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화산에서 분출된 재가 인근 폼페이에 떨어졌다. 하루 만에 도시는 완전히 덮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잊힌 도시는 1599년 터널 공사 중에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재에 덮여 있었던 덕분에(폼페이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2천 년 전 도시의 흔적이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
폼페이는 나폴리나 소렌토에서 기차로 쉽게 갈 수 있다. 우리는 소렌토역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기차는 20분에 한대 정도 있어서 아무 때나 가도 탈 수 있다. 시간이 조금 남아 기차역 바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또 맛있었다.
폼페이 스카비 역에 내리니 가이드 투어 홍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적지가 워낙 넓어서 가이드 투어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아이들 컨디션에 맞춰서 움직이려면 우리끼리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폼페이 유적지는 너무 넓어서 하루만에 다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이라이트만 골라서 둘러보는데도 몇 시간이 걸렸다. 폼페이가 위성도시였음을 생각하면 로마는 얼마나 큰 도시였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도시에 들어선 순간 규모에 놀라고, 둘러보면서 로마인들의 토목공학과 건축기술에도 놀랐다.
폼페이의 집들은 벽화와 모자이크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벽화와 모자이크는 떼어네 나폴리의 고고학 박물관에 보존 중이다. 폼페이에는 떼어낸 자국만 남아 있다. 복제 작품을 붙여놓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당시 피해자들의 캐스트에 관심이 가장 많았다. 캐스트는 화산재가 쌓인 상태에서 몸이 썪어 만들어진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만든다. 피해자들이 순식간에 재에 묻혀버렸기 때문에 당시 자세와 표정까지 그대로 남았다.
시간 여행을 마치고 다시 소렌토로 돌아왔다. 해변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마음이 급한 아이들은 후딱 먹고 물고기를 잡겠다고 해변에 가고 나는 아내와 천천히 와인도 마시고 커피도 마셨다.
놀고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아빠! 아빠! 물고기! 물고기!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왔다. 레스토랑에 앉아 있던 손님들 모두 다 같이 웃었다. 한국말을 몰라도 무슨 뜻인지 다 알아들은 것 같다. 우리 담당 서버는 “내가 주방에 가서 구워달라고 할까?” 하고 장난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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