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가 파리 근교에 멋진 성이 있다고 추천을 해줘서 가봤다. 피에르퐁 성은 12세기 건설되었으나 성주가 왕에게 반역을 하여 멸망하고 성도 폐허가 되었다. 방치된 성을 나폴레옹 3세가 재건한 것이 지금 모습이라고 한다.
성을 둘러보고 성 아래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코로나로 레스토랑 영업이 중단된 후 거의 일 년 만에 외식이다. 아이들이 신이 났다.
점심을 먹고 호수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물오리 둥지를 발견했다.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수컷이 나뭇가지를 물어와 둥지 보수를 했다. 우리 가족 모두 넋을 잃고 지켜봤다
성 근처에는 로마 시대의 유적지도 있었다. 거의 다 무너지고 벽체 일부만 남은 교회와 역시 기초만 남아있는 원형극장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만지면 안 되는 것과 들어가면 안 되는 곳들로 채워진 성보다는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는 여기가 훨씬 더 행복했다.
원형극장 앞 잔디밭에 앉아 과일을 먹었다. 진홍토끼풀 밭에서 벌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멀리 보리밭에서는 보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집에 오는 길에는 숲에 들렸다. 숲 한가운데 거대한 바위 무덤과 모래사장이 있었다. 아이들은 바위를 뛰어넘고, 바위 밑 터널을 통과하고, 도마뱀을 쫓아다녔다. 바위 틈새에 어린 여우가 죽어있는 것도 발견했다.
윤수가 모래를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옆에 있던 가족에게 모래를 뿌렸다. 갓난아기와 아기를 안고 있던 엄마가 모래를 뒤집어썼다. 사과를 하러 갔더니 아이 엄마는 별 일 아닌 것처럼 모래를 탁탁 털어내고는 ‘괜찮아요’ 하고 이야기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의미를 다시 발견하게 되는 단어들이 있다. ‘우아하다’도 그중 하나다. 어릴 때는 고상하고 예쁜 것이 우아한 것으로 알았는데, 지금은 친절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도 우아하다고 느낀다. 모래를 뿌린 아이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분명 우아했다.
우아하다 :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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