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근교/여행

샹파뉴 단풍 여행

커피대장 2022. 12. 11. 17:50


가을 포도밭 단풍 구경을 하러 샹파뉴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샹파뉴는 샴페인 Champagne의 프랑스어 발음으로 샴페인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프랑스 와인 산지는 대부분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지만,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먼저 랭스에 있는 포므리 Pommery의 샴페인 하우스에 들렀다. 1868년 샴페인 사업가 포므리 부인은 채석장을 매입하여 와인 저장소로 바꾸었다. 지금은 저장소에 현대미술 전시를 같이 해서 미술관 겸 와인 셀러가 되었다. 재미있는 미술작품이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아이들도 재미있어했다.

지하 셀러 투어를 마치고 나오면 샴페인 시음을 할 수 있다. 어른들은 포므리의 베스트셀러인 Royal Brut를 마시고 아이들도 스파클링 포도 주스를 한 잔 씩 받아서 마셨다.











점심을 먹고 나와서 진짜 단풍 구경을 나섰다. 포도 재배 지역에 들어서자 황금빛 들판이 펼쳐졌다. 눈에 보이는 모든 언덕이 붉은색, 노란색, 황금색이었다. 첫번째 목적지인 Verzenay 언덕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웠다. 지수는 땅바닥을 파고 놀고 아내와 윤수는 그림을 그렸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서 무지개가 떴다. 알록달록한 포도밭, 언덕 위의 풍차, 그 위에 걸린 무지개까지.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탁 트인 평원 위에 서있어서 무지개의 양쪽 끝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무지개의 끝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지개를 볼 때마다 항상 궁금했는데 드디어 보게 되었다.

 









Verzenay의 전망대에서 차를 한잔 마시면서 쉬려고 했는데 공사 중인지 문을 닫았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인 오빌리에 Hautvillers로 향했다. 오전에 대형 샴페인 하우스에는 가봤으니 오빌리에에서는 작은 와이너리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일요일에는 거의 문을 닫아서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구글 맵에 문을 연 것으로 표시된 Champagne G. Tribaut에 갔다.

와이너리에 들어가니 통유리창으로 포도밭이 보였다. 앳된 얼굴의 직원이 와서 와이너리 소개를 했다. 가족이 경영하는 샴페인 하우스고, 본인은 이제 막 학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업을 잇고 있다고 한다. 오전에 이미 하루치 알콜 한도를 다 써버린터라 시음은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직원의 표정이 너무 간절하여 딱 한 잔만 더 마셨다. 포므리에서 마셨던 것보다 좋았다.

샴페인 3병을 사서 차에 넣어놓고 동네 산책을 했다. 포도밭을 걸으며 포도나무에 열려 있는 포도를 몇알씩 따먹었다. 달아서 자꾸 손이 갔다. 이미 수확이 끝난 뒤인데도 남아있는 포도가 많았다. 수확 시즌이 벌써 한 달이나 지났으니, 그때는 아마 덜여물어서 따지 않고 둔 것 같다.

보통 포도 수확은 9월에 해왔는데, 요즘은 8월에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지구온난화가 많이 되었고 기후 변화가 심해 농사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이제 막 가업을 물려받은 창업자 손녀가 설명을 해주었다. 보르도에서는 올해 여름 가뭄 때 포도밭에 물을 대는 것에 대한 찬반논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전통적인 재배방식에 따르면 관개가 금지되어 있다.

집에 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황금빛 포도밭을 한번 더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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