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

2022 알프스 스키 여행 - 알프스 음식

커피대장 2023. 1. 3. 15:51


알프스 산맥이 있는 사부아 Savoie 지방의 음식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치즈'다. 알프스에서는 치즈를 녹여 먹고 구워 먹고 덮어 먹고 긁어 먹는다. 스키장 근처의 모든 식당이 똑같이 오래된 스키가 벽에 매달려 있는 산장 분위기로 꾸몄다. 메뉴도 똑같다. 치즈나 소시지 혹은 둘 다 들어간 요리에 감자와 샐러드를 곁들여서 먹는다.

일주일 동안 똑같이 생긴 식당에서 똑같은 메뉴를 읽는 것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알프스에서는 이런 하드코어 메뉴가 용인되는 것 같다. 레스토랑에 가면 다들 즐겁게 치즈의 다양한 변형을 즐기고 있었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신기하게도 치즈가 매일 먹어졌다.



알프스 레스토랑. 모두 이렇게 생겼다.




퐁듀

남은 치즈 조각들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요리다. 향이 진한 하드 치즈 - 주로 Comte, Beaufort, Gruyer - 에 화이트 와인을 붓고 마늘이나 넛맥 등 향신료를 넣은 뒤 끓인다. 이렇게 준비한 퐁듀 팟을 테이블 가운데 미리 준비해놓은 워머 위에 올려놓는다. 긴 포크에 빵을 찍은 뒤 치즈에 깊게 담가서 먹는데 먹다 보면 팟 바닥에 남은 치즈까지 다 긁어먹게 된다.

보통 퐁듀

 

버섯이 들어간 퐁듀



라끌렛 raclette

치즈를 녹이는 또 다른 방법. 라끌렛 기계 가운데 향이 좋은 치즈를 꼽아 놓고 양쪽에 히터를 댄다. 치즈가 히터의 열에 녹으면 긁어내서 감자나 소시지 위에 올려 먹는다. 프랑스어로 긁어내다 Racler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치즈의 끝부분은 녹지 않고 바삭바삭하게 구워진다. 치즈의 끝부분은 향이 강해서 먹지 않는 사람이 많지만 구워진 라끌렛 치즈의 끝부분은 다르다. 알프스 인심이 담딘 커다란 치즈를 다 먹어서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또 먹어진다.


르블로숑 Reblochon


이번에는 치즈를 숯불에 굽는다. 알프스가 위치한 사부아에서 가장 유명한 치즈인 르블로숑 Reblochon을 팬에 올리고 숯불이 들어있는 히터 안에 넣어 구웠다. 치즈가 녹으면 역시 감자와 소시지 위에 올려 먹는다. 사부에서 먹은 치즈 요리 중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맛있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르블로숑 치즈 향을 맡으면 겨울, 가족, 스키, 칼로리를 떠올린다고 한다.



타르티플레트 Tartiflette

르블로숑은 알프스의 다른 요리에도 많이 올라간다. 오븐 용기에 감자, 베이컨, 크림을 넣고 그 위에 르블로숑을 올리고 오븐에 구워 만든 요리는 타르티플레트 Tartiflette라고 부른다. 타르티플레트의 변형으로 감자 대신 크로제 Crozet 파스타를 넣은 크로지플레트 Croziflette도 있다. 둘 다 느끼하고 칼로리 폭탄이지만 스키를 탄 뒤에는 먹어진다.

타르티플레트

 

크로제플레트



피에라드 Pierrade

치즈 요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얇게 자른 고기를 달군 돌판 위에 올려 구워 먹는 돌판구이 Pierrade도 대표적인 알프스 요리다. 이번에도 감자와 샐러드를 곁들여서 마요네즈가 들어간 소스에 찍어 먹는다. 소고기, 닭고기와 알프스 소시지 Diot가 있었는데 소시지가 정말 맛있었다.

프랑스를 지배하는 떼루아 Terroir 법칙에 따라 이 지역에서 만든 사부아 와인이나 옆동네 주라 와인이 잘 어울린다고 한다. 하지만 스키를 타고 온 사람들은 대부분 맥주를 마셨다.





이렇게 치즈를 먹고도 동네 치즈 가게에서 또 치즈를 사서 야식으로 먹었다. 파리에서도 알프스 치즈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눈 덮인 알프스 산을 보면서 먹는 것과는 아무래도 다르다. 열심히 먹고 왔는데도 집에 오니 식당을 가득 채운 치즈 향이 떠올랐다.

'겨울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알프스 스키 여행 - 티뉴 Tignes  (1) 2024.01.05
안시 Annecy  (0) 2023.01.06
2022 알프스 스키 여행 Domaine les sybelles  (1) 2023.01.02
오베르뉴 Puy-de-Dôme  (0) 2022.12.05
오베르뉴 - Super Besse 스키장  (0) 2022.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