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맞는 두번째 겨울. 오베르뉴 지방의 Sancy 산에 있는 스키장Super-Besse에 다녀왔다. 첫 해 겨울 알프스까지 먼 길을 이동하면서 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해서 이번에는 조금 가까운 곳으로 갔다. 파리에서 Super-Besse까지는 여섯 시간이면 갈 수 있었다.
Sancy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슬로프가 있고 산 아래는 호수가 있다. 그리고 호수 주변에 산장들이 늘어서 있다. 우리는 Belambra Clubs에서 숙박을 했다. 리조트에서 호수와 스키장과 눈 덮인 산까지 다 보였다. 리조트를 나올 때마다 풍경에 감탄했다. 스키장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단지와 스키장을 오가는 무료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Super-Besse는 프랑스 기준으로는 작은 스키장이지만 한국의 대형 스키장보다 더 컸다. 슬로프가 27개 있고 슬로프 길이도 꽤 길었다. 프랑스 대표 스키 휴양지인 알프스나 피레네만큼은 못하겠지만 어린 아이들과 같이 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스키 강습을 받았다. 프랑스어 강사만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강사가 "어차피 왼쪽 오른쪽만 이야기하면 되는데요?" 라고 안심시켜주었다. 강사 말 대로 금방 배워서 하루 만에 초급 슬로프를 쉽게 타고 내려올 수 있게 되었다.
초급 슬로프에서 아이들과 같이 타다가 아이들이 눈놀이를 하겠다고 하면 혼자 정상에 올라갔다. 20년 전 한창 스노보드에 빠져 있을 때 설산에서 스노보드를 타보는 것이 꿈이었다. 이렇게 뒤늦게 꿈을 이루게 되었다.
꽤 오래동안 스노보드를 신지 않았는데도 몸이 20대의 폼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억은 하는데 재현은 하지 못했다. 다리에 힘이 부족해 버티지 못하고, 겁도 나서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지 못했다. 대여한 장비가 좋지 않은 탓도 있었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보드가 슬로프를 가를 때 나는 소리, 찬 바람이 얼굴에 닿는 느낌, 속도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열정이 조금이 다시 깨어났다. 리프트에 사람이 없어서 지칠 때까지 실컷 탈수 있었다. 체력이 달려서 금방 지치는 것이 문제.
"자기야. 나 너무 신난다. 운동 열심히 하고 내년에 다시 올 거야."
"그래 좋은 생각이네. 운동 좀 해"
"그리고 스노보드도 하나 사야겠어."
"응?"
날씨가 맑은 날에는 아내와 아이들과 다 같이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갔다. 멀리 눈 덮인 산봉우리 아래 구름이 깔리고, 슬로프에는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지금 여기 함께 있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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