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이탈리아

이탈리아 - 나폴리 1

커피대장 2023. 1. 24. 04:25

소렌토에서 4박을 하고 나폴리로 이동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베수비오 순환열차를 탔다. 이탈리아 기차는 좌석이 대부분 마주 보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 마주 보고 앉으면 아무래도 좀 불편한데. 말하기 좋아하는 나라 사람들은 이게 더 좋은 건가. 이탈리아 친구가 생기면 물어봐야겠다.

나폴리에서 호텔에 가려고 지하철을 타는데 발권기가 세 대 중 한대만 작동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동안 티켓 발권기가 모두 작동하는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내 앞에서 새치기를 하려는 사람에게 “뒤로 가”라고 이야기하고 티켓을 샀다. 작동하는 발권기를 운 좋게 발견하였다면 티켓을 여러 장 사놓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나폴리에서 이틀 동안 쓸 티켓을 한 번에 샀다.

호텔에 가방만 내려놓고 피자를 먹으러 갔다. 호텔 근처에 나폴리 피자 챔피언을 두 번이나 차지한 셰프의 식당이 있었다. 식당 벽에 트로피, 메달, 상장, 본인의 사진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점심 시간이 되자 식당은 동네 사람들로 금방 채워졌다.

피자는 정말 맛있었다. 마르게리타도 좋았지만 셰프의 주특기라는 튀긴 피자 Fritta가 정말 대단했다. 튀긴 도우가 이렇게 촉촉하고 부드러울 수 있을까. 감탄하면서 먹고 있는데 셰프가 나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어때? 맛있어?" 하고 물었다.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답을 할 필요도 없었다. 피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이미 말해주고 있다.

 

 

 

 
 
 
 
 

 

점심을 먹고 호텔에 돌아와 아내와 아이들은 쉬고 나는 근처 산타키아라 수도원에 갔다. 14세기에 처음 지어진 산타키이라 성당과 성당과 붙어 있는 중정이 유명하다. 성당은 무료입장이지만 중정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했다. 중정에 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 사이에 타일로 장식한 벤치와 기둥이 놓여있다. 중정 주변의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벽 너머는 시끌벅적한데 안은 고요하다.

산타키이라 성당의 맞은편에 있는 Gesu Nuovo 교회에도 들어가봤다. 산타키이라 성당은 장식이 전혀 없는데 반해 Gesu Nuovo 교회는 벽화와 조각으로 화려하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산타키이라 수도원

 

산타키리아성당

 

Gesu Nuovo 교회

 

저녁에는 길거리 음식을 먹으러 스파카 나폴리에 갔다. 나폴리를 둘로 나누는 거리라는 뜻에서 스파카(분할하다) 나폴리라고 불린다고 한다. Via dei Tribunali 길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식당, 기념품 가게, 가죽 공예품 가게, 디저트 가게들이 몰려있다.

제일 먼저 찾아간 Via S. Gregorio Armeno길은 기념품에 특화된 거리였다. 피자, 파스타 등 이탈리아 음식 마그넷이나 모형, 이탈리아 축구팀 유니폼, 크리스마스 용품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살만한 건 별로 없었다.

나폴리를 비롯한 캄파니아 지방을 돌아다니다 보면 하얀 옷을 입고 검은 가면을 쓴 캐릭터를 자주 볼 수 있다. 아이들이 궁금해해서 검색해보니17세기 나폴리의 인형극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라고 한다. 집에 와서 유투브로 공연을 찾아봤다. 이탈리어로 하는 공연인데도 아이들이 깔깔깔 넘어갔다. 웃음 포인트는 세계 어딜 가나 비슷한가 보다.

 

 
 

길거리 음식을 파는 가게는 Via dei Tribunali 거리에 주로 몰려있다. 피자, 튀김, 과자, 빵 먹을 것이 너무 많았다. 입이 짧고 단것도 못먹는 나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모차렐라 튀김, 정어리 튀김, 타랄리, Sfogliatella를 먹었다. 빵에 럼을 바른 바바도 먹고 싶었지만 내 역량으로는 부족했다.

대신 에스프레소를 두 잔 마셨다. 나폴리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설탕을 기본으로 넣어서 준다고 책에서 봤는데, 내가 갔던 카페들은 설탕을 넣을지 말지 물어봤다. 그냥 달라고 하면 침울한 표정으로 커피를 내리고, 설탕을 넣어 달라도 하면 "예압~!" 대답하고 신나게 커피를 만든다. 설탕을 넣는 것이 나폴리 방식임이 확실하다.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비를 피할 수 있는 Port'Alba 문에 갔다. 한켠에서 클래식기타리스트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몇 곡 더 듣고 싶었지만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로망스 연주를 뒤로 하고 Dante 지하철역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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