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프랑스

피카르디 - 불로뉴쉬르메르, 베흐끄 바다표범 서식지

커피대장 2022. 12. 6. 06:39

불로뉴쉬르메르 Boulogne-sur-Mer는 프랑스 북쪽 피카르디 지방에 있는 항구도시다. 보통 줄여서 불로뉴라고 보통 부른다. 이곳에 유럽에서 가장 큰 아쿠아리움인 노지카 Nausicaa 국립해양연구센터가 있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지수를 위해 주말여행을 갔다.

항구도시에 왔으니 해산물을 먼저 먹으러 갔다. 생선 요리 유명한 식당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 아내와 먹으려고 전식으로 조개요리를 하나 시켰는데 아이들이 다 먹어버렸다. 이렇게 잘 먹을 줄 알았으면 더 시킬 걸. 본식은 생선요리를 각자 하나씩 주문했다. 아이들은 홍합, 생선, 시금치, 파마산 치즈가 들어간 파르망티에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아내와 내가 주문한 홍합 소스를 곁들인 생선 요리도 훌륭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좀 쉬다가 간조 시간에 맞춰서 해변에 나갔다. 이제 아이들은 갯벌 생물 잡기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생긴 웅덩이를 찾아서 뜰채로 물을 떠보니 새우와 작은 게들이 나왔다. 아이들은 찬바람이 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놀다가 벌벌 떨면서 숙소에 들어갔다.

저녁에는 방파제 산책을 하며 일몰을 보고 항구에 감자튀김을 먹으러 갔다. 사무실에서 주말에 불로뉴에 간다고 했더니 북쪽 출신 직원들이 모두 감자튀김을 꼭 먹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맛있어봐야 감자튀김이지.' 생각하고 갔는데, '감자튀김이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구나'로 생각이 바뀌었다. 벨기에와 프랑스가 서로 '프렌치프라이'의 원조라고 주장할 만하다. 감자튀김을 얻어먹으려고 모여든 갈매기들을 쫓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아쿠아리움에 갔다. 유럽에 와서 작은 아쿠아리움에 계속해서 실망했던 아이들의 갈증을 한 번에 풀어줄 만큼 큰 규모였다. 대형 수조에는 만타 가오리와 상어가 헤엄치고 수중터널도 있었다. 지구 온난화가 바다에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전시가 있어서 아이들과 기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었다.

아쿠아리움에서 나와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를 걸었다. 마을 중앙의 종루, 노트르담 성당, 도몽 성을 둘러봤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종루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마침 마을에서 판화 축제를 하고 있어서 마을의 작은 갤러리 앞에서 작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로뉴에서 북쪽의 칼레로 이어지는 오팔 해안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절벽 위의 초원과 에메랄드 빛 바다 사이로 굽이굽이 해안도로가 이어져 있다.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윤수가 바다 건너 엄청 큰 섬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엄청 큰 섬은 영국이었다. 영국이 이렇게 눈에 보일만큼 가까운지는 몰랐다. 다음에는 해협을 건너 영국에 가보기로 했다.





피카르디 지방을 흘러 영국해협으로 흐르는 솜 강의 하구는 자연보호구역이다.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조류 서식지 마르캉테르공원이 있고, 공원 맞은편은 야생 바다표범 서식지이다. 집에 가는 길에 바다표범이 자주 출몰한다는 베흐끄 Berck 해변에 들렸다.

바다표범은 간조 때 일광욕을 하러 해변에 올라온다고 한다. 그래서 바다표범을 관찰하려면 해가 있는 날, 간조 시간에 맞춰서 가야 한다. 우리가 간 날의 간조는 저녁 6시였다. 시간은 딱 좋았으나 날씨가 문제였다. 아침부터 비가 오고 해가 떴다가 다시 비가 오기를 반복하는 전형적인 '북쪽 날씨'로 애를 태웠다.

해변에 도착한 시간은 4시 반. 다행히 딱 맞춰서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해변에 사람들이 몰려 있고 그 맞은편에 정말로 바다표범들이 있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해변 곳곳에 바다표범 무리가 있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녀석들,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는 녀석들, 뒹굴뒹굴 굴러다니면서 노는 새끼들, 영역싸움을 하는 어른들도 있었다. 야생 바다표범을 처음 본 아이들은 흥분했다. 준비해온 망원경으로 열심히 관찰을 했다.

"여기는 옛날부터 바다표범이 많이 살았대. 그런데 사람들이 강과 바다를 너무 많이 오염시켜서 어느 날부터 바다표범이 보이지 않았 나봐. 사람들은 바다표범을 다시 보고 싶어서 자연환경을 되돌리려고 열심히 노력했어. 그래서 얼마 전부터 바다표범이 다시 돌아왔대. 바다표범을 다시 데려오는데 몇 년이 걸렸는지 알아?"

"음...5년?"
"아니. 50년이나 걸렸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바다표범은 가장 훌륭한 자연 교육 교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