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코트다쥐르

코트다쥐르 Côte d'Azur - 니스

커피대장 2024. 12. 5. 21:01

11월 말. 아이들 땡스기빙 방학 동안 3박 4일 일정으로 니스 여행을 다녀왔다. 

 

1일 차 파리 - 니스

2일 차 에즈, 멍통, 모나코 당일치기

3일 차 니스 - 빌프랑스쉬르메르

4일 차 니스 - 칸 - 파리

 

파리에서 니스까지 저가 고속열차인 TGV OUIGO를 탔다. 열차는 파리에서 액상프로방스까지 약 700KM을 단 2시간 30분 만에 주파했지만, 액상프로방스부터 니스까지는 고속철도망이 아니라 훨씬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3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지중해를 따라 아름다운 도시들을 경유해 달리는 구간이라 지루하지 않았다.

 

니스의 마세나 광장 Place Masséna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마세나 광장은 니스의 중심부에 자리해 있어 주요 명소들로 도보로 쉽게 이동할 수 있었고, 두 개의 트램 라인도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았다. 주변에는 쇼핑몰과 맛집도 많아 관광객에게는 최적의 위치였다.

 

광장 자체도 정말 아름다워서 숙소를 오가며 볼 때마다 감탄을 했다. 광장을 둘러싼 붉은색 건물과 바닥의 체커보드 패턴이 잘 어울렸다. 밤에는 조명이 들어와서 더욱 화려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크리스마스 장식도 더해져 연말의 따듯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니스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영국인의 산책로 Promenade des Anglais' 다. 18세기말부터 영국인들이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를 찾아 니스를 많이 방문했고, 이 길에서 그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같은 프랑스에 있지만 니스보다는 영국에 훨씬 가까운 파리에서 온 우리는 영국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파리에는 바로 지난 주에 눈보라가 몰아쳤는데, 니스의 해안에는 외투를 벗고 싶게 만드는 따듯한 햇살이 내리쬐었다. 아이들은 바로 소매와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바다로 뛰어갔다.

 

나도 아내와 모처럼만에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냈다.산책로에는 이렇게 햇살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바다를 향해 줄이 지어 놓인 벤치들이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니스의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니 이 벤치의 사진이나 그림이 담긴 기념품들이 많이 보였다.  

 

 

 

 

 

 

영국인의 산책로 끝에 위치한 언덕에는 니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벨란다 탑 Tour Bellanda 이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니스 해변, 영국인의 해안, 멀리 알프스 산맥까지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탑 바로 아래에는 니스의 올드타운 Vieux Nice 이 있다. 올드 타운에는 파스텔 톤의 건물들이 좁은 골목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여름에는 관광객으로 북적였겠지만, 우리가 방문한 11월 말에는 한산했다. 

 

올드 타운을 둘러본 뒤 대성당 앞에서 젤라토를 사먹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 저녁 대성당에서는 바로크 음악회가 열렸지만, 아쉽게도 다른 일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음악가들이 연주 연습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노을을 보러 다시 영국인의 산책로에 갔다. 니스 해안의 하늘은 주황과 노랑,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빛이 바다에 비쳐 바다도 보라색으로 변했다. 내가 그동안 봤던 가장 아름다운 일몰은 포르투에서였는데, 이 날부터 니스로 바뀌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도 매일 보면 익숙해질까? 니스 사람들은 멋진 노을을 배경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산책을 하고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조금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구시가지에 갔다. 니스는 이탈리아와 가까워서인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많았다. 이탈리아 사람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것만큼 맛있는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 

 

 

\

 

 

 

 

 

 

 

 

니스 여행 첫 날은 유로파리그 예선 리그, OGC 니스와 스코틀랜드의 레인저스 Rangers FC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니스에는 원정 응원을 온 스코틀랜드 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펍마다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면서 응원가를 부르는 그들을 경찰이 보호하고 있었다. 레인저스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TRUE BLUE'라고 적힌 깃발을 흔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대표팀을 'Les Bleus'라고 부르는 것을 이용한 말장난이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첫째와 함께 경기를 보러 갔다. 경기는 OGC 니스의 홈구장인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열렸다. 니스는 아름다운 홈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대패했다. 전반전에만 3골을 내주었는데, 모두 허술한 수비가 부른 황당한 골이었다.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던 홈팬들은 화가 나서 욕을 퍼붓기 시작했고, 전반전이 끝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재미없는 경기에 실망한 우리도 같이 경기장을 나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트램에서 휴대전화로 후반전 중계를 봤다. 옆에 있던 니스 팬이 몇대몇이냐고 묻길래 4:0이 되었다고 알려주니, 그런 쓰레기 같은 경기는 보지 말라고 충고를 해주셨다. 홈팀이 패배하는 것을 봐야 했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