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노르망디는 초록색 평원, 자갈 해변, 그림 같은 해안 절벽 등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다. 파리에서 가까워 파리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기도 하다.
우리 가족도 주말마다 노르망디로 여행을 자주 다녔다. 특히 비 필수 업종은 모두 문을 닫고 엄격한 거리두기를 시행했던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는 노르망디의 해변이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좋은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에트르타
파리에서 노르망디로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파리를 벗어나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넓은 들판, 초록 평원, 작고 예쁜 마을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고속도로를 타고 그냥 휙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풍경이라 중간중간 국도로 빠져나와 시골길을 달린다.
에트르타는 하얀 석회암 절벽과 절벽 밖으로 돌출된 코끼리 모양의 바위가 유명한 해변이다.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유진 부댕 등 많은 화가들이 에트르타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림에 담아서 화가들의 해변이라고도 불린다.
에트르타는 자갈 해변이다. 파도에 마모되어 동글동글한 자갈이 귀엽다. 해변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자갈이 파도에 쓸려 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파도에 돌을 던지면서 신나게 놀았다.
코끼리 절벽의 반대편 언덕에는 교회가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서 올라가봤다. 언덕에 올라가니 제법 넓은 평원이 나타났다. 탁 트인 바다와 좌우로 펼쳐진 하얀 절벽은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풍경이다. 바다 바람과 갈매기 소리까지 잘 어울렸다.
옹플레르
에트르타에서 노르망디대교를 건너 옹플레르에 갔다. 옹플레르 역시 많은 예술가들의 그림에 담겼다. 특히 옹플레르 출신인 부댕이 구항구(Vieux Bassin)를 그린 그림들이 유명하다. 아쉽게도 그의 그림들이 소장된 부댕 미술관은 코비드 때문에 문을 닫았다.
비 오는 항구는 한산했다. 덕분에 여유 있게 구시가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구시가지 중심에는 생카트린 교회 Eglise Saint Catherine가 있다. 백년전쟁이 끝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민들이 지은 교회라고 한다. 종탑과 교회 건물이 따로 떨어져 있고, 나무로 지어진 것이 특이하다. 건설 당시 옹플레르에는 조선소가 있어서 목재건축 장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거대한 목조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실내 장식은 투박했지만 그래서 화려한 교회에 들어갔을 때보다 더 마음이 편했다.
항구 근처 생선가게에서 저녁에 먹을 해산물을 샀다. 찐 새우와 바닷가재, 생굴을 사니 배 모양의 스티로폼에 예쁘게 담아서 포장해줬다. 초고추장이랑 간장을 챙겨왔어야 하는데. 아쉬운 대로 생선가게 직원에게 머스터드 소스를 하나 추천 받아 샀다.
호텔방에 들어오자마자 아내와 나는 열심히 바닷가재와 새우를 까고 아이들은 신나게 입에 넣었다. 바닷가재는 속이 꽉 찼고 새우도 신선하고 달았다. 생선가게에서 추천해준 머스터드 소스가 잘 어울려서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온 쓰레기를 내다 버리려고 방에서 나왔는데 거의 모든 방 문 앞에 룸서비스 트레이가 놓여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고, 6시 이후에는 통행 금지라 룸 서비스 말고는 저녁을 먹을 방법이 없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재미 중 하나인 먹는 즐거움이 사망한 현장을 본 것 같아 슬펐다. 좋은 레스토랑과 좋은 음식에 집착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이 상황이 얼마나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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