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아말피나 포지타노에서 숙박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말피 해안은 숙박비가 비싸도 너무 비쌌다. 4인실은 찾기 힘들고, 방 두 개를 빌리려면 500유로는 필요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렌토에서 숙박을 하고 아말피 해안은 당일기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소렌토에는 10인 규모로 아말피 해안 투어를 하는 여행사들이 많았다. 미니 버스로 이동을 하는 투어가 가장 저렴하고, 소렌토 항구에서 출발해 배를 타고 해안 마을을 돌아보는 투어는 이보다 조금 더 비쌌다. 우리 아이들은 멀미가 심해서 산길은 굽이도는 미니버스나 작은 배는 고생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수고스럽지만 도시를 오가는 페리를 타고 오가며 자유 여행을 하기로 했다.
페리 회사 : NLG https://www.navlib.it/
소렌토 - 아말피 09:30 - 10:50
아말피 - 포지타노 13:50 - 14:10
포지타노 - 소렌토 17:50 - 18:30
아침 일찍 소렌토항에서 출발했다. 신이 나서 배에 오른 아이들은 바로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2층 야외석는 그래도 멀미가 덜한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추었다.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로 아말피에 도착했다. 작은 배를 타는 소규모 투어는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말피에 도착해서 해변에 가니 아이들 컨디션이 살아났다. 아이들은 해변에서 놀고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나는 동네 구경을 했다. 특산물이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많았는데 소렌토에서 파는 것들과 비슷했다.
해변에서 놀다가 성당 앞의 유명한 디저트 카페 Pasticceria Pansa Amalfi에 갔다.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많이 비쌌지만 성당 뷰가 멋지고 빵도 맛있어서 아깝지 않았다. 번에 넣어 먹는 레몬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었고, 헤이즐넛 크림이 올라간 에스프레소는 와우! 커피의 재발견이었다.
아말피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포지타노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20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아이들도 배멀미 안 하고 경치를 감상하면서 갈 수 있었다. 절벽 위에 하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들이 예쁘다.
포지타노는 아말피와 비슷하지만 마을이 더 크고, 집 색깔이 더 다채로웠다. 바다에서 보는 전망이 좋아서 배를 타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언덕 위에 올라가 점심을 먹었다. 이탈리아에 와서 먹은 것 중 가장 비쌌지만 정말 맛있었다. 파스타 양이 꽤 많았는데도 아이들이 한 접시씩 다 먹었다. 담당 서버거 추천해 준 레몬 소스 생선요리도 좋았다.
빨리 놀러 가고싶다는 아이들을 겨우 달래서 포지타노가 가장 예쁘게 보인다는 콜롬보 거리에 올라가서 시진을 찍었다. 아내는 천처히 마을 구경을 하라고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해변으로 내려왔다.
아이들이 마음이 급했던 이유는 항구에서 작은 해파리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잠자리채를 들고 왔는데 써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물고기는 한두 시간 쫓아다녀야 한두 마리 잡지만 해파리는 둥둥 떠있으니 손쉬운 사냥감이었다. 몇 마리 잡아서 관찰하고 놔주었다.
해변에서도 모래놀이 물통으로 해파리를 잡고 놀다가 페달보트를 탔다. 주변에 큰 보트들이 지나갈때마나 파도가 생겨서 열심히 쫓아다니며 파도타기를 했다. 윤수는 배에서 물에 발을 담그고 첨벙거리다가 해파리에 쏘였다. 다행히 작은 해파리라 모기 물린 정도의 상처만 났다.
배가 들어오는 것이 보일 때까지 신나게 놀았다. 해변에 누워서 굴러다니던 지수가 말했다.
“여기가 이탈리아에서 제일 좋네”
다시 페리를 타고 소렌토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카프리 섬이 보였다. 일정에 하루 여유가 있었다면 카프리에도 가볼텐데.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항상 하루가 아쉽다.
소렌토 시내에서 레몬 전문점에 들렀다. 레몬첼로와 레몬초코렛, 레몬과자를 샀다. 가게 직원이 한국말을 잘했다. “이거 먹어봐” “이거 맛있어” “껍질 초콜릿 좋아” 계속 시식을 하다 보니 이것저것 더 담게 되었다.
맛있는 젤라토 집을 찾다가 지나가던 아저씨가 “나는 David에 항상 가요”라고 하고 알려주셔서 찾아가봤다. 소렌토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고 했는데 로마에서 먹었던 것만 못했다. 로마에서 하루에 두 개 먹을걸.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해변의 레스토랑에서 가수가 노솔레미오를 부르고 있었다. 다들 와인을 마시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떠들고 웃고 있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 그냥 지나가기 아쉬웠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둘이 호텔에 놔두고 아내와 어른들의 세계에 놀러 나갈 수 있겠지. 그만큼 크면 아빠 엄마와 여행을 안 가려나? 아이들에게 언제까지 아빠랑 여행 같이 갈 거냐고 물어보았다. “몰라”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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