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6

6. 무스티에 생뜨마리, 생크로와 호수

혼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나갔다. 전날 저녁 올라가다가 포기한 바위산 위의 Chapelle Notre-Dame-de-Beauvoir 교회에 갔다. 경사가 가팔랐지만 마을에서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에 돌아보니 생크루아 호수가 보였다. 에메랄드 빛 물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Notre-Dame-de-Beauvoir 교회는 12세기에 처음 지어졌고, 16세기에 증축이 되었다고 한다. 교회의 입구 쪽 창문으로만 해가 들어오는데 조명도 전혀 없어서 실내가 매우 어두웠다. 그 옛날 왜 이렇게 높은 산 위까지 돌을 날라서 교회를 지었을까? 당시 사람들에게 신의 의미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 것이고, 나는 종교인도 아니니 그 이유를 짐작도 하기 힘들다. 금요일은 무스티..

5. 발랑솔

라벤더를 보러 발랑솔에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는데 이제야 발랑솔로 향한다. 발랑솔부터는 리옹에서 일하는 한국인 동료의 가족과 합류했다. 동료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같은 또래라 만나면 같이 잘 논다. 아이들이 잘 놀면 부모들도 더 편하게 쉴 수 있으니 모두가 좋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한국말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그립기도 하다. 발랑솔에 도착해서 화장품 회사 록시땅의 공장에 들러 공장 투어를 했다. 화학 공장을 관리하는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업계의 공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들도 기계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좋아할 것 같았다. 원료 도입부터 배합, 제조, 포장까지 전 과정을 참관할 수 있었다. 화장품에 주로 사용되는 꽃에 대한 설명도 많이 들었고 중간에 화장품 테스트..

4. 액상프로방스

액상프로방스에서 2박을 했다. 밀린 빨래를 하고 한식도 해 먹으면서 중간점검을 하기 위해 에어비엔비를 빌렸다. 액상프로방스는 구시가지 전체가 차 없는 거리였다. 도심 밖에 주차를 하고 숙소까지 짐을 나르는데 고생을 좀 했지만, 이때를 제외하고는 우리도 보행자 천국을 누렸다. 차가 없어진 대신 거리를 사람이 가득 메웠다. 공간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을 채운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느라 즐겁다. 파리보다 조금 더 느슨하고 한 템포 느린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골목길을 쏘다니며 분위기를 만끽했다. 액상프로방스는 분수의 도시였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유명한 분수들 외에도 골목마다 크고 작은 분수가 있었다. 로통드 분수, 르네왕 분수, 9개의 대포가 있는 분수, 돌고래가 있는 분수, 시..

3. 고흐드 Gordes

고흐드는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 로 선정될 만큼 예쁜 마을이다. 바위산 위에 자리잡은 마을로 산꼭대기에 성이 있고 그 아래 돌을 쌓아 만든 집들이 산을 타고 펼쳐져 있다. 집의 주황색 기와와 중간중간 심어진 나무의 초록색이 잘 어울린다. 마을 맞은편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전경 사진을 찍은 뒤 마을에 들어갔다. 한여름 휴가철인 데다 장이 서는 날이라서 사람이 정말 많았다. 골목길을 따라 고즈넉한 산책을 하기를 원한다면 여름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시장 구경을 하고 절인 올리브와 마늘을 샀다. 점심은 교회 앞 계단에 앉아서 아비뇽에서 사온 샌드위치로 해결했다. 방금 산 올리브와 마늘을 꺼내서 같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여행 내내 들고 다니면서 잘 먹었다. 고흐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

2. 아를 Arles , 생트마리드라메르 Saintes-Maries-de-la-mer

아침 일찍 아비뇽을 출발, 아를에 도착해서 주차하는데 고생을 좀 했다. 축제 때문인지 구시가지 주차장 입구를 막아 놓고 우회로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 그래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차들이 길에 꽉 찼다. 주차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차를 세우고 로마시대에 지어진 원형경기장에 갔다. 로마 콜로세움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작은 규모지만, 작은 마을 한가운데 우뚝 서있으니 웅장하게 느껴졌다. 7월은 축제 기간이라 공연을 위해 경기장 안에 관람석이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투우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경기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경기장은 벌써 축제 분위기였다. 마을 밴드가 경기 축하공연 연습을 하고, 이미 잔뜩 취한 사람들이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술 한잔하고 가라고 초대했다. 아이들이 투..

1. 아비뇽 Avignon

아내의 프랑스 생활 버킷 리스트에 들어 있던 프로방스의 라벤더 밭을 보기 위해 아이들 여름 방학을 하자마자 여행을 떠났다. 라벤더 꽃을 보러 가는 여행이니 일정도 라벤더 꽃의 개화 시기에 맞추었다. 6월말에서 7월초가 라벤더 꽃이 가장 많이 피어 있는 시기이다. 파리에서 아비뇽까지는 700km. 쉬지 않고 운전을 해도 7시간이 걸린다. 아침 6시에 출발해서 교통체증 없이 파리를 빠져나오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리옹에서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네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은 계속해서 우회 도로를 안내했고, 열심히 가고 있는데도 도착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렇게 계속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길가에 샛강이 보였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놀다가 가기로 했다. 강변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