수가 어쩐 일인지 바다에 모래놀이 하러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급하게 노르망디 여행을 계획했다. 모래 놀이가 목적이니 넓은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도빌 Deauville에 갔다.
도빌 해변의 모래사장은 길이가 3km가 넘고 폭이 가장 넓은 곳은 300m나 된다. 모래사장을 한참 걸어야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해변에 나온 사람들은 모래 놀이를 하고, 연을 날리고, 축구를 하고, 도시락을 먹고. 요가를 하고, 말을 탔다. 더러는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발이 시리도록 물이 차가운데도 맨몸이었다.
모래가 곱고 깨끗하고 바닷물도 깨끗해서 아이들이 놀기 좋았다. 도빌에 머무르는 사흘 동안 매일 바다에 나가 모래성을 쌓고 조개를 줍고 모래와 바닷물로 소꿉놀이를 했다. 지수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진지하게 말했다.
"아빠. 여기 사는 사람은 매일 바다에서 놀 수 있어서 좋겠다. 그렇지?
도빌의 도심은 해변을 따라 목골 구조의 예쁜 빌라가 늘어서 있어서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났다. 집들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개중에는 18세기에 지어진 건물들도 있다고 한다. 도빌은 나이트클럽이 많아 밤문화로도 유명하지만 우리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트루빌
도빌의 동쪽으로 흐르는 토크 강 La Touques 건너편은 트루빌Trouville이다. 바로 옆 도시인데도 트루빌은 도빌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 도빌이 휴양지라면 트루빌에서는 고기잡이 배가 드나드는 항구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트루빌에는 수산시장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새우나 바닷가재를 찐 것도 판다는 후기를 읽고 갔는데 평일 낮이라 그런지 생물 밖에 팔지 않았다. 해산물들이 크고 좋아 보였지만 그림의 떡이다. 구경만 열심히 했다.
6시 이후에는 통금 때문에 나갈 수 없으니 호텔에 있어야 했다. 아이들이 심심해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놀았다. 책도 보고 낮에 본 바다 그림도 그리고 2층 침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운동도 했다. 덕분에 아내와 나도 푹 쉬었다.
작년 까지만 해도 아이들을 모시고 여행을 다녔는데, 이제 제법 같이 다닐 만한 여행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다. 사춘기 아이를 둔 친구들은 이제 아이들이 부모와 여행을 가기 싫어한다고 아쉬워한다. 우리도 그 날이 오기 전까지 열심히 데리고 다니기로 아내와 다짐했다.
까망베르
집에 오는 길에는 까망베르 Camembert에 들렸다. 윤수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치즈인 까망베르와 같은 지명을 지도에서 발견하고는 가보고 싶다고 했다. 까망베르가 치즈가 만들어지는 마을의 이름인지는 나도 처음 알았다. 아이가 원하니 성지 순례하는 마음으로 가보기로 했다.
까망베르가 가까워지니 주변 풍경이 눈부신 초록빛으로 변했다. 초록 평원 중간에 작은 집들이 간간히 보이고, 넓은 평원은 모두 소들의 차지다. 풀밭 여기저기 자리 잡고 여유 있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은 좋은 치즈를 만들어 줄 것처럼 보였다.
까망베르에는 프랑스의 여느 시골 마을처럼 작은 교회와 시청이 있었다. 마을의 치즈 박물관과 체험관은 코로나 때문에 모두 문을 닫아 가보지 못했다. 대신 근처에서 문을 연 치즈 가게 하나를 겨우 찾아 까망베르 치즈를 샀다. 포장에 '까망베르에서 만들어진 까망베르' 라고 적혀 있었다. 별거 아닌데 뿌듯하다.
집에 와서 치즈를 먹어보니 마트에서 파는 유명 상표의 치즈 보다는 맛과 향이 조금 더 진한 것 같았다. 까망베르 애호가 윤수도 맛있게 먹었다. 아이가 까망베르 여행은 오래 기억할 것 같다. 마을 이름에서 이름을 따온 다른 음식이나 요리가 있는지 더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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