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이탈리아

시칠리아 - 시라쿠사 1

커피대장 2024. 4. 12. 21:38

아이들 부활절 방학 기간에 5박 6일 일정으로 시칠리아에 다녀왔다. 시칠리아는 면적이 대한민국의 1/4만 한 큰 섬으로 짧은 기간에 다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동해안의 카타니아, 시라쿠사. 에트나 화산만 보고 오기로 했다. 
 
파리에서 이지젯으로 카타니아 공항으로 이동, 공항에서 시라쿠사행 버스를 탔다. 파리에서는 패딩을 입고 다녔는데 시칠리아의 날씨는 초여름이었다. 버스에 앉아 햇빛을 받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시라쿠사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피스타치오 젤라토와 카놀로를 주문했다. 카놀로는 시칠리아의 전통 디저트로 원통 모양의 튀긴 페이스트리 안에 크림을 넣어 먹는다. 피스타치오 크림과 리코타 치즈 크림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에게 판매 직원이 "두 개 다!"를 추천해 주었다. 
 
 

 
 
시라쿠사는 기원전 734년 고대 그리스 국가인 코린토스인들이 식민지로 건설했다. 당시에는 아테네보다 더 큰 도시였다고 한다. 바다를 건너온 그리스인들은 해안가 오르티지아 Ortigia에 제일 먼저 정착지를 건설했다. 오르티지아는 시라쿠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남아 있다. 예쁜 거리, 두오모 광장, 노천카페, 골목길 끝으로 보이는 푸른 바다가 남쪽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는 오르티지아 한가운데 있는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호텔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근처 바다로 나갔다. 아이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자마자 바로 돌을 뒤집으며 게를 찾기 시작했다. 꽤 깊은 곳까지도 바닥의 자갈이 다 보일만큼 물이 깨끗했다. 아이들이 그만 들어가고 싶다고 할 때까지 놀게했다.  
 

 

 
 

 
 
저녁 식사 전에 동네 산책을 했다. 저녁 시간이 되니 골목 마다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시칠리아에서 첫 식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해산물  튀김을 먹기로 했다.  Cod da Saretta, Merluzzo fritto 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해산물 모둠 구이, 모둠 튀김, 홍합 수프, 오징어를 먹었다. 신선하고, 맛있고, 저렴했다. 네 식구 모두 감탄사만 내뱉으며 접시를 비워냈다.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탈리아에 먹으러 오는 것 같아."
"아니었어?"
 

 
 

 
 
 
다음 날. 아침 일찍 네아폴리스 고고학 공원 Neapolis Archaeological Park에 갔다. 시라쿠사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건설한 도시로, 그리스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기원전 3세기에는 로마인들이 들어와 로마 건축물들을 건설했다. 네아폴리스 고고학 공원에는  그리스와 로마의 유적이 혼재해 있다. 
 
이곳에서 가장 큰 유적은 기원전 5세기에 지어진 그리스 극장으로, 16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규모다. 우리가 갔을 때는 5월에 있을 공연을 준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임시로 설치해놓은 나무 의자와 무대 때문에 원래 극장의 모습은 반 밖에 볼 수 없었다. 
 
"저렇게 덮어 놓으니 고대 극장 같지 않다. 그치? 원래의 모습을 보존하고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공연을 계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리스 시대 때부터 공연을 해온 극장이니까 그 역사를 이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어."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보니 첫째는 임시 무대 설치에 동의했고 둘째는 반대 입장이었다. 
 
그리스 극장 바로 옆에는 로마 시대에 지어진 극장이 있다. 무대 주위로 반원형 객석이 있는 그리스 극장과 달리 로마 극장은 원형이다. 전차 경주나 검투사 경기가 열리는 무대를 원형 객석이 감싸고 있다. 아이들에게 두 극장의 차이를 질문했는데 이미 책에서 읽어서 알고 있었다. 극장의 차이는 문화의 차이를 보여주고, 이는 가치관의 차이로 연결된다고 이야기하려다 TMI인 것 같아 참았다.  
 
 

 
 
 

 
 
고대에 도시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석회석을 채취했던 라토미아 채석장도 고고학 공원의 주요 볼거리이다. 채석장 주변에는 오렌지 나무, 레몬 나무, 목련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채석을 하면서 생긴 동굴은 시라쿠사와 아테네의 전쟁 때 포로들을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23m 높이의 '디오니우스의 귀' 동굴은 정말 귀 모양으로 생겼다. 귀속으로 들어가면 작은 소리도 크게 증폭되어 들렸다. 
 
 
 

 
 
 
버스를 타고 오르티지아로 돌아와 점심을 먹으러 시장에 갔다. 오르티지아 시장은 식료품을 사러 온 현지인들과 기념품을 사는 관광객들이 섞여서 활기가 넘쳤다. 해산물을 파는 가게에서는 간단한 요리도 판매한다. 우리도 여기 자리를 잡고 새우 요리와 해산물 튀김, 청새치 구이를 주문했다.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옆 자리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런던에서 온 가족으로 우리와 마찬가지로 남부의 태양을 즐기고 있었다. 디저트로 먹으라고 시장에서 산 오렌지를 건네니 본인들이 먹고 있던 새우 부르스케타가 너무 맛있다며 한 조각 나눠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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