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2일 차. 아침 일찍 우피치 미술관에 갔다. 우피치 미술관에서는 한국인 가이드가 진행하는 3시간짜리 투어에 참여했다. 미술관의 주요 작품들을 시대 순서대로 돌며 관람했다. 가이드가 피렌체의 역사와 르네상스 미술을 엮어서 설명해 주시니 더 보이는 것이 많았다. 어린이들도 생각보다 열심히 듣고 잘 따라다녔다.
점심에는 또 티본스테이크를 먹었다. 이번에는 피렌체에서 한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유명한 식당인 달오스떼에 갔다. 예약을 하면서 이틀 연속으로 스테이크가 들어갈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맛있게 먹었다.
후식으로 젤라토를 사 먹고 대성당 주변을 걸었다. 대성당 입장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다음 날로 미뤘는데 큰 실수였다. 다음 날이자 우리 여행의 마지막 날은 공휴일이라 대성당 입장이 불가했다. 그래서 피렌체까지 가서 대성당에 못 들어가 보고 오게 되었다.
호텔에 돌아와서 쉬다가 해 질 무렵 미켈란젤로 광장에 갔다. 언덕에서 보는 피렌체 역사지구의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멀리서 보니 대성당의 돔이 얼마나 큰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언덕에서 내려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갔다. 아이들을 배려하여 미술관은 가능하면 하루에 한 곳만 가려고 하지만, 그래도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은 보여주고 싶었다.
다비드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깜짝 놀랐다. 아이들은 석고모형 갤러리를 의외로 좋아했다. 미술학교 부속 미술관이라 그런지 수 없이 많은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재미있는 조각상들을 꽤 많이 발견했다.
저녁으로 호텔 근처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와 피자를 먹었다. 12유로짜리 해산물 파스타에 면보다 더 많은 해산물이 들어있었다. 후식으로 먹은 티라미수도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호텔 앞 광장에서 오페라 가수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매일 밤 같은 자리에서 여러 가수들이 돌아가면서 공연을 했다. 익숙한 오페라 레퍼토리부터, 이탈리아 가곡, 플루트 연주도 들을 수 있었다. 피렌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미켈란젤로나 두오모가 아니라 아름다운 광장에 울려 퍼지는 이탈리아 음악이다.
여행 마지막 날. 오전에 다빈치 Interactive 박물관에 갔다. 다빈치가 구상한 발명품들을 관람객들이 실제로 작동시켜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원리가 설명이 잘 되어 있고, 대부분 설명을 읽지 않아도 작동시킬 수 있는 직관적인 발명품들이라 아이들도 재미있게 놀았다.
점심은 피렌체 중앙시장에 가서 먹었다. 어린이들은 해산물 가게에서 해산물 구이 시켜주고, 어른들은 곱창버거를 먹었다. 곱창은 토마토 소스와 매운 소스가 있었는데 당연히 매운 소스를 선택했다. 줄 서서 먹을 만큼 맛있었다. 이런 고급 곱창 요리를 싸구려 빵에 넣어 먹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지오토 패스에 딸린 박물관들을 둘러봤다. 피렌체 대성당 앞에 위치한 산 조반니 세례당은 천장화가 유명한데, 보수공사 중이었다.
Crypt of Santa Reparata는 대성당 지하에서 발굴된 고대 로마 유적이다. 피렌체 대성당은 로마 시대에 건설된 Santa Reparata 성당 터에 지어졌다. 1960년대에 발굴팀이 성당 지하에서 모자이크, 조각상 등 과거 성당의 흔적을 발굴해 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 대성당 내부를 통과해서, 성당에 들어가 보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 달랠 수 있었다.
대성당과 세례당의 주요 미술품은 대성당 근처 오페라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여기서 기베르티가 제작한 세례당의 청동문과 도나텔로의 막달레나를 볼 수 있다. 종교 음악과 관련된 전시물과 대성당의 건축 과정을 설명하는 전시도 재미있었다.
피렌체의 거리에는 공방이 많았다. 특히 가죽 공방과 종이 공방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장인이 손수 만든 종이를 구경하고 기념품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샀다. 가죽 제품은 공방에서 파는 것은 예쁘지만 비쌌고, 시장에서 파는 것들은 싸지만 조악했다. 그래서 구경만 했다.
어린이들은 기념품으로 뱃지를 하나씩 샀다.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도시를 상징하는 뱃지를 사서 학교 가방에 달아놓는데, 이제 제법 근사한 컬렉션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카페에 들러 티라미수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아직 이탈리아를 떠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진한 에스프레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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